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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선생님 Aug 31. 2023

언어치료사의 시선에서 본 '코로나 키즈'이야기.

언어발달의 방해물 3가지!

<ebs 책맹인류, 코로나 키즈 예고편 방송 중>


다음주 ebs <책맹인류> 방송에서 '코로나 키즈 : 말하지 않는 아이들' 편이 방영된다고 합니다. 아이를 재운 뒤에 혼자 글을 쓰거나 밀린 업무를 보는 시간인데, 다음 주 방송은 꼭 본방사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코로나 키즈'에 대한 연구는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연구마다 다른 결과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분명 치료실에서 느끼기엔 코로나가 아이들의 발달에 준 영향이 큰 것 같은데 말이지요.





어쩌면 아이들의 언어발달 지연의 원인이 '코로나'에만 있는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속해있는 환경은 전반적으로 언어발달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지요. 다만, 팬데믹은 우리의 삶에 알게 모르게 젖어들었고 심리적인 불안감, 위축, 무기력감을 주었어요. 2~3년이라는 시간 동안 착용해온 마스크, 불규칙한 등원, 재택근무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고요.


언어치료 현장에서도 2020년 이후 출생한 아이와 양육자가 방문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말 늦은 아이'는 있었지만 팬데믹을 지나오면서 더욱 기사화도 되고 있지요. 한편으로는 조기 개입에 대한 필요성이 알려져서 다행이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주변에서 아이의 언어발달에 대해 고민하는 양육자를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먼저, 아이가 말이 늦닥 생각된다면 가까운 언어치료 기관을 방문하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팬데믹을 지나면서 언어발달이 전반적으로 지연되고 있다고 하지만, 언어발달 검사를 통하여 내 아이가 또래에 비하여 어떤 수준인지 정확히 살펴볼 수 있을 거예요. 무엇보다 기관 방문을 권하는 이유는, 이후의 언어 촉진 로드맵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내 아이가 말이 늦는 걸까?' 
'코로나 때문에 언어발달이 지연되었다고들 하니까 괜찮을 거야.'
'이웃(또는 친척) ㅇㅇ도 말이 늦었다는데 한번 조언을 구해볼까?'

이러한 생각이 드는 것은 부모로서 당연합니다. 언어치료 기관의 문턱이 높은 것도 전문가 입장에서도 공감이 되는 마음이고요. 그런데 아이의 발달을 전문기관에서 확인하지 않는다면 내 아이를 계속 걱정하는 마음으로 대하게 될 가능성이 커질 거예요. 

또 하나 우려스러운 부분은, 아이와의 소통은 자연스럽고 즐거운 경험이 쌓여야 하는데, 양육자가 아이에게 무언가를 계속 '확인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건 뭐지? 뭐라고 했지? 엄마가 지난 번에 들려줬지?"

이러한 경험이 쌓이게 되면 아이는 가정 안에서의 대화 시간에 대한 부담감을 더욱 느끼게 되겠지요. 



외국어를 배워본 적이 있으신가요? 우리에게 익숙하고도 낯선 영어를 배운다고 상상해볼게요. 물론, 모국어이기 때문에 영어보다는 아이에게 익숙할 수 있지만 언어를 배울 때는 즐겁게 배워야 합니다. 영어를 배울 때 누군가가 나의 지식을 계속 확인하고자 한다면 오히려 그 언어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클 거예요. 마치 학원에서의 레벨 테스트를 자주 받는 것과 유사한 거지요.




두 번째 이야기는 미디어입니다. 우리의 일상을 더욱 깊이 들여다 볼까요? 요즘도 아이들 사이에서 전염병이 돌고 있는데요. 아이가 수족구에 걸리거나 코로나에 걸려서 등원을 하지 못하는 기간이 있다면 어떻게 하시나요? 처음엔 아이의 컨디션을 살피며 약을 먹이고 열을 내리기 위해 애씁니다. 그리고 열이 내리게 되면 아이가 에너지를 조금씩 표현하기 시작하고요. 


아직 등원을 할 정도는 아닌데 아이가 에너지가 솟는다면 우리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tv나 패드일 거예요. 앞서도 외국어를 예로 들었지만, 영어 영상이나 숫자 노래를 보여준다면 그래도 보다 학습적이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위안으로 미디어를 보여 주게 됩니다. 너무 극단적이거나 성급환 일반화의 예시일까요? 저의 주변에서는 종종 볼 수 있는 이야기예요.


