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의 주기

[세 살배기 3.3] 휴식의 주기 감속설

by 라벤더핑크

열심히 일할 수록 번아웃은 그만큼 더 빠른 속도로 나를 찾아온다. 나들이나 여행을 통해 차를 갓길에 대거나 엔진오일을 갈아주는 짧은 멈춤만으로 번아웃을 회복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자동차를 정비소에 며칠씩 맡기는 수고스러움을 감수해야 비로소 차가 정상으로 돌아올 때도 있다. 나의 이런 기나 긴 브레이크와 같은 정비의 시간은 인생에서 딱 세 번 찾아왔다.


독일 아우토반 같은 고속도로만 거침없이 달리던 내가 처음 감속 페달을 밟은 20~22살 때 정규 학과 과정의 멈춤을 가져온 휴학.

두 번째 브레이크는 32살 즈음 하루라도 쉬는 날 없이 줄곧 회사란 곳에 몸 담고 있는 근무의 멈춤이라는 퇴사를 강행하면서.

그리고 세 번째는 회사 다니면서 한 번도 놓아본 적 없던 업무의 멈춤이라는 휴직을 시도하며 38살에.


이쯤 되면 눈치챌 수도 있겠지만 나의 휴식 주기는 어림잡아 약 20, 10, 5 년 주기로 찾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무섭게도 그 주기는 반토막이 나며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한편으로 소름 끼치기까지 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예측해보건대 다음의 휴식 주기는 2~3년 내에 찾아올 것이다. 나의 오랜 숙제인 결혼이란 과제를 해결하고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진다면 어쩌면 육아 휴직으로 그즈음 휴식기를 가질지도 모른다. 혹은 또다시 찾아온 번아웃으로 지쳐버린 노예의 삶에 과감히 사표를 집어던지고 맞이할지도. 이 휴식 주기 가속설에 한 층 신빙성을 더해주면서 말이다.


다음 다음번 번아웃은 1년, 6개월, 3개월, 1개월, 2주, 1주, 3일, 하루... 그리고 어느 순간 쉬어도 회복이 안되어 매일이 휴식이 되어야 할 때가 찾아오겠지. 나의 네 살 배기, 다섯 살 배기... 나의 인생의 나이테를 무한하게 자라게 만들면서...


그 시기가 생각보다 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이 시기가 찾아온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한번 상상해보았다. 아마 휴직 기간을 바쁘게 무엇인가로 채워 넣었더라면 이와 같은 생각을 해 볼 여유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충분한 휴식으로 삶의 여유와 공간, 여백이 생기자, 나는 이런 삶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기력이 돌아왔다 하나 예전 같지 않은 한층 약해진 나의 몸이 바쁘게 돌아가는 회사의 일상에서 다시금 버텨낼 수 있을까란 걱정도 들었다.


그리하여 머지않아 다가올 그 휴식의 시기에 대해 앞서 그려 볼 수 있는 이 세 살 배기의 휴직 기간 1년이 다양한 업적을 남긴 한살이나 두 살 배기의 인생만큼이나 간절하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다음 번 휴식의 시기에 밑거름이 되면서 변화를 안겨줄 밑둥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휴식이란 게으름도 멈춤도 아니다.



휴식은 그저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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