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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개월 아기와의 대화의 무기 : 단어

단어를 많이 들려주되, 완급을 조절하세요.

by 말선생님

이제는 '코로나 키즈', '코로나 베이비'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느껴집니다. 아이를 양육하지 않는 분들에게도 언론에서의 보도로 인해 한번즈음 들어보았던 단어가 되었지요. 처음 언어치료 현장에서 근무를 시작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대상 아동 중 가장 어린 연령은 24개월 무렵의 아기였어요. 단순히 말만 늦은 것이 아니라 청력, 구강구조, 또는 그 외의 신체적인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지요.

언제부터인가 치료실에 첫 상담을 문의하실 때의 아이의 연령이 18개월 무렵인 것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됩니다. 언어치료를 받는 것에 대해 이전에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을 때 받는 것으로 여겨졌다면, 요즘은 발달이 조금이라도 늦다고 생각된다면 한번즈음 언어발달 검사를 받아볼 수 있다는 인식으로 변화하고 있기도 합니다. 여전히 치료실로의 문턱이 높다고 느껴질 때도 간혹 있지만, 10년 전에 비하면 훨씬 낮아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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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제가 12개월~24개월이기 때문에 여는 이야기가 조금 길어졌네요. 12~24개월 무렵의 아기(24개월 미만은 '아기'라고 칭할게요!)가 말이 늦은 것에 대한 기준을 정확히 살펴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아기와 매일의 일상을 함께하는 엄마에게는 더 혼란스럽다는 느낌이 많을 거예요. 어느 날은 아기의 말이 조금씩 느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또 그 다음날은 아기가 말을 한두단어 밖에 산출하지 않는 모습만 보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읽고 있는 <<부모의 말, 아이의 뇌>>의 저자 데이나 서스킨드는 아기의 말이 많은 언어자극을 받는 것에서 풍성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부분 또한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분들께는 낯선 조언이 아닐 수 있겠지요. 그런데 여기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아이에게 '적절한 자극'을 주어야 한다는 것, 아기의 언어발달 속도에 함께 맞추어 가야 한다는 것, 아기와의 상호작용의 양보다 '질'도 함께 고려해야 하다는 것입니다.


아기에게 무조건적으로 말을 많이 들려주게 된다면, 아이가 말소리 자체는 많이 들을 수 있겠지요. 그런데 여기에서 한번 더 짚어보아야 합니다.

1) 아기가 엄마가 들려주는 말을 이해할 수 있는지

2) 아기가 엄마와의 상호작용에 집중하고 있는지/흥미를 느끼고 있는지

3) 아기에게 언어자극을 주는 엄마가 즐거운지





아기는 12개월 무렵이면 첫 단어를 말해요. '엄마, 아빠, 무(물), 맘마'와 같이 산출하기 쉬운 입술 소리로 시작할 가능성이 높지요. 첫 단어를 산출하면서 하나, 둘씩 단어를 붙여가기 시작할 무렵이 18-24개월 즈음입니다. 블록을 하나씩 붙여간다고 생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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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블록을 하나씩 조합해나가면(붙여 나가면) 아주 짧은 문장을 만들어갈 수 있겠지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블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 핵심이 바로 '단어'입니다. 아기가 많은 단어를 듣는 경험이 쌓일 수록 단어와 단어를 연결할 자원이 모아지게 되는 거예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아기에게 말을 어떻게 들려주어야 할까요?


긴 문장보다는 짧은 문장으로 분리하고, 또 다시 단어 수준으로 분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부모교육을 진행할 때, 현재 아기가 말하는 것에 1.5배의 자극을 주는 것을 권해드려요. 예를 들어 살펴볼게요.


예) 자동차 놀이를 하는 상황
- 엄마 : 하민아, 여기 봐봐. 여기 도로 위에 파란색 자동차가 있네. 어머나, 신호등도 있어. 신호등은 파란 색일 때 건너가야 하지?
- 하민이 : 파란색 자동차를 손으로 가리키며 '빠방'
- 엄마 : 어머나 여기봐, 신호등도 있어. 신호등은 파란색(초록색)일 때 건너야 하지?


여기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선, 하민이가 좋아하는 자동차를 활용하여 함께 놀이를 이끌어 주신 점은 하민이의 흥미를 이끌었을 거예요. 다만, 하민이가 파란색 자동차를 가리켰다면 함께 집중해주시는 것이 좋아요. "맞아, 파란색 자동차." 한번 더 언급해주시고요. 단어를 반복해서 들을 수록 아기의 것으로 저장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에요.


여기에 더해서, 자동차는 '타는 것'이잖아요. '엄마가 탈까? 아빠가 탈까? 하민이가 탈까?' 또는 인형을 활용하여 "뽀로로 +타", "자동차(빠방) + 타" 이렇게 단어와 단어 조합으로 자극을 주시는 거지요. 엄마의 머릿속에 있는 긴 블록을 하나씩 쪼개고 아기가 하나의 블록을 이해할 수 있다면 블록과 블록을 조합해주세요.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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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개월 무렵의 언어발달에 있어서 좋은 사인이 있다면,

1) 수용언어(이해하는 언어)가 또래보다 늦지 않고 -> 친숙한 사물의 이름을 이해할 수 있고

2) 산출하고자 하는 자음이 점점 늘어나는 듯이 보이고 -> 발음이 부정확해도 괜찮아요. '시도'가 중요해요.

3)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빈도 또한 점점 늘어나는 것이 보여야 해요 -> 주세요, 네/아니요, 요구하는 것 가리키기 등의 몸짓을 보이는 거지요.


오늘부터 아기에게 차근차근 일상적이고 친숙한 단어를 들려주세요. 아기가 흥미를 보이는 것 위주로 들려주면서 아기의 속도에 맞춰주세요. 먼 미래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유아기, 학령기로 성장과정에 있어서도 어휘력은 문해력의 발달에 있어서 큰 자원이 될 수 있답니다.


다음 연재는 24-36개월 이야기인데요. 혹시 오늘 12-24개월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으시다면 댓글로 말씀해주세요. 연재 목차는 변경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대화 예시나 놀이 상황을 더 촘촘하게 말씀드릴게요. 오늘도 아기에게 말을 걸기 위해, 아기와의 대화를 이끌어가기 위해 애쓰시는 양육자분들께 사랑과 진심을 담아 응원의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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