코로나 시기에 초등학생, 청소년, 성인들은 미디어 이용 시간이 급증하였다고 합니다. 당시에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 현재의 코로나 키즈는 어떨까요? 재택 근무를 하면서, 등원이 중지되면서, 생각지도 않게 감기에 걸리게 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이 늘어나지는 않았나요?


미디어는 아이들에게 강력한 스파크를 뇌에서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마치 불꽃놀이와도 같이 아이에게는 더할날위 없이 신선한 자극이 되는 거지요. 한 연구에 의하면, 영어 영상은 성인이 보는 유튜브 영상보다 더 컷이 짧게 이동되기도 한다고 해요. 한 컷에 1초 미만으로 다른 컷이 이어진다면 아이의 뇌는 더 강력한 자극을 받게 됩니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매일 미디어를 시청하는 아이에게 종이책이나 상대방과 대면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질 수 있을까요? 이에 흥미를 느낀다면 참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아이들의 뇌는 성인의 뇌보다 더 유연하고, 외부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지요.


미디어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24개월 미만의 아이에겐 미디어를 차단하는 것을 권한다고 합니다.(미국 소아과 협회) 혹, 그렇지 못했다면 지금부터라도 미디어 시청 시간을 조금씩 줄여보세요. 그 시간을 바깥놀이, 양육자와의 몸놀이, 상호작용으로 채워간다면 조금씩 아이도 아날로그 자극에 적응해갈 수 있을 거예요. 아날로그지만 이후 아이의 주의력, 문해력, 학습 능력의 기반이 되어줄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우리는 너무나 많은 정보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그림책 육아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그림책 육아' 키워드를 자주 검색하는 편인데요. 저희 아이가 36개월 미만이었던 시기보다 지금은 훨씬 더 많은 정보가 초록 창과 구글 창에 가득 채워집니다. 곧 초록창은 더욱 더 맞춤형 검색 정보를 제공해준다고 해요. 유튜브 속에서도 알고리즘의 힘이 어마무시하다는 것을 매일 느끼고 있고요.


육아 정보가 많은 것은 분명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아이가 아플 때, 누군가에게 묻기 애매한 정보를 얻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전문가가 되기도 하지요. 그런데 과도한 정보는 때로는 양육자가 내 아이를 보는데 방해물이 되기도 합니다. 아무리 똑똑한 ai라도 내 아이를 직접 본 것은 아니니까요. 언어발달에 있어서도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알맹이, 바로 가정에서의 상호작용 시간입니다.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로 하루 10분씩 아이가 원하는 놀잇감으로 언어발달 놀이터를 만들어주세요. 대형서점의 육아서 코너에 가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하루 10분 ㅇㅇ놀이'라는 책 제목을 쉽게 찾아보실 수 있을 거예요. 전문가들이 10분을 강조하는 이유는 매일 꾸준히 주는 자극이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 하루, 이틀 10분의 언어자극을 실천하지 못했더라도 그 다음날 다시 실천할 수 있고요.



<책맹인류> 유튜브 채널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코로나 베이비이기 때문에 말이 늦은 것은 당연하다'라는 생각을 갖고자 함은 아닙니다. 오히려 부담감이나 피로도를 느낄 수도 있을 거예요. '우리 아이는 괜찮은 것 같은데? 오히려 너무 일반화 하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면,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요? 코로나 바이러스 뿐 아니라 다른 바이러스가 변이되고 있고, 오늘도 나의 아이의 친구도, 건너 아는 지인의 아이도 독감으로 등원을 하지 못했으니까요. 의학 서적을 깊이 본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 이후에 아이들이 감기에 더욱 잘 걸린다고 해요. 그만큼 육아의 현장에서 바이러스는 결코 가볍게 볼 존재가 아닌 거지요.




저출산 시대에(오늘 뉴스 기사로 합계 출산율이 0.7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한 아이를 양육하는 수고가 어떠한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 수고를 덜어들이는 것. 언어발달을 촉진하고자 하는 그 시간에 힘을 드리는 것이 저의 역할이니까요. 

무엇보다 아이의 언어발달이 늦은 것은 양육자의 책임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안고 가야 할 과제이고, 누구나 맞이할 수 있는 고민이에요. 아이들이 '말'을 즐겁게 듣고, 양육자는 아이에게 '말'을 신나게 들려주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전 15화 아이가 말이 늦은 것은 엄마 탓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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