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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속삭임 14화

할머니

by 문성희



네모 난 식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우리

각자 한 손엔 반짝이는 숟가락을 들고

기다리고 기다리

우리 사이 그녀의 마법 같은 손짓에

우린 기대 만발의 발을 동동 구


이제 겨우 식탁을 넘어선 동생은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고

부드럽게 주름진 미소로 그녀는

노란 함에 담긴 분홍빛 보석을 조심스레 동생의 입에 가득 담으니

내 앞의 자그마한 아이의 입 속에서 데굴데굴 대던 보석이 팡팡 터지며

어느덧 눈동자에도 닿았나, 빛이 났다


나에게도 마법을 부려달라며 그녀와 눈을 맞추자

다시 한번 그녀의 주름은 미소로 피어나고

몽실몽실 춤추고 있는 동그랗고 노란 보석 위에

마법의 지팡이를 휘둘러 크게 한 숟가락

나의 입 속에 닿으니 온몸에서 깨가 볶아진다


첫 숟가락은 항상 그녀의 몫

우리의 이 소중한 간식은 꼭 그래야만 했던 것이다

그녀의 마법은 편식하던 우리의 입을 열게 했고

웃음 짓게 했고 서로의 행복을 바라보게 했으며

추억하게 했다


그녀와의 그리운 추억의 간식

동생에겐 자몽

나에게는 달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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