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니 Jun 29. 2020

018. 겨울이 9개월

18. Winter preparation

16. 겨울 준비


핀란드의 여름은 겨우 3개월이고 나머지 9개월은 겨울이다. 여름이 3개월이라고 해도 막상 6월 초와 8월 말은 봄이나 가을 날씨에 해당하기 때문에 진정 여름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날은 일 년 중 고작 2개월뿐이다. 솔박카는 핀란드의 남부에 위치해 있어서 그나마 한 겨울에도 6시간이라는 해를 볼 수 있다. 

"캄캄할 때 출근해서 다시 캄캄해서야 퇴근을 하는 셈이지"

안나가 설명해주었다. 

"겨울에는 무척 춥죠?"

"제일 추울 때는 영하 35도까지 내려가."

"유튜브를 보니까 어떤 러시아 사람이 영하 35도에서 끓는 물을 부으니까 바로 눈으로 변하던데요."

"실험해보진 않았는 데, 하여튼 무척 추워. 밖에서 소변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지."

"핀란드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추위를 생각하면 저는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겨울이 다가오면 장작이 많이 필요하다. 찰리의 교회 옆에 헛간이 있는데, 꽤나 큰 헛간을 장작으로 가득 채운다. 8월 말경 라몬과 나는 그곳에서 장작을 가져다 와서 난로에 불을 지폈다. 자작나무의 껍질에는 기름이 많아서 불이 잘 붙었다. 게다가 자작나무의 껍질은 맨 처음 불을 지필 때 불이 잘 붙어서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자작나무 장작을 집어가는 우리들을 보고 찰리가 한 마디 했다.

"자작나무는 사용하지 마."

"그건 왜죠?"

"자 작자 무는 단단해서 불이 매우 오래가거든. 그래서 겨울에 사용하려고 아껴 놓는 거야."

"숲에서 나무를 해오면 안 되나요?"

"빨간 통 너머는 우리 땅이 아니야."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는 주워와도 되나요?"

"법적으로는 그것도 주우면 안 돼."

"난감하네요."

"대신 내 헛간에 있는 나무는 맘대로 써도 돼."

찰리의 헛간에 있는 장작은 부서진 가구들이었는데, 못이 많이 박혀있었다. 라몬과 나는 난로에 들어갈 만한 알맞은 크기의 나무 조각을 찾기 위해 장작더미를 밟고 올라가야 했다. 쓰러지고 밀리는 장작더미 위에서 우리는 못을 밟지 않기 위해 아주 조심해야 했다.


피아도 장작을 주문했다. 10톤 트럭 가득 장작을 싣고 와서 마당에 뿌려놓고 갔다. 자원봉사자들은 일렬로 줄을 서서 장작 쌓는 것을 도왔다. 오전 내내 장작을 날랐지만 다 정리하지 못했다.

"이렇게 많은 장작을 다 쓰나요?"

"겨울 내내 써야 하니까 모자랄지도 몰라."

"이게 모자라다고요?"

"응. 추운 날이 얼마나 오래가느냐에 따라 다르긴 한데, 영하 35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이 일주일을 넘기면 이것도 모자랄 수 있어."

"대단하네요."

피아는 장작을 차곡차곡 쌓았는데 중간중간 장작을 반쯤 빼놓았다. 가지런히 쌓인 장작 틈으로 삐죽삐죽 튀어나온 장작이 보였다.

"중간에 삐죽 튀어나온 장작들은 뭐죠?"

"저렇게 쌓아 놓아야 쓰러지지 않아. 잘못해서 장작이 우르르 쏟아지는 날엔 재난 사태가 벌어지거든."

반 정도 빼놓은 장작으로 인해 장작더미는 살짝 안쪽으로 기울어졌고 그로 인해 벽 쪽으로 기대도록 되었다.





이전 07화 017. 음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