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 핀란드 도착

02. Arriving in Finland

by 다니


나의 WWOOF 경험담

내가 WWOOF를 좋아하는 이유는 나의 첫 번째 WWOOF가 너무나도 인상적이었기도 하지만 단순한 관광에 싫증이 난 이유도 있다. 유명한 관광지에 가서 사진을 열심히 찍어 봤자 인터넷에는 내가 찍은 사진보다 훨씬 멋진 사진들이 널려있다. 내가 직접 찍었다는 이유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막상 관광지에 가서는 사진보다는 그 순간을 즐기는데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사진 찍는 것을 깜박하고 까먹은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 할수록 사진보다 중요한 것은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카이다이빙이나 번지점프 같은 경험 말고 문화와 삶을 체험하는 경험이 하고 싶어 졌다. MBTI 성격유형 검사를 하면 각 나라마다 그 민족의 특성이 나타난다. 한국인들에게 무척 드문 성격이 남미에서는 제일 흔한 성격인 것이다. 그들이 겪은 역사, 기후, 지형에 따라 민족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은 나에게 무척 흥미로운 주제였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에는 관광보다는 WWOOF가 제격이었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파거비크까지


헬싱키에서 기차를 타고 출발해서 중간에 한번 갈아타고 카리스라는 도시까지 가면 WWOOF를 신청한 농장에서 사람이 나와서 기다려주기로 했다. 하지만 헬싱키에서 출발하는 기차가 연착이 되었다. 기차역에서 갈아타야 하는데, 이미 떠났어야 하는 기차는 연착된 기차를 타고 온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타야 할 기차는 이미 떠났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 기차를 타지 않았고 결국 한 시간을 기다려서 다음 기차를 탔다. 알고 보니 그 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는 노선이 하나밖에 없었다.


결국 카리스 역에는 한 시간이나 늦게 도착했다. 나를 기다리던 사람은 이미 떠나버린 후였다. 여행 중에는 유심카드를 사거나 로밍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농장의 호스트와 연락을 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니 나는 지도를 보고 걸어서 농장까지 가기로 했다. 지도에 의하면 약 30분 걸린다고 되어 있었다. 그다지 멀지 않다고 생각되어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도시 외각으로 가자 한국의 국도와 같은 길을 건너가야만 했다. 4차선 길이었다. 차들은 생생 달리고 있었고 횡단보도 같은 것은 아예 없었다. 나는 차들이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이건 웬일인가? 지나가던 차가 나를 보고 멈추었다. 그 뒤에 오던 차들도 다 멈추었다. 그리고는 나보고 길을 건너라고 손짓을 했다.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꿈에서 조차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하지만 핀란드의 시골에서 나는 보행자를 배려하는 놀라운 것을 경험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원래 보행자는 지하통로를 이용해서 건너가게 되어 있지만 내가 입구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무사히 길을 건너고 계속 가는 길은 인도가 없는 2차선의 좁은 차도였다.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쯤 걸으면 도착할 줄 알았는데, 스마트폰 위에 나온 지도를 보니 1/3 밖에 가지 못했다. 알고 보니 30분은 버스를 탔을 경우고 걸어서 가면 3시간 거리였다. 지치지 않았지만 그늘이 없었기 때문에 온몸은 땀에 젖었다. 신호등은 하나도 없었다. 이 길은 원래 "왕의 길"이라는 이름이 있다고 한다. 수백 년 전 영주가 다니던 길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이곳에서 바다가 보였다는데, 지금은 나무가 가려서 왼쪽으로는 숲이 있었고 오른쪽으로는 밭이 있었지만 밭 너머로 다시 숲이 있어서 바다는 보이지 않았다. 경치가 무척 좋고 길이 고불고불해서 유럽에서 오토바이를 타기에 가장 좋은 길 상위 10위 안에 든다고 한다.


반대쪽에서 하얀 차가 지나가는데 운전자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 차는 잠시 가다가 멈추었다. 그리고는 유턴을 해서 내가 있는 곳까지 돌아왔다.

"어디 가는 거야?"

운전석에 앉은 할머니가 나에게 물었다.

"솔박카라는 농장이요."

"괜찮다면 내가 데려다줄게 차에 타."

"고맙습니다"

나는 차에 올라타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내 친구를 카리스까지 데려다주는 중이야. 그래서 먼저 이 친구를 내려주고 너를 데려다주어도 괜찮겠지?"

"데려다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차는 다시 유턴을 해서 내가 한 시간 전에 있었던 카리스까지 돌아갔다. 할머니는 친구분을 내려주고는 다시 차를 돌려 내가 가려던 솔바카로 갔다.

"솔박카는 나의 친구들이 있는 곳이야. 내가 잘 알지."

"이런 우연이 다 있군요. 고마워요."

할머니는 기독교라고 했는데, 제 칠 일 안식교라고 하는 것 같았다. 우리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포장된 길에서 빠져서 약 200m 정도 자갈이 깔린 비포장도로로 더 깊이 들어갔다. 포장된 길에서는 보이지 않는 숲 속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나 혼자 왔더라면 절대로 찾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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