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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선생님 Jul 07. 2021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권하는 이유.

유튜브 시대에 글을 권하다.

나는 현장에서 언어 발달이 또래에 비하여 느리거나 혹은 읽기와 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한 지역에서 꽤 오래 근무하다 보니 초등학교 시절 만났던 아이들이 어느덧 고개를 들고 보아야 얼굴이 보일 만큼 키가 자라기도 했다. 취업을 한 친구들도 있고 직업을 탐색하는 친구들도 있다.


출산 이후, 이전에 다니던 직장 근처로 다시 복귀를 하면서 다짐한 것이 있었다.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자!'였다. 그런데 그 결심은 점점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고, 마치 같은 극의 자석이 서로를 밀어내듯 나의 결심은 상황과 늘 맞닥뜨려지게 되었다. 장난감을 보고 있자면 집에서 아빠와 쓸쓸하게 놀고 있을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았을 것 같은데. 산후 우울증의 영향이었나 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 그나마 감정에 덜 휘말릴 수 있는 것을 찾다 보니 아이들의 읽고 쓰는 것을 다루는 일이 생각났다. 이미 현장에서 하고 있었고, 자료도 충분히 쌓았다고 생각했다. 언어재활사 1급만 합격하면. 난독증 전문 센터 혹은 병원 학습 클리닉에서 전문성을 키우고 있으리라.



하지만 불행하게도 코로나바이러스는 나에게 그런 영광을 안겨주지 않았다. 아이들은 학교조차 가지 못하고 있었고 마치 계단을 오르듯 아이들의 언어능력 또한 성장과 멈춤을 반복했다. 입모양을 보고 수업을 해도 발음을 정확히 따라 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에게 마스크는 마치 약올림의 수단이 되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성인이 아랍어를 모방할 때 마스크를 쓴 채 상대방의 말을 따라 하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손에는 너도나도 스마트폰이 쥐어졌다.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했고 쉬는 시간, 정해진 일과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영상과 마주했다.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명목으로 보고 싶었던 유튜브를 실컷 볼 수 있게 되었다. 



대기실에서 수업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손에도 어김없이 스마트폰은 좋은 친구가 되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생각을 관장하는 뇌, 언어를 관장하는 뇌에게 스마트폰은 좋은 친구만은 아닌 것 같았다. 아주 일상적인 질문에도 '몰라요' 대답이 더 많아진 아이들. 글을 정확히 읽고 쓰라는 지시가 반가울 리 없다. 표정이 굳는다. 그리고 점점 짧고 쉬운 글을 요구한다. "이거 읽기 싫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기와 쓰기는 반드시 요구되는 과제다. 더군다나 또래보다 언어능력이 낮은데 웬 읽기와 쓰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럴수록 더 많이 읽고 써봐야 한다. 바른 자세로 연필을 잡고 종이를 바로잡는 것부터가 아이들에게는 글쓰기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글을 쓰려면 우선 주제부터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쓰고 싶은 주제에 대한 정보 수집, 경험 기억하기, 그리고 글로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정답을 떠먹여 주다 못해 입안 가득 넣어주는 영상과는 뇌의 활동량이 차원이 다르다고 한다.


결국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 언어치료실을 벗어나 가야 할 곳은 '사회'다. 사회로 나가서 한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는 경제생활, 의식주 생활을 영위해 갈 수 있는 지식이 필요하다. 그러한 지식은 유튜브가 줄 수도 있지만 나의 환경에 딱 맞는 정보를 찾아주고 문제를 해결해주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은 오히려 온라인 시대에 더욱 더 요구되는 능력이다. 이전처럼 종이를 들고 교사에게 가지 않는다. 내가 기록한 내용은 교사에게 다이렉트로 전달되고 피드백 또한 즉각적으로 올 수 있다. 정보를 재빠르게 통합하고 일목요연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읽고 쓰는 활동을 권한다. 표정은 일그러져 있지만 아이들 또한 한 문장, 두 문장 쓰고 나면 어느새 마음에 뿌듯함을 얻는다.  오늘부터 잠시 스마트폰을 10분만 내려놓고 나만의 일기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 아이가 일기를 쓴다면 그 옆에서 엄마와 아빠도 함께하는 것을 권한다. 아이도 어른이 글을 즐거워한다는 것을 보고 그대로 배우니까. 아이들의 손에 스마트폰보다 연필과 수첩이 있었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그러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괜시리 마음에 전율이 흐른다. 

이전 26화 아이의 언어그릇 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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