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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선생님 Aug 25. 2023

번외편 : 아이에게 매일 말을 많이 해줘야 하나요?

아이에게 매일 언어자극을 주기 힘들다면.

아이에게 말을 많이 해줄 수록 언어발달이 촉진된다는 것을 모르는 양육자는 없을 거예요. 우리는 늘 'to do'에 대한 부담감일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육아로 인해 일을 (잠시) 쉬고 있더라도, 육아 또한 수많은 to do list가 존재하지요. 아이를 기관에 보내기 전의 육아는 더욱 분주합니다. 수면이 충분하지 않은 것은 물론, 이유식부터 가정에서의 놀이까지 엄마의 일상은 쉴 틈이 없습니다. 아이가 하루에 두 번 이상 낮잠을  잔 날은 잠시나마 숨을 고를 수 있지요.



아이에게 말을 많이 해줄 수록 아이의 언어발달이 촉진된다는 것은 틀린 말은 아닙니다. '수다쟁이 엄마가 ㅇㅇ한 아이를 만든다'라는 이야기도 있으니까요. ㅇㅇ 안에는 아이가 똘똘하게 자라나고 있다는 의미의 어휘가 적용될 수 있겠네요. 여러가지 연구결과를 살펴보았을 때에도 아이에게 많은 어휘를 일상에서 들려줄 수록 아이의 언어발달을 자극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안을 더 깊이 들여다보면, 언어 자극에 있어서도 '양'보다 '질'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연구결과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표정 없이 기운이 빠진 채 아이에게 의미 없는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는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하루 10-15분의 시간동안 상호작용 시간을 갖는 것을 권하기도 하고요. 사실, 전문가의 입장, 양육자의 입장 모두를 겪어보았을 때, '적절함'을 찾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아이를 돌보는 상황에서 엄마는 이전처럼 멀티가 순조롭게 되기 어렵습니다. 아이의 안전을 돌보아야 하는 상황에서 들려줄 말도 함께 계획하기는 더욱 쉽지 않지요.


  아이에게  일상에서 언어자극을 주고 싶은데, 어떤 말을 들려주어야 할지 막막하신가요? 아이에게 현재의 상황을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이유식을 먹을 때,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색은 어떠한지, 질감은 어떠한지 들려주세요. 아이가 엄마의 말에 관심을 보이지 않더라도 괜찮아요.


 너무 힘든 날은 엄마도 잠시 쉬어갈 수 있습니다. 새로운 말을 떠올리기보다 아이의 의사소통 시도에 반응해주세요. 아이의 눈을 보고 스킨십을 해주고, 아이가 가리키는 것, 함께 집중하기 원하는 것에 함께 시선을 향해주세요. 

 어른들도 언제나 활기찬 모습으로 상대방을 대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아이도 하루의 피로를 느끼고요. 아이의 의사소통 시도에 반응해주시되 매일 새로운 언어자극을 주고자 애쓰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주변에 아이에게 언어자극을 줄 친척과 양육자의 친구들이 꼭 많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는 양육자와의 깊은 의사소통으로 세상을 배워갑니다. 특히, 36개월 미만의 아이에게는 양육자가 세상의 전부이니까요. 

 다만, 아이가 어린이집에 입소하고, 아이만의 작은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면 아이와 세상을 연결해주세요. 세상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니랍니다. 이웃집 아주머니, 경비 아저씨, 오며가며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가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지요. 


 잠시 저의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애써서 아이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친구를 만들고자 엄마들 모임에 참여한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하원 시간에 우연히 마주친 아이의 친구 엄마와 놀이터에서 담소를 나누곤 하지만, 엄마들 모임이 많다고 해서 아이의 언어발달에 드라마틱한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36개월 미만의 아이들은 함께 모여 있어도 발달 시기적으로도 따로 노는 경우가 많아요. 무엇보다 엄마들 모임으로 인해 비교하는 마음이 생길 가능성이 1이라도 있다면, 시작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지요.



 몸에 피로가 쌓인 날, 부부 사이에 마찰이 생긴 날, 직장 일로 인해 스트레스를 과하게 받은 날... 이러한 것들은 양육자에게 죄책감을 남기기도 합니다. 

 엄마 혼자, 아빠 혼자 그 부담감을 안고 가지 마세요. 엄마와 아빠도 서로를 따스하게 바라보고, 수고했다고 전해주는 말 한마디의 힘도 필요하답니다. 마치 학습지를 풀리듯이 아이에게 언어자극을 주지 마세요. 엄마도 아빠도 즐거운 시간이 되는 것이 더욱 먼저입니다.


때로는 아이의 재롱에 함께 웃고, 스킨십을 나누는 시간이,
언어발달의 거름 되는 날도 있습니다.



이전 16화 언어치료사의 시선에서 본 '코로나 키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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