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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선생님 Apr 20. 2021

육아, 서로의 옷을 벗다.

서로의 내면이 가장 잘 드러내는 시간.

서로 좋아서 연애하고  사랑해서, 이 사람과 일평생을 함께하고 싶어서 결혼을 하고, 그 결실로 아이가 태어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육아로 인한 이혼율은 생각보다 높다. 서로가 서로에게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고, 특히 미디어의 영향으로 인함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로서의 감정은 더 짓밟힌 것만 같다.



서로를 반씩 닮은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은 주말 휴식 따위는 없다. 사람의 본성은 의식주를 침범당했을 때 나타난다고 들은 적이 있는데, 육아는 그 이상을 보상받지 못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게 될 때가 많다. 주말의 단잠도, 둘만의 데이트도, 모두 아이의 컨디션에 달려있다. 둘만 있었더라면 외식으로 해결했을 식사가 1시간 이상의 고된 요리 노동이 될 때도 있다. 


더 무서운 것은 '둘만 있었더라면' 생각에서 '나 혼자 살았더라면' 생각으로 바뀌게 되는 순간이다. 그 생각이 들어온 순간, 머릿속을 채우는 것은 과거에 대한 추억 들일뿐. 아이를 향한 모성애도, 남편에 대한 마음도 모두 다 사라지는 것만 같다. 그리고 결국은 죄책감이 남는다. '나는 엄마도 아내도 될 자격이라고는 1도 없는 존재구나.'



부부가 서로의 민낯을 드러나게 되는 때는 그 사이에 아이가 있을 때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서로를 더 단단하게 이어주는 끈이 될 수도 있지만, 서로의 옷을 벗기고 벗겨서 목소리 조차 듣기 싫은 존재로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베이비페어에서 유아용품 선물만 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관리할 수 있는 쿠폰도 나누어 주면 좋겠다. 물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를 지지해주고 민낯까지 품어줄 수 있는 마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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