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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육아를 하면 말이 빨리 트일까?

by 말선생님

요즘처럼 책육아 정보가 넘치는 시대가 또 있었을까요? sns나 유튜브 채널을 보다 보면 넘치는 책육아 정보에 놀라곤 합니다. 5-6년 전만 하더라도 책육아 정보는 주로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피드를 통해 얻곤 했는데요. 최근에는 책육아 정보가 릴스나 짧은 숏츠로 전달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마케팅에도 책육아 정보가 활용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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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육아는 아이의 말을 빨리 트이게 할까요? 어쩌면 이 글에 대한 답이 누군가에겐 속이 후련한 답이 될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원하는 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보는 관점이 '책'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에요. 책육아가 아이의 말을 트이게 하는 촉매제가 될 수는 있지만, '빨리' 트이게 한다는 말을 하기엔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말'은 단순히 나의 지식을 전달하는 것, 단어를 많이 알고 있는 것, 긴 문장을 말할 수 있는 능력만 해당되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의 분위기에 맞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상대방이 기쁠 때는 함께 기뻐하고, 상대가 속상할 때는 위로의 말을 전하거나 나의 말을 짧게 줄일 수도 있어야 하지요. 이러한 기술은 책으로 배울 수 있을까요?


책 안의 풍성한 내용을 이해하며 배울 수도 있지만, 아이들은 '함께 책을 읽어주고 듣는 경험'을 통해서 더 깊이 배우게 됩니다. 책을 읽어주는 엄마와 아빠의 얼굴을 마주하고, 억양의 변화를 듣고, 다시 주의집중을 하면서 상호작용을 하게 되지요. 책'만' 읽는다면 아이의 어휘력이 성장할 수도 있지만 보다 질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함께' 읽으며 소통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지속적으로 책을 읽기 위해서는 책을 읽는 것에 대한 즐거운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엄마와 아빠는 책을 읽어주는 목표가 여러 가지 일 수 있지만 아이의 목표는 오직 하나입니다. 바로, '재미'이지요. 오늘 책을 읽었던 즐거운 경험이 내일로 이어지고, 또 그다음 날로 이어져서 어느새 책을 즐기는 아이로 성장하게 됩니다. 그러한 시간이 축적되면서 '말을 잘하는 아이'가 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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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책을 읽어주는 사람은 양육자입니다. 양육자가 책을 읽어주는 경험이 즐거워야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데 있어서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 거예요. 아이도 엄마가 나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간을 즐거워하는지, 지루해하는지, 엄마의 시선이 은근슬쩍 스마트폰을 향해 있는지 느낄 수 있답니다.


'꼭 이 책을 읽어주는 시간을 통해 아이의 말을 촉진해야 해!', '아이가 단어 하나라도 더 말해야 돼.', '이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아야지!' 이러한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엄마에게도 책을 읽어주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은 큰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이러한 내면의 소리는 스위치를 잠시 꺼두시는 것이 어떨까요? 무엇이든 가볍고 부담이 적어야 지속할 수 있어요.


책육아가 어떠한 마케팅의 수단이나 양육자에게 과제로 남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제가 늘 강조드리는 것이 있지요. 멋지고 많은 교재교구, 그림책 전집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아이와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 아이에게 집중하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아이가 좋아하는 단 한 권의 책. 이렇게 책 육아를 시작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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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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