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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Jun 23. 2020

011. 자전거 여행

11. Visiting the Ocean 

11. 바다 구경

루크가 자원봉사자들에게 바닷가에 놀러 가자는 제의를 했다. 바닷가가 가깝지는 않았지만 주말에 자전거를 타고 45분 정도 가면 바다를 볼 수 있다고 했다. 루크는 피아로부터 자전거를 빌렸다. 나머지 자원봉사자들은 솔박카를 돌아다니면서 구석구석 처박혀있던 자전거를 모았다. 모두 4대를 찾을 수 있었지만 그중에 제대로 된 자전거는 단 한 대도 없었다. 다행히 마빈이 자전거 고치는 일을 했기 때문에 모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나는 키가 작았기 때문에 제일 작은 자전거를 탔는데, 나에게도 너무 작아서 무척 불편했다. 

주말이 되었고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바다를 향해 달렸다. 루크가 길을 안다고 했다. 한번밖에 가본 적이 없지만 시골은 길이 단순했기 때문에 그냥 길만 따라가면 된다고 한다. 길의 이름은 <왕의 길>이라고 한다. 언덕은 별로 없지만 길이 많이 구불구불하고 경치가 좋아서 매년 유럽에서 오토바이를 타기 좋은 길 10위 안에 선정된다고 한다. 날씨도 자전거를 타기에 아주 적당했다. 솔솔바람이 적당히 불어오고 하늘엔 조각구름이 흘러가고 양 옆에는 키 큰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15분 정도 가서 우리들은 그 동네의 유일한 카페에 들렀다. 빨간색 건물에 하얀색 문과 창문이 있고 앞에는 푸른 잔디밭이 있어서 마치 동화에 나오는 집 같이 생겼다. 마당의 구석에는 작은 연못에서 물이 흐르고 있었고, 정문 옆에는 야외 테이블 몇 개와 2명이 같이 탈 수 있는 나무로 된 그네가 있었다. 하지만 막상 실내는 좁았고 오래된 싸구려 식당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진열장은 거의 비어 있었고, 싸구려 식탁 몇 개가 놓여 있었다. 사람들이 붐비거나 하지는 않아도 손님들이 꾸준히 들락날락 하는 가게였다. 음료수와 아이스크림과 파이 몇 종류를 파는데, 모든 파이는 자기네가 직접 굽는다고 한다. 음료수도 근처 공장에서 생산되는 사이더를 팔았다. 사이더는 좀 특이했다. 사과 과즙을 발효해서 만들었는데 엘더베리를 섞어서 독특한 향이 났다. 진저에일과 마찬가지로 유산균의 발효로 인해 탄산이 생겨나고 그로 인해 0.5%의 알코올이 들어 있었다. 루크는 블루베리 파이를 추천했는데, 마침 다 팔리고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파이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블루베리 파이에 들어가는 블루베리는 동네 숲에서 직접 따온 야생이다.

그 카페에서 파이로 간단히 점심을 먹은 뒤 우리는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고 바다를 향해 달렸다. 나도 여행 전에는 자전거로 출퇴근을 했기 때문에 나름 자전거를 잘 탄다고 자신했지만, 계속해서 맨 마지막으로 뒤쳐졌다. 그러다가 결국 내가 타던 자전거의 체인이 빠지는 바람에 모두 멈추어야만 했다. 마빈이 자전거를 고친 후 나와 마빈은 자전거를 바꿔 탔다. 하지만 마빈은 그 불편한 자전거로도 제일 먼저 앞장서서 달려갔다. 역시 실력 앞에서는 장비 탓이 소용없었다. 가는 길에 다리를 3개를 건너고 나중에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넜다. 배는 자동차 두어 대와 사람을 실을 수 있는 크기였다. 강의 폭이 넓지 않았기 때문에 자주 왔다 갔다 했다. 막상 강을 건너는 시간보다 배를 기다렸다가 올라타고 내리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배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서 운영되는 것이라 뱃삵을 받지 않았다. 

배에서 내려 조금 가자 곧 길이 끝나고 우리들은 숲 속으로 들어갔다. 길이 있는 둥 없는 둥 애매했다. 루크도 길에 자신 없어했다. 그러나 눈으로 볼 수 없을 땐 믿음으로 나가라고 했다. 얼마 가지 않아 곧 바다가 나타나고 작은 백사장이 펼쳐졌다. 자전거로 1시간 정도 달린 것 같다. 

바다를 보자 독일인 형제는 갑자기 옷을 벗기 시작했다. 

"옷을 다 벗는 거야?"

내가 묻자 마빈이 대답했다.

"응. 우리가 감명 깊게 본 영화 중에 형제가 누드로 바다로 뛰어 들어가는 장면이 있어. 우리는 그것을 재현해보려고 해."

"그게 무슨 영화인데?"

"독일 영화라 넌 아마 모를 거야."

