9/27~ 9/29 디데이 두 자리, 상법 공부
9/27 토요일
유도장 간판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이번 편 제목으로 해보았다.
변시판에는 '완주'만 하라는 말이 있다.
학원 진도를 잘 따라가고 극악 무도한 일정을 자랑하는 변호사시험 일정을 끝까지 마치기만 하라는.
그러면 합격에 가까워진다는 말이다.
나는 변호사시험을 무려 4번이나 봤고 앞으로 1번을 더 볼 예정이다.
시험 기간에는 좀비가 된 채로 내가 공부한 것을 쏟아내기 바쁘다. 잠을 거의 못 자서 몽롱하지만 신기하게도 시험 시간만 되면 정신이 멀쩡해진다.
이것이 정신력인가.
어쨌든 나는 중간에 포기한 적 없이 변호사시험을 준비하였고 시험을 치렀다.
어릴 적 나는 참 끈기가 없는 아이였다.
그런데도 욕심은 많아서 피아노를 배우다 말고 검도도 배우다 말고 미술도 배우다 말았다.
중학생 때 수행평가로 오래 달리기를 하다가 토할 거 같아서 선생님에게 토할 거 같다고 말하니 그래도 계속 뛰라고 해서 그냥 걸었던 나였다. (중학생 때 체육 선생님은 체벌을 일삼았던 사람이었다. 별명이 '피콜로'였다..) 엄마로부터도 '너는 다 좋은데 끈기가 없어'라는 말을 수시로 듣던 나였다.
그런데 변호사시험만큼은 포기하고 싶지가 않다.
그동안 내가 해온 것들 중에 가장 힘들고 가장 괴롭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고 싶지가 않다.
사람은 힘들어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힘든 게 나은 거 같다.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힘까지 들면 얼마나 힘들까..
아직 변호사가 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존경하는 변호사님들이 걸으신 길을 따라갈 생각만으로 설렌다.
무엇이 됐든 무언가에 도전하고 끝장을 본 사람들의 삶을 존경한다.
결과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꼭 '합격'을 해야만 참된 도전은 아니다(세상은 그렇게 말하지 않지만).
끝장을 봤기에 결과를 본 것이 아닌가.
합격과 불합격은 인간의 영역이 아닌 거 같다.
나 스스로가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으면 된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도 나 스스로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오늘 하루 참 최선을 다했다'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공부하는 것이다...
불합격으로 인한 생채기는 내 몸 어딘가에 남았지만 그보다 '노력'했던 시간이 주는 기쁨과 성취감은 더 크게 남을 것 같다(그랬으면 좋겠다.).
거듭된 불합격이 곧 실패라면 나는 성공한 사람들보다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관심이 많다.
1, 2, 3등보다는 4등의 삶(4등이라는 영화도 있지 않나..).
내가 불합격을 하지 않았으면 결코 평생 관심 없었을 사람들의 삶. 무대 뒤에 있는 사람들의 삶.
성공이나 실패나 결과만 다를 뿐 매일 분투한 과정의 무게감은 비슷하지 않을까.
나의 이 시간은 과연 어떤 결말을 가져다줄까.
요즘 몸이 내 몸이 아닌 거 같다. 일단 인생 최고 몸무게를 갱신했고 몇 년째 아무리 먹어도 유지됐던 몸무게가 앞자리가 바뀌었다.
추가한 정신과 약의 부작용이 식욕을 돌게 해서 살이 찌게 한다는 것인데 선생님에게 몸무게가 늘었다는 말을 하니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고, 추가한 약이 효과가 좋으니 약은 바꾸지 말되, 식단 조절을 하라고 했다.
공부하면서 어떻게 식단 조절을 해요 ㅜㅜ
어느 때보다 단 것, 짠 것이 당겨서 죽겠는데..
살이 찌면서 자존감이 떨어졌다.
원래도 펑퍼짐한 옷을 즐겨 입기 때문에 다행히 살이 쪄도 옷은 맞지만 예전보다 낀다. 젠장.
더 이상 통통이가 아니고 퉁퉁이다. (뚱뚱이라고까지는 하고 싶지 않아...)
