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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선생님 Sep 04. 2023

아이가 말이 늦은 것은 엄마 탓이 아니에요.

죄책감의 자리를 바꿔주세요.

내 아이가 또래에 비해 말이 늦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양육자는 어떤 마음을 마주하게 될까요? 아마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감정은 죄책감일 거예요. 생각해보면, 다른 발달 영역도 중요하지만 '말'은 특히나 양육자의 역할이 크게 느껴집니다. 양육자에서 더 좁혀진다면 주양육자인 '엄마'가 책임감을 더 많이 갖게 되지요. 아이가 돌 이전, 혹은 24개월 무렵까지는 엄마가 아이를 돌보는 모습을 우리 사회 안에서는 많이 그리고 있기도 하고요. 

아이의 '말'은 부모에게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을 느끼게 해줄 때가 많지만 그 선물을 받기 직전까지는 그만큼의 애씀이 필요합니다. 대근육, 소근육, 감각, 인지 발달은 자연스럽게 발달되는 듯 느껴지는데(물론, 이 4가지 영역도 자극을 많이 받아야 해요!), '말'은 양육자가 책을 읽어주고, 들려주고, 아이에게 자극을 들려주는 것에 비례하여 트인다는 인식이 있기도 하지요.



저 또한 아이가 24개월 무렵까지 할 줄 아는 단어가 10개 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마음 고생을 남몰래 했답니다. 그저 믿는 구석이 있었다면 '아이의 이해하는 정도가 정상인 것 같으니, 조금 더 기다려보자'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어요. 아이의 말은, 아니, 아기의 말은 양육자의 마음을 참 무겁게 하더라고요. 워킹맘이면 워킹맘이라서, 전업이면 전업임에도, 아이의 말이 늦어서, 엄마에게 죄책감을 조금씩 안겨주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죄책감을 갖는 것은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무관심함보다는 죄책감이 낫다는 말도 있지만, 아이의 말이 늦다고 생각하는 양육자가 아이에게 무관심한 경우는 잘 없거든요. 물론, 과한 관심과 죄책감은 아이에게 부담감을 주기도 하지만, 오늘의 이야기에서는 극단적인 상황은 제외시켰으면 합니다. 


나 : '나 때문에 아이가 말이 늦었어.'

양가 어르신 : '네가 집에서 아이를 온전히 보는데도 말이 늦네.'

남편 : '그러게, 일을 관두는 것은 어때?'


이러한 말이 엄마의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기도 하지요. 늦은 밤, 이 마음을 알아주는 곳은 맘카페, 시원한 맥주, 조금 더 기대를 갖자면 남편과의 대화일 거예요. '당신 탓이 아니야. 우리 온이에게 더 신경써보자. 나도 노력할게.' 이 말을 기대하면서 말이지요.


 


죄책감보다는 그 자리를 엄마 자신에 대한 위로로 채워주세요. '오늘도 정말 고생 많았어. 오늘 온이랑 짧게나마 주방놀이를 했는데, 온이가 내 눈을 더 많이 바라봐준 것 같아. 그리고 지난 주보다 새로운 단어를 한두개 더 말한 것 같아. 온이도 잘 성장하고 있을 거야.'


아이의 말이 또래보다 늦다는 염려가 지속된다면 가까운 전문 기관을 방문하는 것 또한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말이 늦다면, 가정에서의 촉진 방법에 대한 안내를 자세하게 받을 수 있고, 말이 늦지 않다면, 이후의 언어발달 로드맵을 전문가와 함께 그려볼 수 있을 거예요. 아이의 발달 검사 결과를 들을 때는 늘 엄마의 시험 성적을 받는 기분이 들지요. 이 기간 만큼 아이를 잘 키웠는지, 얼마나 아이에게 집중했는지, 자극을 주었는지 테스트를 받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아이는 성장하고 자라나고 있습니다. 언어치료 현장에서도 말 늦은 아이들을 마주하면, 6개월 전보다 훨씬 더 성장해있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하곤 하거든요. '훨씬 더'의 기준은 아이마다 달라질 수 있겠지만, 아이는 매일매일 자라나고 있습니다. 염려하는 마음을 잠시 접어두세요. 



* 저는 아이가 24개월 무렵부터, 아이와 매일 10분씩 놀아주는 시간을 가졌어요. 아이의 말을 따라하며 아이에게 들려주고, 아이가 관심있는 장난감으로 상호작용을 해주었답니다. 아이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않는 대로 다른 놀이로 전환해주었어요. 아이가 엄마를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그 놀이를 거절한 거니까요.


싱글 시절엔 몰랐던 마음을 엄마가 되어서, 그리고 24개월 무렵, 6살이 되어서도 매일 새롭게 느끼곤 합니다. 아이가 기침 소리만 나도 내 탓인 것만 같이 느껴지는 것이 부모인데, 아이의 말은 책임감의 무게가 더 한다는 것은 언어치료사 엄마가 아니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에요.


오늘 이 글을 읽으시는 양육자(아빠도 포함되는 것 아시지요?)분들께 전해드리고 싶어요.


지금도 너무나 잘 하고 계세요. 염려보다 따스한 시선으로 아이를 봐주세요.
엄마의 노력과 애씀을 인정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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