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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아트 바젤 방문기(2025)

2025 홍콩 아트 바젤 - 1편

by 김채미

사람들이 빨간색 카펫을 밟고 길게 줄을 만들며 서 있었다. 줄 맨 끝에 서서 고개를 내미니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노인이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사람들을 입구로 안내하고 있었다. 큐알 코드가 찍히는 소리가 사방에서 퍼져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니 그새 내 차례가 왔다. 큐알 코드를 보여주고 입장을 하니 복도 한가운데 커다랗게 지도가 붙어있었다. 홍콩 컨벤션 1층과 3층에서 진행되는 아트 바젤 부스들을 표기한 지도였다. 지도를 살펴보아도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어디를 먼저 방문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맨 왼쪽부터 찬찬히 둘러보기로 했다.


맨 왼쪽에 활짝 열려있는 입구를 향해 들어가니 설치된 부스들과 사람들의 머리가 끝없이 이어졌다. 이미 한껏 돌아다녀 지쳤는지 핸드폰에 보조배터리를 장착하고 바닥에 털썩 주저 않아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웅성거리는 소리를 지나치며 B-02라고 적힌 첫 부스부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여러 갤러리를 돌아다니며 왜 아트 바젤이 인기가 많은지, 어떤 갤러리가 참석을 하고, 어떤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지 천천히 살펴보았다.




아트 바젤을 돌아다니며 세 가지 요소를 눈여겨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첫 번째는 각 나라 갤러리들의 차이와 특징들, 각 갤러리들은 어떤 아티스트를 눈여겨보는가였고 두 번째는 이번 홍콩 아트 바젤에서 눈여겨보고 있는 아티스트들은 누구인가, 세 번째는 종합적으로 홍콩 아트 바젤의 의의였다.



첫 번째 요소를 살펴보며 관람을 하는 건, 정말 재밌었다. 이렇게 다양한 국가의 갤러리들이 한 장소에 모이는 경우가 드물었기에 영국과 이탈리아 갤러리의 스타일, 미국 갤러리의 스타일, 한국 갤러리의 스타일, 일본 갤러리의 스타일, 중국 갤러리 스타일을 비교해 볼 수 있었다. 확실히 영국 런던 갤러리가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조명을 이용한 작품이라던지, 풍선을 이용한 작품, 창의적이고 눈을 사로잡는 작품이 많았다. 소재와 공간을 참 다양하게 사용한다고 해야 할까. 각 갤러리들마다 도 전시 공간을 독특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가령 일부러 가벽을 대각선으로 세워서 좁은 복도를 만들고, 만들어진 길을 지나야지만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던지, 설치 미술품을 가운데에 세워서 작품을 오고 가며 벽에 걸린 작품을 볼 수 있다던지 말이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갤러리들은 작품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았고, 일본 갤러리는 캐릭터를 활용한 작품이 유독 많았다. 아니면 담백한 작품들이라던지. 중국 갤러리는 색채가 정말 강렬하고, 정치와 사회적 이슈를 다룬 듯한 작품과 아니면 동양의 미와 정신을 그려낸 작품으로 나뉘었다. 우리나라 작품들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 듯했다. 이우환, 송현숙, 윤형근 작가의 작품처럼 동양의 미를 그리고자 했던 작품이나 이동기, 신민 작가처럼 캐릭터를 활용한 작품들, 혹은 인물의 면면을 다양한 기법과 모습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작가들이 있었다. 시대에 따라 하나는 정신을 어떻게 표현하느냐, 하나는 인물상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로 나뉘는 것 같았다.





미국 갤러리는 추상표현주의에서 확장된 알록달록한 작품들이 많았고, 동유럽 국가들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사진 작품이 꽤 있었다. 갤러리를 돌아다닐 때마다 갤러리 관계자들에게 질문을 하면 상세히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고, 작품마다 친절하게 설명이 붙여있는 곳도 있어서 정말 다양한 국가의 갤러리를 감상하는 것 같았다. 물론 모든 곳이 사람으로 미어터졌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아트 바젤'의 의의와 단점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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