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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6개월 아이와 대화하기 : 단어 + 단어 합체

블록을 상상해보세요!

by 말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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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개월-36개월 무렵은 언어발달에 대한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입니다. 이전에는 '아이가 지금은 한 단어 정도 말하지만, 곧 더 말하겠지.' 이러한 생각으로 발달을 지켜보셨을 수도 있고, '저희 아이도 말이 느렸는데, 집에서 제가 책을 많이 읽어주었더니 어느 날부터 말이 터졌어요. 조금만 기다려보세요.'라는 인터넷 커뮤니티 댓글에 기다림을 선택하실 수도 있어요. '36개월까지는 기다려 보자.'라는 마음으로 지켜보시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아이의 언어발달이 단순히 표현만 늦은 것인지, 치료적인 개입이 필요할 것인지 여부는 아이를 직접 관찰한 언어발달 전문가가 가장 잘 알 수 있어요. 여기에서의 관찰은 아이의 말을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산출하는 자음은 무엇이 있는지, 어떤 단어를 주로 사용하는지, 어떤 의사소통 의도를 가지고 어떻게 소통하는지 여부도 포함됩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 신체발달, 인지발달 또한 포함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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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24-36개월 무렵의 아이의 언어발달을 어떻게 촉진할 수 있을까요?


이 무렵의 아이는 그동안 이해했던 어휘들을 스스로 조합해서 산출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산출, 조합' 이러한 어휘가 낯설게 느껴지실까요? 예를 들면, 아이가 이전엔 '빠방, 물, 맘마, 아빠/엄마' 이렇게 한 단어로 산출했다면(말했다면), 18개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단어를 합치기 시작하는 거지요. '빠방 + 타, 엄마 +가, 맘마 +먹어' 이러한 모습으로 짧게 구를 산출하기 시작합니다.


아이가 산출을 할 가능성이 높은 단어는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아이가 이해하기 쉬운 단어, 아이에게 친숙한 단어, 발음하기 쉬운 단어랍니다. '양말, 우유, 맘마(밥), 빠방(자동차), 기저귀, 옷'과 같은 단어는 아이가 매일 듣고 볼 수 있기에 먼저 산출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겠지요. 특히, '양말, 맘마, 빠방'은 입술 소리로 구성되어 있어서 아이에게도 발음하기에 쉽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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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친숙한 단어를 들려주세요. 이 때,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단어와 동작어 또는 상태를 나타내는 말을 함께 들려주세요. 예를 들어, '타, 넣어, 빼, 담아, 빗어, 입어, 눌러'와 같은 동작어를 들려주시는 거예요. 앞에 아이에게 친숙한 단어를 함께 들려주시면 두 단어 조합이 되겠지요? '차 +타, 블록 + 넣어/빼/담아, 머리 + 빗어, 옷 +입어'와 같은 구가 만들어 집니다.


두 번째 방법은 아이가 주도하는 놀이에 매일 10분씩 참여해주세요. 아이가 선호하는 장난감은 무엇인지, 무엇을 만지는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여부도 함께 관찰해보세요. 이 무렵의 양육자 고민 중 하나가 바로 교구인데요. 장난감이 많으면 아이가 흥미있게 새로운 장난감에 관심을 매번 보일 수 있지만, 언어를 확장하는데 있어서 많은 장난감이 필요한 것은 아니에요. 하나의 장난감을 조금씩 확장해서 다른 장난감과 함께 연결해줄 수 있지요.


매일 10분의 시간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어요. 오늘 놀지 못했다면, 내일 아이와의 시간을 가져보세요. 아이가 꺼내오는 대로, 아이가 이끄는 대로, 아이가 요구하는 대로, 아이가 안전하다는 전제 안에서 놀이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꼭, 외부의 자극이 필요한 것은 아니에요. 다양한 경험을 통한 언어습득도 필요하지만, 가정 안에서, 산책 길에, 짧게 차를 타고 오가는 중에도 언어자극을 풍성하게 줄 수 있답니다.


세 번째 방법은 노래를 활용해보세요. 'ㅇㅇ는 어디있나 여기', '머리, 어깨, 무릎, 발', '오리는 꽥꽥, 염소는 매~'와 같은 동요는 아이의 인지발달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노래만 불러주는 것이 아니라, 노랫말을 나타낸 율동과 함께 아이에게 사랑을 표현해주세요. 아이를 부드럽게 감싸주시고 뽀뽀나 스킨십으로 애정을 표현해보세요. 로션을 발라주면서, 목욕을 하면서, 아이를 재우기 전에 노래를 불러주셔도 좋아요.


<<부모의 말, 아이의 뇌>>의 저자는 오랜 시간동안 부모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말에 대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는데요. 많은 언어자극을 받은 아이가 말뿐 아니라 이후의 문해력도 더 좋다고 해요. 그런데 저자 또한 상호작용의 질을 강조한답니다. 엄마와 아빠가 아이의 눈을 보지 않은 채, 아이가 다른 곳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 때, 아이가 집중하기에 어려운 말로 언어자극을 준다면? 아쉽게도 이러한 자극은 상호작용이 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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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아이가 하는 말을 기록해보세요. 냉장고 앞에 기록지를 붙여 두시거나 아이가 잠든 이후에 스마트폰 메모장을 활용하는 것도 기록하는 방법이 될 수 있어요. 매일 아이와 함께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이가 주로 하는 말을 스쳐지나가게 될 수도 있답니다. 우리 아이만의 특별한 말 기록지가 완성될 수 있을 거예요.



아이의 언어발달을 이야기하는 육아서나 콘텐츠가 많은데, 이 주제의 글을 올리는 것이 독자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어쩌면 위의 정보들은 블로그나 유튜브 안에서 오히려 더 쉽게 보실 수 있으니까요. 저는 양육자분들께서 '아이와 대화하기'에 대해 갖는 부담감을 덜어드리는 것이 이 브런치북의 발간 목적이었어요. 지금도 변함이 없고요.


육아가 피곤한 날, 도무지 아이에게 언어자극을 줄 힘이 없는 날, 몸이 피로하고 지치는 날은 sns나 인터넷 공간에서의 정보를 찾는 것은 쉬어주세요. 그 시간에 엄마의 부족한 잠을 채우고, 내 아이에게 더 집중할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1년 365일, 매일 엄마의 언어자극이 한결 같을 수는 없겠지요.


비교하는 마음과 자책하는 마음, 그리고 매일 언어자극을 주어야 한다는 숙제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내세요. 대신, 그 자리를 간간히 갖는 휴식과 내 아이를 관찰하는 마음으로 채워보세요. 오히려 더 길게 아이와 마주하며 언어자극을 주는 시간을 지속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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