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Solbacka
03. 솔박카
차를 주차하고 차 밖으로 나오니 양쪽에 한 채씩 있었는데 서로 약 50 정도 떨어져 있었다. 알고 보니 하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아서 빈집이었다. 앞으로는 평원 뒤로는 숲이 있었다. 그때 저쪽에서 덩치가 곰만 한 아주머니가 다가왔다. 그녀는 곱슬한 금발머리에 파란색 눈을 가지고 있었다.
나를 태워준 할머니와 덩치가 큰 아주머니는 인사를 나누었다. 아주머니는 덩치에 비해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나는 정신을 집중해야만 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기로 한 다니엘입니다." 나도 내 소개를 했다.
"이 사람이 길에서 걸어가고 있길래 내가 데려다주러 온 거야."
두 사람은 잠시 대화를 나눈 후 할머니는 나에게 인사를 하고 바로 떠났다.
"자네가 아까 오기로 했던 다니엘이었군. 기차역으로 데리러 간 사람이 있었는데 아무도 안 왔다고 하길래 조금 걱정을 했어."
"죄송해요. 기차가 연착이 되었어요. 게다가 저에게는 핀란드 심카드가 없어서 전화를 할 수 없었어요. 인터넷도 안 되고요."
"일단 짐을 내려놓을 장소부터 알려줄게. 따라와. 참. 내 이름은 안나야."
"WWOOF 호스트시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솔바카는 "해가 있는 언덕"이라는 뜻이다. 도시의 번잡함을 피해 조용하게 공동체 생활을 하고 싶은 친구들이 모여서 땅을 사고 거기에 집을 짓고 솔바카라는 이름을 붙였다. 당시 완성된 집은 한채 밖에 없었고 4채의 집이 지어지고 있었다. 그 집은 완성되었다기보다는 땅을 살 때부터 있었던 집 같았다. 전원생활의 아이디어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땅을 찾는 데만 7년이 걸렸다고 한다. 정확하게 그 조건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마실 수 있는 지하수가 있고 조금 외지고 조용한 장소이면서 도시에서 아주 멀지 않은 곳이 아닐까 상상할 수 있었다. 내가 미국에 있을 때에도 내가 가던 모임에서도 종종 그런 이야기를 했었기 때문에 아주 생소하진 않았다.
그녀는 나를 데리고 숲 속으로 갔다. 자갈밭으로 된 길이 이어져 있었는데, 멀지 않은 곳에는 오두막이 하나 있었다. 거리상으로는 50미터 정도밖에 안 되지만 나무에 둘러싸여 있어서 가까이 가지 않으면 보이지 않았다. 숲 속의 오두막이라 낭만적이었다.
"이곳에서 자면 돼. 짐 풀고 부엌으로 와."
"식당이요?"
"아까 주차해놓은 곳 옆에 있어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
오두막집은 양산형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미리 준비된 나무를 이용해서 조립식으로 지어졌는데, 크게 봐야 6 평방미터 정도의 크기에 창문 한 개, 문 한 개가 있었다. 화장실은 당연히 없었고 침대 하나, 작은 선반 하나, 그리고 장작을 이용해 불을 지피는 난로가 전부였다. 선반 위에는 양초 몇 개와 성냥갑 두 개가 있었지만 성냥갑 안에는 성냥이 몇 개 안 남아있었다. 전기와 물이 없기 때문에 밤에는 초를 켜서 불을 밝혀야 했다. 침대 밑을 보니 제대로 된 침대가 아니고 합판과 나무 조각으로 급조해서 매트리스만 겨우 올려놓을 수 있게 만든 아주 허접한 가구였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정도면 자원봉사자 중에서 제일 좋은 숙소라고 볼 수 있었다. 다른 자원봉사자들은 텐트나 천막에 머물렀다.
어차피 짐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나는 바로 부엌으로 갔다. 야외용 부엌은 첫 번째 집 바로 옆에 붙어 있었지만 거대한 돌이 시야를 가리고 있어서 주차장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야외용 부엌은 벽이 두면에만 있었고 두 면은 뚫려 있었다. 부엌은 나무로 만들어졌는데, 기둥이 똑바로 자른 나무가 아니라 살짝 꼬불꼬불한 통 나무로 되어 있어서 수제 건물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부엌 안에는 싱크대가 있었고 그 옆에는 2구짜리 가스레인지와 가스 오븐이 있었다. 그리고 싱크대 위에는 모양이 제각각인 수많은 컵과 접시가 있었다. 부엌의 구석에는 20리터짜리 작은 냉장고가 있었는데 냉동 기능은 없었다. 전기 콘센트는 2구짜리 하나가 다였다. 하나는 냉장고가 차지하고 있었기 다른 하나에는 3구짜리 멀티탭을 연결했다. 부엌의 전등이 하나를 사용하기 때문에 막상 사용할 수 있는 전기 콘센트는 2개였다. 부엌이라는 특성상 커피머신과 믹서기 등 가전제품을 자주 사용하는데 전화기, 전기드릴을 충전할 때는 필요에 따라 뽑고 끼기를 반복해야 했다. 전화기를 충전해 놓고 잠시 다른 곳에 다녀오는 동안 누군가가 다른 가전제품을 쓰려고 충전기를 빼놓는 경우가 허다했다.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전기가 있다는 것 자체 만으로 감사할 일이었다.
숙소에 돌아가 봐야 TV나 인터넷이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주로 부엌에서 시간을 보냈다. 잠자는 시간 빼고 하루종이 얼굴을 마주 보고 있는 상황이니 서로 급속도로 친해졌다. 정 인터넷이 필요하면 안나에게 부탁해서 핫스폿을 켜서 사용했다. 자원봉사자는 안나의 전화기를 인터넷을 할 수 있는 마법의 기계라고 불렀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주로 자원봉사자들은 카드게임이나 보드게임으로 시간을 보냈는데,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했다. 가끔 모닥불을 피워놓고 음식을 만들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