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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선생님 Oct 21. 2023

들음에서 말하기로, 말하기에서 문해력으로.

아이와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 이유.

"선생님, 집에서 말을 많이 해줘야 아이가 말을 잘 하는걸까요? 저는 말수가 적고, 신랑도 말이 없는 편인데.." 언어발달 상담 현장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정답은 무엇일까요? 돌이켜보면, 언어치료사인 저 또한 말의 양을 조절하는 시간이 수월하지만은 않았어요.



언어발달의 가장 기반이 되는 능력이 있다면 '듣기'입니다. 아이는 태아였을 때부터 엄마와 아빠의 말소리를 듣고, 반응한다는 것을 많은 분들께서도 알고 계실 거예요. 듣기의 중요성은 제가 다른 글 안에서도 언급 드렸는데요. 그만큼 듣기는 모국어를 습득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뼈대가 됩니다.


아이를 출산한 이후엔 엄마는 몸을 회복하는데도 많은 에너지가 드는데요. 조리원에서 돌아온 이후엔 아기의 안전을 지켜주고 먹고 싸는 욕구를 충족시키는데도 온 신경이 곤두서게 됩니다. 분명 만삭 때까지만 하더라도 육아서를 미리 읽어보며 마음을 다졌는데 말이지요. 아이가 6개월, 12개월, 18개월, 24개월이 되면서 또래보다 말수가 적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 그때부터 엄마는 죄책감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합니다. 


아이에게 말을 많이 들려줄 수록 자극이 되는 것은 많은 언어발달 연구자들도 이야기하는 사실이지만, 양육자가 부담감이 있다면 어떨까요? 그럴 때에는 아이와 양육자의 컨디션이 좋을 때, 하루 10분-15분의 일정한 시간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자극을 주는 시간을 양육자가 즐겁게 느껴야 오래 지속할 수 있어요. 아이는 일정 시간의 대화 시간을 갖다 보면, 말을 하기 위한 자원을 쌓을 수 있겠지요.



'문해력' 또한 이와 비슷한 흐름을 가지고 있는데요. 문해력은 단순히 읽고 쓰는 능력으로 정의되지 않습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통합하고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문해력인데요. 말을 잘 하는 아이는 문해력의 기반이 탄탄하게 다져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말을 잘 하는 능력 안에는 어휘력뿐 아니라 상대방의 대화를 듣고, 나의 대화 차례를 기다리고, 대화의 맥락과 분위기를 읽는 능력도 포함될 수 있어요.


그림책을 형식적으로 읽어주는 것보다, 한 권을 다 읽지 않더라도 아이의 눈을 바라봐주세요. 이야기에 대한 아이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어보세요. 독후감 이전에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경험이 즐겁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기억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세요.


어떠한 지식을 외우고, 공식 안에 적용시키는 능력이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고학년이 되면서는 어떨까요? 아이가 스스로 지식을 찾아 읽고, 정리하고, 쓸 수 있는 주춧돌은 주입식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이 또한 즐거운 경험이 쌓여야 합니다. 아이들이 학습으로 여기지 않고 독서와 학습을 녹여낼 수 있는 다리 중 하나는 '대화'입니다.


오늘 하루 어떤 일이 가장 즐거웠는지, 날씨는 어떤지, 주말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원에서 또는 학교에서 속상한 일은 없었는지, 기분 좋은 일은 없었는지 이야기를 나누어보세요. 단, 엉뚱한 대답을 하더라도 자리를 지키는 엄마아빠의 인내력 스위치를 on으로 설정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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