마빈이 영화 이름을 말해도 나는 기억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발가벗고 소리치고 웃으며 바다로 뛰어들었다. 루크는 수영복을 챙겨 왔고, 라몬 또한 팬티만 입고 바다로 들어갔다. 나는 귀찮아서 일광욕만 즐겼다. 바닷가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산 사이로 바다로 가는 길이 조금 보였다.

"저 쪽은 육지로 연결 된 부분인가? 우리는 만에 있는 거야?"

라몬이 루크에게 물었다. 

"아니. 산처럼 보이는 저것들은 사실 섬들이야. 여기서 보면 마치 땅 하고 연결된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섬들이 겹겹이 있어서 그래. 핀란드는 세계에서 섬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야."

핀란드에는 거의 18만 개의 섬이 있어서 스웨덴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섬이 두 번째로 많은 나라다. 호수도 18만 8천 개나 있다. 나는 필리핀이 섬이 가장 많은 나라인 줄 알았는데, 필리핀은 겨우 7위다.



우리는 바다에서 실컷 시간을 보낸 후 솔박카로 돌아왔다. 돌아올 때는 마빈의 동생이 후진 자전거를 탔다. 하지만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 뒤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 기다려!" 

자전거의 체인이 또 빠진 것이다. 우리들은 모두 멈추었고 마빈이 자전거의 체인을 다시 끼울 때까지 기다렸다. 마빈은 눈 깜박할 사이 자전거를 고쳤다. 하지만 다시 출발 한지 얼마 안 되어 자전거의 체인은 또 빠졌고 이번에 마빈은 조금 더 시간을 들여서 고쳤다. 자전거 탓인지 체력의 차이인지 자전거는 바닷가로 갈 때 나란히 가던 것 과는 달리 자전거 행렬은 길게 늘어졌다. 맨 앞에 있는 자전거와 맨 뒤의 자전거의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 꼴찌는 역시 내가 처음에 타던 제일 후진 자전거였다. 나는 혹시나 그 자전거가 또 문제를 일으킬까 봐 걱정이 되어서 종종 뒤를 돌아보았다. 

우리들이 다리를 건널 때 드디어 큰일이 벌어졌다. 그 자전거가 또 한 번 말썽을 일으켰는데, 이번에는 체인이 엉켜서 자전거가 완전히 고장나버렸다. 뒤에서 멈추어 달라고 소리를 쳤지만 맨 앞에 있던 루크는 듣지 못하고 계속 달려갔다. 큰 소리로 전달 전달을 해서 겨우 루크가 듣고 돌아왔다. 제대로 된 공구가 있어도 고치기 힘들 정도로 자전거가 망가져버렸다. 자전거 여행은 일단 멈추었다. 어쩔 수 없이 루크는 안나에게 전화를 했다. 안나는 생선이 어쩌고 저쩌고 이야기를 했지만 일단 우리를 데리러 오기로 했다. 

안나를 기다리는 것은 생각보다 무척 지루했다. 우리들은 자전거를 다리 옆에 세워놓고 바위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위에는 이끼가 많이 껴 있었다. 

"돌 위에 그냥 앉는 것보다 이끼 위에 앉으니 폭신 폭신하고 기분 좋은데?"

"그러다가 바지가 초록색으로 물드는 거 아니야?"

"그거 알아? 이끼를 믹서기에 물과 함께 간 후 스프레이 병에 담아서 벽에 뿌리면 벽에서 이끼가 자라. 그때 디자인을 잘하면 이끼로 만든 글씨를 쓸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문양도 만들 수 있다고."

누군가가 그 말을 하자 루크가 또 다른 재미있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하루에 8천3백만 개의 화장지를 사용해. 물론 세계 인구의 70%는 화장지를 사용하지 않지만 서구문화권에서 화장지는 빠질 수 없는 필수품이 되어 버렸어. 그로 인해 하루에 십만 그루의 나무가 사라진다고. 십만 그루라고. 물론 재활용을 해서 만들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커다란 낭비 임에는 틀림없어. 그래서 어떤 사람이 화장지 대신 이끼를 사용하는 것을 제안했어. 이끼는 계속 자라니까 이끼를 계속 뜯어도 없어지지 않아. 매우 친환경적이라고 생각되지 않아? 게다가 감촉도 화장지보다 훨씬 부드럽다고."

"이끼가 두꺼우면 변기가 막히지 않을까? 게다가 4인 가족의 경우 엄청난 양의 이끼가 필요할 텐데 다시 자라기까지 기다릴 수 없을걸."

라몬이 반론을 제기했다. 아마 우리들 중 이끼로 화장지를 대체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그래도 무척 재미있는 대체안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끼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해가 뉘역 뉘역지기 시작했다. 결국 안나가 도착했고 망가진 자전거를 차에 실은 후 나는 안나의 차를 타고 솔박카로 돌아왔다. 나머지 친구들이 자전거를 타고 솔박카에 돌아왔을 때는 해가 떨어져서 캄캄해진 후였다. 


내가 솔박카에 도착했을 때 부엌에는 20리터 정도 되는 비닐봉지에 생선이 가득 있는 것을 보았다. 안나의 차를 타고 편하게 왔다고 생각한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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