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연애 프로그램을 보는가> 담론 - 2
대화에 푹 빠지다 보니 어느새 2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갔다며 대화에 열중한 서로에게 감탄을 하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다과를 먹고 음료도 마신 후, 다시 다음 질문에 대해 담론을 계속했다.
Q.3 연애 프로그램을 보며 좋은 연인에 대해 깨달은 점
각자 연애 프로그램을 보며 생각한 좋은 연인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데,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본 연애 프로그램이 없어서 얼마 전에 보았던 소설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어렸을 적에 보았던 영화 <오만과 편견>을 며칠 전에 보았는데, 어렸을 적에 보았던 느낌과 너무 달랐다고 그땐 그냥 사랑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지금 와서 다시 보니 제목 그대로 오만과 편견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입을 열었다.
우리는 스스로 얼마나 오만하며 커다란 편견 속에 갇혀있는 걸까. 나도 모르는 새에 무수히 많은 편견을 가지고 오만하게 굴었던 순간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떠올랐다. 특히나 무분별한 정보가 범람하고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요구하는 세상은 내게 편견을 유도하고 있기에 더욱 그랬다. 숏츠나 이미지로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판단하고 즐기길 원하며, 깊은 사고를 하지 못하게 한다. 자극적인 장면 하나로 사람을 끌어모아야 하는 미디어의 특성상 어쩔 수 없지만, 이 판단이 브랜드뿐 아니라 사람에게까지 미치게 된다는 게 문제다. 사람과 사랑은 짧은 시간에 결코 판단할 수 없다. 서로가 솔직함을 내보이며 생각이 잘 맞는지, 진정으로 그 사람에 대해서 알게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렇자면 좋은 연인이란 내가 가진 오만과 편견을 누그려 뜨리고 바라보는 사람이지 않을까. 비단 연인뿐 아니라 사람도 말이다. 자신이 가진 솔직함과 진정함으로 오만과 편견을 인정하는 사람, 그리고 반성하고 나아가는 사람. 삶을 그런 태도로 살아간다면 좋은 사람일 것이다.
Q.4 우리가 하고 싶은 사랑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좋은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람들이 원하는 사랑이 무엇이길래 그렇게 찾아 헤매는 걸까. 이에 대한 질문에 모두 자신이 원하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제 맥락을 이해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사랑을 하고 싶고요. 예를 들어 제가 어떤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되었을 때,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무수히 많은 과정이 있잖아요. 단순히 그 결정만 보고 저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제가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과정을 보고 저를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하는 주장을 살펴볼 때, 그 사람의 맥락을 이해하면 그 주장도 이해가 가더라고요. 그래서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제게 중요해요."
"전 솔직함이요. 그게 제일 중요해요. 요즘은 나를 그대로 보여주는 게 어렵잖아요. 참 이상해요. 인스타나 다른 SNS를 보면 그렇게 내 사생활을 이미지로 드러내는데, 정작 내 생각과 사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드러내길 다들 두려워해요. 쉽게 판단할까 봐 그런 것도 있지만.. 그럼에도 내 진심과 나를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는 사랑,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이해하고 배려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모두가 그런 사랑을 하고 싶지 않을까요."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은 후에 나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도 비슷한 거 같아요. 옛날에 결혼한 친구가 제게 해 준 이야기가 있는데, 결혼을 한다는 건 하나의 회사를 운영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회사도 처음 시작할 땐 아무것도 없잖아요. 직원도 없고, 스타트업이면 몇 명이서 작은 공간을 빌려 시작을 하죠. 그러다가 서로 자금도 모으고, 제품도 만들고, 아이디어 회의도 하면서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가죠.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상대에게 왜 이 제품이 필요한지 설명하기도 하고, 힘든 일이 있으면 머리를 맞대고 같이 문제를 풀어보기도 하고. 그렇게 함께 역사를 만들어가고 싶은 사랑을 하고 싶지 않을까요. 처음부터 화려하고, 대단하고 그런 거 말고 같이 과정을 만들어 나가는데 진실함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이런 과정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게 깊은 사랑이 아닐까 하고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더해보자면 소소한 행복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영화 한 편 같이 보고, 길 가다가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고. 그런 소소한 것들이요."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에 모두 공감이 갔다. 우리는 모두 입을 모아 우리가 찾는 사랑은 비슷하다고, 서로가 여러 가지 다른 이유를 대지만 본능적으로 따스한 사랑을 찾아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이 유독 더 시리고 아프다고 느낄 때, 사랑이라는 단어를 올리지 않지만 이미 몸은 따스함을 찾아 나서고 있다고, 그래서 우리는 유독 사랑을 관찰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며 마무리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