몸도 너무 찌뿌둥해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트레칭을 하고 공부하다가도 수시로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지만 부족한 거 같다. 그래서 아침에 걸으러 나갔다.
런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 여성분이 나를 스쳐 지나갔는데 등근육이 장난 아니더라.. 시험 끝나고 나도 저런 몸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신림역으로 가는 계단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오천걸음을 걸었을 뿐인데 안 걷다가 걸으니 힘들었다. 중간에 좀 뛰기도 했다. 땀이 줄줄 흐르니 왠지 뿌듯했다. 계속 몸이 찌뿌둥했는데 역시 운동이 답이었구나. 걷고 나니 좀 살 거 같았다. 내 몸뚱이가 제발 운동 좀 하라고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있었나 보다.
화창한 토요일.
요즘따라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쉬게 되어 집에서 공부하는 것이 최적인 거 같다.
한숨 소리가 너무 커서 학원에서 공부하면 클레임이 들어올 거 같다.
골방에 처박혀서 공부하는 삶도 변시 기간까지 포함하면 110일도 안 남은 거니까 괜찮아.. 나는 괜찮아.
9/28 일요일
무슨 말이 필요하랴..
평소보다 일찍 잤더니 새벽 다섯 시에 눈이 떠졌다.
새벽에 문을 여는 근처 카페가 없어서 커피와 단호박파이를 배달시켜 먹었다.
(새벽에 문을 여신 카페 사장님과 배달해 주신 배달 기사님. 대단한 존재들. 복 많이 받으소서…)
365일 아이스 음료만 달고 살던 나인데 요즘에는 따뜻한 음료가 좋다. 특히 아침에는.
밖에 비가 많이 왔다.
집에 있으니까 쳐져서 비를 뚫고 학원에 갔다.
사람이 없어서 좋았다. (나 포함 2명 있었음)
무표정과 정색을 장착하고 공부를 했다.
오후에 공부하는데 열람실 안에서 말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열람실 밖에서 미친 듯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하… 그래.. 웃는 날도 있어야지.
그런데 문은 닫고 웃지 그러니 얘들아…^^;;;
바로 짐 싸서 집으로…
격렬하게 혼자있고 싶었다…
집에서 혼자 덩그러니 앉아있는데
외롭고 답답했다.
그래서 피자를 먹었다..
집(부모님 집)에 가고 싶다.
후…
9/29 월요일
학원이 추석 때문에 이틀 휴관한다.
추석 때도 방에 처박혀 공부할 생각을 하니 조금 우울했는데 엄마가 집에 오라그러셨다.
하루나 이틀은 좀 쉬고, (끄덕끄덕)
고기는 먹어야 하지 않겠니? (개 큰 끄덕끄덕)
못 이기는 척 추석 때 집에 가려고 한다 :)
(그 전에 가고 싶다.. 격렬하게 집에 가고 싶다..)
일단 월요일이니까 새로운 마음으로다가
힘을 좀 어떻게든 내보자.
상법 사례 보느라 객을 못봐서..
오늘은 일단 상객으로 시작.
욕심 버리고 변시 5개년만 볼거다.
변모 3개년 + 올해 모고 3회분도 봐야하기 때문에..
상객은 시간 투자 대비 가성비가 정말 구리지만
그래도 열심히.
저녁은 별로 배가 많이 안 고파서
간소하게..
잠깐 걸으러 나갔는데 배달 오토바이가 줄줄이..
옆집새끼는 방 안에서 말을 안 하면 죽는 병에 걸렸나보다. 그래도 말소리가 살짝 들리더니 금방 잦아들어서 다행이었다.
며칠 전에 임대인을 마주쳤는데 옆방이 아직도 시끄럽냐고 몇 번 주의를 줬다고 생색내길래 맨날 시끄럽다고 정신나간 놈 같다고 했다. 알겠다고 하셨으니 두고 볼 것이다. 누나 화나면 무섭다. 열받게 하지 말아줘 :)
**글이 너무 길어질거 같아서 오늘 올립니다.
금요일마다 올리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금요일에 올라가기로 예정된 것은 예정대로 올리겠습니다. 상황을 봐서 일주일에 2일 연재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좋은 저녁 시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