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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릴 시간이 없어요.

그림 그리는 시간과 공간 찾기

그림 그리는 시간과 공간 찾기

동화 따라 그리기를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면 보통 12시 즈음이 됩니다. 카카오 프로젝트 100이나 한겨레 100일 그리기 수업을 같이 하는 시기엔 더 늦게 잠자리에 들기도 합니다.

나는 왜 날마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가끔 듭니다. 이유가 많이 있지만 그중 가장 좋은 것 두 가지는 하루하루가 천천히 간다는 것과 그림을 그리고 블로그에 올리는 행위가 나에게 심리적인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준다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고 느끼는 이유는 새로운 시도 없이 같은 일을 반복해서라고 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블로그와 그림 그리기를 날마다 하니 하루가, 일주일이 천천히 지나갔습니다.

그리기를 매일 하지만 아직 집에서는 딱히 내 공간이라 부를 만한 곳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거실의 큰 식탁에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씁니다. 하지만 물리적인 공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림이 심리적인 공간인 '나만의 방'을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입니다.

하지 않을 것을 찾는 것

무엇인가를 하는 습관을 만들려면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그림 그리는 시간을 찾기 위해 저는 저녁밥을 먹고 나서 설거지를 바로 하지 않습니다. 싱크대에 보기 좋게 잘 쌓아 놓고 그림 그릴 준비를 하죠. 아이들이 이제 많이 커서 거실에서 자리만 잡고 있어도 자기들이 필요할 때 엄마를 잘 사용합니다. 그림을 그리고(요즘은 글까지 쓰고) 설거지와 정리를 시작합니다. 물론 저는 아이들이 좀 커서 가능한 일입니다. 주 중에는 저녁밥과 설거지, 다음날의 식사 준비를 제외하고 집안일은 모두 주말로 미룹니다. 아, 이사를 하면서 건조기를 샀는데 세상 이렇게 편한 줄 몰랐습니다. 전자레인지도 밥솥도 없는데 웬 건조기를 사냐면서 남편에게 뭐라 했는데 지금은 주위 엄마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있습니다. 건조기 덕분에 주중에 집안일 하나를 덜고 시간을 더 찾을 수 있었습니다. 




공간이 만드는 습관

사무실에서는 일을 주로 하다 보니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 오히려 집중이 잘 안됩니다. 일이 바빠서 야근 끝에 사무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날은 역시나 마음이 들썩입니다. 빨리 이곳을 떠나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 집, 카페, 도서관 등등 나만의 안정적인 장소를 찾는 것이 그림 그리기를 지속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저의 경우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는 저녁 시간, 집이 가장 좋습니다. 식사 후 거실의 식탁 겸 책상인 큰 테이블에 책이나 그림 도구를 쫙 펼쳐 놓고 그림을 먼저 그리기도 하고 글을 먼저 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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