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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아트 바젤의 단면들(2025)

2025 홍콩 아트 바젤 - 2편

by 김채미




홍콩 아트 바젤에서 좋았던 점은 '올해 아트 바젤에서 주목할 만한 아티스트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부스를 돌아다녀 보면 카비넷(Kabinett)이라고 적힌 팻말을 볼 수 있었는데, 여기에 이번 홍콩 아트 바젤에서 주목하고 있는 아티스트를 살펴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 인상 깊었던 아티스트를 몇 적어보자면 대만 아티스트 '시진화'와 세르비아 아티스트 '마리아나 아브라모비치'였다. 시진화의 작품은 흰색 도화지에 연필 선이 죽죽 그어져 있어 언뜻 보면 누군가 수업 시간에 몰래 낙서를 한듯한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는 명암이 확실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중앙으로 갈수록 명도가 짙어져 심지가 또렷하게 박혀있는 나무 기둥이 뉘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작품 옆에는 그가 직접 불경을 외면서 10m가 되는 흰 벽에 선을 긋는 '펜 워킹'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상영되고 있었다. 독특하고 신비한 작품 세계에 놀라 그의 이력을 다시 살펴보는데 안타깝게도 2024년에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적혀있었다.








‘마리아나 아브라모비치'의 작품들 역시 퍼포먼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녀는 직접 퍼포먼스를 하고, 이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촬영을 했는데 이번 갤러리에는 그녀의 사진 작품들이 벽에 걸려있었다. 기다란 고깔을 쓰고 공허해 보이는 공간 안에서 책을 읽거나 누워있는 그녀의 모습은 신체의 자유를 억압하고, 압력을 가하는 '고깔모자'에 억눌리면서도 끝까지 책을 읽거나, 목욕을 하며 일상을 보내려 하는 개인의 의지를 담고 있었다. 사진은 위트 있으면서도 사회적 메시지를 강하게 담고 있어서 더욱 내 마음을 끌었다.






그 외에도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리히텐슈타인 작품이나 페르난도 보테로, 피카소, 리처드 세라 작품들도 있었다. 아트 바젤을 돌아다니며 내가 좋아하고 마음이 동하는 작품을 뭘까? 를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위트 있으면서도 단순한 작품에게 눈길이 갔다. 너무 세밀화된 화풍은 좋아하지 않고, 딱딱하고 엄숙한 작품보다는 약간의 위트가 들어있는 작품들 말이다. 앙리 마티스나 페르난도 보테로처럼 율동적이고 리듬감이 얹어지거나 예기치 못한 요소가 들어간 것들이 좋았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 아쉬움이라기보다는 예술을 대할 때 난제를 정면으로 맞닥뜨린 셈이다. '예술은 상업적으로 어디까지 간주되어야 하는가, 어디까지가 예술이고, 예술의 재화화를 어디까지 허용하여야 하는가'라는 물음이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갤러리 관계자들이 앉아서 작품을 판매하고, 혹은 아티스트들까지 나와 자기의 작품의 좋은 점을 말하기도 하고, 예술품이 직접적으로 재화화가 되어 사고파는 시장을 두 눈으로 목격하니 뭔가 이질감이 들었다. 아티스트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것이 아닐 텐데, 이 상황이 맞는 걸까? 란 생각이 든 것이다. 동시에 유튜브에서 홍콩 아트 바젤에 대한 사전 조사를 위해 검색을 하니 주르륵 떴던 '회화 재테크'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예술이 재테크를 위해 움직이는 것인가? 이곳에서 정말 예술을 음미하고 감동해서 작품을 사는 사람이 몇 명일까? 이렇게 사람들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공간조차 없는 곳에서 작품의 아우라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


그렇다고 예술과 자본주의를 떼놓을 순 없다. 예술가가 다시 예술을 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므로. 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거래 방식이기도 하다. 제작자는 자신의 초상화나 교회의 벽화를 예술가에게 부탁을 하고, 예술가는 그 거래에 대한 대가로 돈과 양식을 얻으면서 다시 작품을 제작했으니 말이다. 이러한 일대일 주문 방식을 넘어서 일대 다로 작품을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이 생긴 건 예술가들에게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왜 나는 이 불편하고도 이질적인 기분을 지울 수 없는 걸까.


물론 장점도 존재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예술을 접하기 어려웠던 이들에게 다양한 예술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기도 하며, 다양한 갤러리를 탐방하며 다양한 작가들을 탐구하고 작품에 대해서도 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게 너무 일회성으로, 보여주기 식으로 소비되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정말로 작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적 여유와 시간적 여유가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솟았다.


이번에는 홍콩 아트 바젤도 젊은 예술가들이 서로 만나 대화를 교류하거나 강연을 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론칭한 것 같았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우르르 부스 안에 몰려들어서 사진만 촬영하고 끝, 이게 아니라 참가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들을 얻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풍부했으면 좋겠다. 단순히 예술을 재화로 여기고 재테크로 여겨 사고파는 장이 아니라 예술이란 무엇인지, 작가들이 왜 예술을 하고, 탐구를 하는지 그 의의성에 대한 메시지를 더 높이 보여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던 아트 바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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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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