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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Jun 24. 2020

012. 생선 모닥불 구이

12. Cooking Fish over Bonfire

12. 생선 모닥불 구이

나는 안나의 차를 타고 편하게 솔박카로 돌아왔다. 나머지 친구들은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느라 땀을 흘리며 고생하고 있을 생각을 하니 조금 불쌍하기도 했다. 갈 때는 몰랐는데, 우리가 자전거로 갔던 거리는 차를 타고 오면서도 꽤나 멀게 느껴졌다. 솔박카에 돌아와서 부엌에 가보니 20리터짜리 비닐봉지에 손가락만 한 생선이 가득 차있었다. 

"이게 다 뭐예요?"

"아까 잠시 언급했던 생선이야. 화이트피시라는 거야. 나도 알아. 나라마다 화이트피시라고 부르는 어종이 제각각이라는 걸. 핀란드에서 말하는 화이트피시는 호수에서 잡은 민물고기야. 어떤 어부가 잡았는데 갑자기 팔 수 업게 되어서 아무나 공짜로 가지고 가라고 페이스북에 올렸어. 그래서 내가 연락을 해서 받아온 거야."

"엄청나게 많은 양인데요."

"생선이 작아서 금세 상하기 때문에 빨리 손질을 해야만 해. 그래서 너의 도움이 필요해."

"어떤 일을 도와야 하나요?"

"일단 생선 내장을 다 빼야 해. 뼈는 연해서 바로 먹을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안나는 이어서 손질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내가 하는 것을 잘 봐. 손가락을 이용하는 게 제일 편해. 손가락을 아가미 밑에 꽂아 넣고 아래로 쭉 흩으면서 내장을 발라내. 가능하면 오늘 안에 끝내야 해."

작업 자체는 무척 간단하고 쉬웠다. 하지만 양이 문제였다. 생선은 적어도 수백 마리 어쩌면 천마리 까지 되는 것 같았다. 내장을 빼고 빼도 끝이 없었다. 안나는 처음에 나와 같이 생선 내장 빼는 일을 하다가 다른 것을 준비한다면서 나를 부엌에 혼자 남겨놓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30분이 지나자 나의 검지 손가락 끝은 할아버지 손가락처럼 쪼글쪼글해졌다. 나는 잠시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한 다음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갔다. 45분이 지나자 손가락에 감감 이 없어졌다. 다시 한번 스트레칭을 하고 작업을 이어갔다. 한 시간이 지나자 하늘은 이미 어두워졌고 다른 자원봉사자들은 자전거를 타고 돌아왔다. 

"제발 도와줘."

나는 친구들에게 간절히 부탁했다. 하지만 그들도 힘든 페달질 끝에 땀에 흠뻑 젖고 지쳐서 도저히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이게 다 뭐야?"

"아까 안나가 말한 생선이야. 이걸 손질해야 해."

"도대체 얼마 동안 이 일을 한 거야?"

"안나의 차를 타고 와서 바로 시작했으니 거의 한 시간째 이러고 있었어."

"대단하다. 그런데 거의 끝나가는 거야?"

"이제 반 정도 한 것 같아."

"세상에나."

라몬이 잠시 도와주는 듯싶었지만 10분도 채 안되어서 포기했다. 다행히 저녁 시간이 되자 솔박카의 사람들이 와서 도와주었다. 

"다니는 이제 그거 그만하고 이리로 와서 나 좀 도와줄 수 있겠니?"

안나가 말했다. 

"힘들었지? 고생 많이 했어. 이제 바위로 가서 모닥불 지피는 것 좀 도와줘."

안나는 다리가 달린 커다란 솥을 가지고 왔다. 부엌 옆에는 집채만 한 편평한 바위가 있는데, 천연적으로 가운데가 살짝 들어가 있어서 모닥불 피우는 장소로 사용하고 있었다. 모닥불 주변에는 통나무를 몇 개 가져다 놓아서 벤치 대용의 역할을 했다. 나와 안나는 모닥불을 지핀 후 불길이 안정이 되자 모닥불 위에 솥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안나는 부엌에 가서 버터와 빵과 소금을 가지고 왔다. 

"화이트피시는 이렇게 먹는 게 핀란드의 가장 전통적인 방식이야."

안나가 설명을 했다. 

안나와 내가 모닥불을 준비하는 동안 생선 손질은 마무리되었고 당일 먹을 것만 남긴 후 나머지는 찰리의 냉장고에 잠시 보관해 두었다.

솥이 달궈지자 버터를 녹인 후 생선을 올리고 솥의 가장자리에는 빵을 놓았다. 생선이 솥에서 버터에 튀겨지는 동안 소금을 뿌려 간을 했다.

날은 이미 어두워진 데다 솥이 모닥불을 가려서 앞을 하나도 볼 수 없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었지만 빵에 생선을 듬뿍 올려서 먹는 것은 별미였다. 역시 재료가 신선하면 별다른 양념 없이도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다. 이렇게 먹는 생선은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꿀맛이었다. 솔박카의 사람들은 모두 배가 터지도록 생선을 먹었지만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남겼다. 안나는 다음날도 생선을 이용한 오븐구이 요리를 했다. 그것도 무척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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