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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선생님 May 08. 2022

산모교실에서 가르쳐주었으면 하는 것.

사랑하지만 육아는 힘.들.다.

누구나 자신의 아이를 정말 사랑하지만 육아는 늘 힘듦과 기쁨이 공존한다. 육아가 힘든 이유는 각자의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포기'의 과정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수면을 포기하고, 아이가 신생아 시기를 지나서도 엄마는 숙면을 포기해야 할 때가 많다. 그리고 여유로운 식사를 포기하고, 누리고 싶은 쉼을 포기하고, 때로는 경제적인 여유를 포기하게 된다. 

나에게는 나의 시간을 포기하는 것이 너무나 어려웠다. 사실 지금도 쉽지 않은 것이 나의 시간을 온전히 육아에 쏟아내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육아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언가 대단한 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닌데. 아무튼 육아는 늘 포기의 연속이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 나는 타지에서 10개월을 보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너무나 좋은 지역이었지만 당시에는 외로움이 힘들었고, 지옥같은 입덧이 너무나 견디기 어려웠다. 친정도 집 근처, 직장도 집 근처라는 최고의 혜택을 내 발로 차버리고 이사온 동네가 신선했지만 임신은 입덧과 함께 향수병을 가져다 주었다. 지하철을 타고 3호선 끝에서 분당선까지 친정까지 오갈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일을 쉬는 날 각종 베이비페어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코로나도 아니었고 육아업체들마다 베이비페어를 통해 후원을 받고 태아 보험부터 각종 육아용품을 판매하는게 하나의 문화였던 것 같다. 

아이의 살림살이를 마련할 수만 있다면 일을 하지 않는 날 무언가 생산적인 것을 한 것은 아닐까. 나 자신만의 위안을 삼으며 열심히 베이비페어에 참석했다. 산모교실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육아에 대해 배운 것은 없었지만 경품에 당첨되는지 여부가 더욱 중요했기 때문에 끝까지 그 시간을 지키고 있었다. 다른 산모들 또한 그런 듯 했다.



대단한 경품에 당첨된 적은 없었지만 같은 임산부 동지(?)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재미있었다. 하지만 어딘가 가려운 부분이 긁히지 않는 느낌이었다. 출산을 하고난 이후에 돌이켜보니 베이비페어에 참석은 했지만 육아의 고된 과정에 대해 배우지를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품에 당첨되고 태아 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너무나 즐겁고 중요한 과제지만 태아의 발달 과정, 특히 출산 이후에 적어도 50일의 여정을 알려주거나(예 : 잠을 잘 자지 못한다, 부부사이에 이러한 배려가 서로 필요하다, 이렇게 하면 수유에 도움이 된다 등) 산후우울증을 잘 지나가는 방법을 배웠더라면. 아이의 50일, 100일을 고되더라도 사전지식이 있으니 조금이라도 더 잘 견뎌냈을텐데.


그리고 육아의 과정 중에 나의 것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에는 어떠한 생각이 도움이 되는지, 좋은 육아서의 기준은 무엇인지, 엄마의 공허함을 채우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알려주었더라면. 당시에는 경품에 당첨되지 않은 것이 아쉬웠겠지만 두고두고 육아의 과정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었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산모교실에서 '육아는 너무나 힘듭니다 여러분! 실컷 누려두세요! 포기의 연속입니다' 이렇게만 이야기한다면? 많은 산모들은 좌절감에 임신 중기/후기를 견뎌내기 힘들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so what?) 하지만 산모들이 출산 이후에 겪게 될 육아의 과정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마음에 영양분을 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코로나가 좀 나아지고 있으니, 더 많은 산모교실과 베이비페어가 열리지 않을까!


#책강대학 #책과강연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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