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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하 Sep 25. 2023

인재가 한명도 없다는 조직의 3가지 특징

최고의 동료와 함께한다는 것은

너무나 행복한 일이다. 최고의 리더, 동료와 함께라면 비록 몸은 고될지언정 높은 수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달려가고, 이 과정에서 높은 성취감을 느껴볼 수 있다. 불가피한 경쟁 구조에서도 경쟁의 치열함과 그 과정에서 페어플레이의 의미를 배우고, 승리와 패배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다. 때로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프로젝트를 끝마치며 최선을 다해 함께 이루어낸 결과물과 그간의 노고를 함께 위로하며 술잔을 부딪친다. 이때의 술맛은 정말로 달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들과 더 치열하고 멋지게 일을 해보고 싶다. 하지만 나는 어느 날 우물 안 개구리가 싫어 세상 밖으로 스스로 나왔고, 바닥을 뚫고 지하실까지 내려가는 망해가는 조직에서 아찔한 회사생활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인재가 하나도 없다는 불평은

동료 간에도 쓰이지만 주로 경영진과 리더들이 많이 말하는 경우가 많다. 팀 차원에서 추진 중인 일들이 생각처럼 잘 안되거나, 실망스러운 모습을 구성원이 보여주는 경우에 이와 같은 표현이 종종 쓰인다. 사실 요즘 시대 리더들은 정말 힘들긴 하다. 업무 전략도 짜야하고, 보고서와 미팅도 더 많으며 더 까다로운 상사 눈치도 봐야 한다. 맡겨진 일만 하기도 버거운데 구성원에게 팀워크를 요구하고, 동기부여도 해야 한다. 반면 조직은 리더의 동기부여에는 큰 관심이 없는 듯하다. 이렇게 여유가 하나도 없는 리더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리드를 잘 따라와 주지 못하는 구성원들에게 가끔씩 '도대체 쓸모 있는 인재가 하나도 없어!'라고 말하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일시적인 불만이 아니라 '내 밑에는 쓸만한 인재가 하나도 없다'는 마인드를 시종일관 유지하는 리더들이 망해가는 조직에는 더 많다는 사실이다. 어쩌다 나온 기침은 사소할 수 있지만, 수시로 자주 하는 기침은 해당 질병과 원인을 의심하고 걱정할 필요가 분명하게 다.


"조직의 규모가 작고, 위험에 처해있을 때"

인재가 없다는 불평은 그 규모가 작아 인력 Pool이 한정적인 경우에 더 자주 발생한다. 또한 사업이 순탄할 때보다 조직이 위험에 노출되었을 때에 더 자주 발생한다. 당연히 조직은 클수록 안정적이다. 리더나 구성원의 직변동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우며, 조직문화와 리더 교육이 탄탄하게 지원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이와 같은 조직에서는 다소 부진한 인재라 할지라도 적절한 CDP나 육성을 통해 구성원의 성장과 성과를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가 있다. 하지만 마땅한 여유가 없는 조직에서 회사의 성장이 정체되고 본격적인 위기에 돌입했을 때에는 리더, 동료 간의 관계가 급격하게 냉각한다. 처음에는 스스로 책임을 자책하던 리더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유가 사라지고 점점 더 초초해진다. 또한 주어진 R&R만 잘 수행하면 되었던 구성원들도 다양한 이유로 업무 영역이 불명확해지고, 다른 영역의 업무들을 수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구성원들의 부족함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리더가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모를 때"

훌륭한 인재(구성원)가 없다는 불만이 많은 조직에서는 역설적으로 리더 스스로가 확신이 없는 경우가 많다. 위기의 순간이 오면 리더는 나아가야 할 방향을 냉정하게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원래 가려고 했던 루트가 어떤 이유로든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면 냉철하게 원인을 분석하고, 목적지로 우회할 수 있는 새로운 경로를 찾아야 한다. 만약 경로는 변함이 없으나 거센 풍랑이나 비바람을 뚫고 나아가야 하는 경우라면 필요한 자원을 재정비하여 구성원들을 다잡고 다시금 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하지만 똑같이 길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일부 무책임한 경영진과 리더는 "나도 이렇게 열심히 길을 찾고 있으니 너희도 좀 알아서 길을 개척하라!"라고 선포한다. 


개인적으로 이 방식은 리더가 둘 수 있는 최악의 수라고 생각한다. 만약 해당 조직이 순탄할 때에도 구성원에게 충분한 자율과 책임을 주어졌다면. 개인(bottom) 기반으로 전략과 목표를 설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일하는 방식을 운영해 왔다면 위와 같은 리더의 선포가 당황스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평소에는 상명하복을 중시하고, 수동적인 업무 처리 방식을 가진 조직은 다르다. 길을 잃어버린 리더의 이어지는 불명확한 업무지시는 구성원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지푸라기라도 잡아야겠다고 발버둥 치느라 모든 체력이 빠져버린 구성원들은 정작 해야 할 업무에서 실수와 공백을 발생시킨다.


"프로 불편러가 많을 때"

훌륭한 인재(동료)가 없다는 구성원의 불만이 많은 조직에는 프로 불편러가 가득하다. 프로 불편러는 자신의 업무보다 타인의 업무에 참견하고 비판하는 비중이 높은 리더 또는 동료 유형을 의미한다. 여기에 불필요한 회의나 미팅 시간은 이와 같은 불편러들을 더 많이 활동시키고 양성하는 인큐베이터가 될 수도 있다.



 · 반드시 모든 업무를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 신속한 결정을 위해 지름길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말 것

 · 연설을 할 것. 가능한 한 자주 그리고 긴 시간 동안. 주장의 "요점"을 긴 일화와 개인적인 경험담으로 설명

 · 가능한 한 자주 회의와 관련 없는 문제를 제기

 · 회의 시 의사소통, 회의록, 합의안을 쓸 때 정확한 문구를 가지고 시비 걸기

 · 지난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다시 되풀이하고 결정이 타당한지 질문을 제기    



위 내용은 '조직을 망치는 간단한 현장 매뉴얼'의 일부이다. 1944년에 쓰인 이 문서는 미국의 스파이가 적국에 침투해 조직 생산성과 효율을 저하시켜 조직을 무능력하게 유도하는 행동을 담고 있다. 협업은 개인이 해야 하는 역할들을 분명히 나누고, 상호 조절하며 그 성과를 최상화 하는데 그 목적 있다. 결국 최적의 분업과 팀워크, 신속한 행위와 결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이 망해가서 이런 불편러들만 남았는지, 아니면 이런 불편러들이 조직을 망쳤는지 그 인과관계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망해가는 조직에 이런 불편러들이 많은 이유에 대해 알려주는 것 같다.


결코 구성원은 리더보다 뛰어날 수 없다. 리더의 시좌에서 바라보기에 항상 부족하고, 아쉬운 것이 구성원이다. 그게 정상이다. 그렇다고 막상 자신보다 뛰어난 구성원을 환영하는 리더도 많지 않다. 동료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작 자신보다 뛰어난 동료가 나타났을 때에 나는 얼마나 떳떳한 인재가 될 수 있을까? 망해가는 조직에서 근무하며 얻은 교훈은 망해가는 조직일수록 본질적인 문제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는 노력은 안 하고, 주변에 인재가 없다고 불평하는 리더와 동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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