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영양가득한 말을 들려주세요.
"아이가 아직 긴 문장을 말하지 않아요. 또래 친구들 보면 제법 길게 말하던데..."
"36개월까지 기다려보라고 해서 기다렸는데, 아직 몇 단어만 말하네요. 언어치료실에 가봐야 할까요?"
"아이가 문장은 제법 길어졌는데 발음이 부정확해요. 이것도 치료실에 가야 할까요?"
아이가 36개월이 지나면, 아이의 '말'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전에 아이의 말이 '늦된 것은 아닌가' 생각했던 경우라면 말이지요. 간혹, 그 이전까지는 언어발달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다가 부정확한 발음이 점점 귀에 들리기 시작하면서 치료실을 찾기도 합니다. 치료사에게 있어서도, 36개월-48개월의 시기는 아이의 언어발달의 토대를 만드는 시기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운 마음과 함께 '골든 타임'이라는 말을 기억하게 됩니다.
먼저, 36개월-48개월 무렵은 아이가 산출하는 문장의 길이가 조금씩 길어지는 시기입니다. 다만, 이 시기는 '서툴어도 괜찮아!' 이 마음이 중요한데요. 아직 아이가 정확하게 발음하기 위한 구강 구조가 완전히 발달되지 않았고(발달 중입니다), 문장을 구성하는 '은, 는, 이, 가' 등의 문법 장치들을 능숙하게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서툰 것이 당연한 시기입니다. 발음도 부정확하게 들리고, 문장도 어색하게 느껴지지요.
한 사례를 더 깊이 들여다볼까요?
사례) 저희 아이는 38개월인데 얼마전까지 말할 수 있는 단어가 몇 개 없었어요. 그런데 최근들어 단어를 많이 말하면서, '엄마 이리와, 아빠 회사 가, 터준이(서준이) 빠방 타자' 이렇게 짧은 문장도 말하기 시작했어요. 언어치료사 선생님의 유튜브를 보니까 아직 ㅅ(시옷) 발음은 정확하게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문장 길이가 여전히 친구들에 비해서는 길지 않은 것 같아요. 아이가 이해하는 것은 또래에 비해 늦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책을 많이 읽어주면 될까요?
답변) 서준이가 단어를 말하고, 단어와 단어를 연결해서 짧은 문장을 말하기까지 어머님께서 많은 자극을 주셨을 것 같아요. 그동안 너무나 애쓰셨습니다! 부모이기 때문에 조급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마음이지요.
먼저, 지금까지 해오셨던 것처럼 서준이에게 많은 단어를 들려주세요. 일상에서 서준이가 알고 있는 단어는 두 단어로 조합해서 들려주시다가, 또 다시 살을 붙여주세요. 예를 들어서, '엄마, 다동타다.' 이렇게 말을 했다면, "맞아, 도로 위에 자동차! 자동차가 빠르게 가네!" 이렇게 들려주시는 거예요. 서준이에게 부담되지 않는 문장 길이와 단어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자극이 될 수 있겠지요? 처음엔 어렵게 느껴지실 수 있겠지만, 몇 번 시도하시다 보면 서준이가 자주 산출하는 단어와 문장을 살펴보시면서 적절한 문장을 만드실 수 있을 거예요.
아이의 발음은, 특히, /ㅅ, ㅆ/발음은 만 6세 무렵에 정확하게 산출됩니다. 여기에 있어서도 개인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요. 중요한 것은 /ㅅ/를 정확하게 산출할 수 있는 능력을 그 이전에도 길러야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 서준이와 /ㅅ/ 산출을 연습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후에 /ㅅ/을 더 정확히 산출하기 위한 근육을 길러주는 것이지요.
가정 안에서는 /ㅅ/을 정확하게 들려주세요. 간혹, 아기 목소리로 엄마가 /ㅅ/ 발음을 하다가 /ㅌ/나 /ㄸ/로 나기도 하는데요. 아이에게는 정확한 발음을 들려주시는 것이 좋답니다. 아이는 엄마와 아빠가 하는 말소리를 유심히 듣고 스스로 수정하곤 하거든요. 티나지 않더라도 아이들은 주변의 말소리를 듣고 모방하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합니다.
발음에 있어서도 어휘와 문장 산출에 있어서도 가정 안에서 천천히, 부드럽게, 단어와 문장을 들려주세요. 무론, 여기에 있어서 그림책 읽기도 많은 자극이 될 수 있답니다. 아이가 선택한 책으로 아이의 선호도에 따라가 주시는 것이 중요해요. 그림책 읽기가 언어 자극을 위한 학습 도구가 되면 아이가 책을 재미 없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어요. 여기에 있어서는 저의 책 <<말이 쑥쑥 자라나는 그림책육아>> 안에 더 자세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브런치북 <<우리 엄마는 말선생님입니다>> 안에도 담겨 있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 아이가 마음껏 말을 시도하고 실수해도 괜찮다는 분위기를 조성해주시는 거예요. 어른들도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 가장 두려운 것이 '틀릴까봐', '발음이 좋지 않을까봐' 이 부분이니까요. 3-4세의 아이들은 어른들이 '다시 말해볼래?', '이게 뭐였지?', '엄마가 알려줬잖아.' 이러한 피드백이 반복되면 자신감의 크기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답니다. 이 또한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 거예요.
틀려도 괜찮아, 우리 엄마는 늘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줘! 이러한 생각을 아이가 갖게 된다면, 더 많이 말하고, 실수를 통해 아이가 자신의 말을 스스로 바꿔어보는 시간을 가질 기회가 더 많아집니다. 그 시간을 통해 아이는 더 많이 말하고, 주변의 말소리에도 기울일 수 있답니다.
또한 아이에게 좋은 말을 많이 들려주세요. '좋은 말'은 무엇일까요? 일상에서의 일, 감정, 날씨, 소소한 변화를 나누어보세요.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네. 이제 가을이 오나봐." 쌀쌀해진 날씨에 아이가 이 말을 자주 듣다보면, '쌀쌀하다'라는 어휘를 학습적으로 배우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익힐 수 있겠지요? 언어는 자연스럽게 배울 때 가장 쉽게 배우고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36개월-48개월, 그동안 많이 애쓰셨어요. 저는 아이가 이 시기가 되기 전에 되레 겁을 많이 먹었답니다. 주변에서 이 시기는 아주 힘들고 고될 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24개월까지 언어가 빠른 편이 아니었는데, 이제 겨우 말이 조금 트였는데, 이 시기에 자극을 주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압박감도 있었고요.
그런데 아이와의 시간을 일정하게 가지면서 아이가 마음껏 말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니까 아이가 말에 있어서도 자신감을 갖게 되었어요. 물론, 말을 잘 하는 것, 말이 빠른 것이 모든 발달의 척도로 볼 수는 없지만 엄마로서도 그 무렵은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시기는 돌아보면 다른 때보다도 훨씬 빠르게 지나갔던 것 같기도 합니다.
여러 육아 정보나 책에서도 언어발달 정보를 얻고, 체크리스트로 점검해볼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아이입니다. 마쓰이 다다시 작가님의 말처럼, 아이에게 좋은 말을 먹여주세요. 그 좋은 말은 그림책 안에도 들어있지만, 우리 가정의 일상 안에 더 많이 숨겨있을 가능성도 크답니다! 오늘도 아이의 건강한 언어발달을 위해 애쓰시는 모든 양육자분들께 응원의 마음을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