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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선택

2025.06.16

by 김채미



21대 대통령 선거가 마무리된 지 벌써 일주일이 흐르고 있다. 12월 3일 계엄과 4월 4일 탄핵, 그리고 격동의 나날이 지나가고 6월 4일 조기 대선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중 가장 대두되었던 문제는 단연 양극화 현상이었다. 진보와 보수의 팽팽한 대립으로 연예인들조차 손가락 표시를 조심하고, 사람들도 혹여나 어떤 일이 있을까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79.4%라는 기록적인 투표율을 보였고, 그만큼 국민들이 정치에 참여하고 진정으로 관심을 가진다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 직선제를 하는 나라 중에 의무투표제가 아닌 곳에서 이만큼의 투표율은 정말 기록적인 수치일 것이다. 유권자 10명 중 8명은 투표를 했다는 것이니 말이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양극단에서 과열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뜻이며, 한편으로는 이를 잠재우길 바라는 사람들의 바람이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기 조심스럽지만, 몇 가지 눈여겨볼 점들이 있어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정치 이념을 넘어 한국 사회가, 역사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아닌 긍정적인 협치와 교류가 있었으면 하는 내 바람을 담은 글이니 날카로운 지점이 보이더라도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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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선택은 이재명 대통령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계엄에 대한 저항과 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국민들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 하겠다. 많은 사람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확실시하였지만, 여기에서 눈여겨볼 점은 지역별 득표 현황이다. 어떠한 민주당 후보도 넘지 못했던 부산과 울산에서의 40% 득표율, 경남지역에서도 역시 40% 가까운 득표율을 얻으면서 더 이상 지역색이 아닌, 정책와 정의로 심판을 하겠다는 국민들의 선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경상도는 보수라는 공식이 깨진 것이다. 이는 두 가지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첫째는 민주주의 헌법을 파괴하는 계엄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기존에 지지하고 있는 보수 정당에 대한 커다란 실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보수 정당이었던 국민의 힘은 일찍이 내부에서 분열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오죽하면 계엄이 터지기 한 달 전인 2024년 11월, "우리 당이 협조 안 하면 민주당하고라도 협상을 하는 게 옳지 않겠나. 108석이면 모든 걸 저지할 수 있는 그런 의석입니다. 근데 그걸 가지고 아무것도 할 게 없다고 포기하고."라며 자당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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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래프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담은 그래프이다. 이미 2022년부터 윤석열 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터무니없었다. 2024년에는 점점 부정적인 여론이 커졌고, 계엄 직후 무려 85%의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표를 냈다. 10명 중에 8.5명의 사람들이 윤석열 정부를 부정했으며, 계엄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못을 박은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곧 보수 정당인 국민의 힘을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영향이 갔다. 정부에 대한 크나큰 실망이 정당에 대한 크나큰 실망으로 이어진 것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뿐 아니라 국민의 힘 조경태 국회의원과 보수의 대표적인 원로인 정규재 역시 국민의 힘의 잘못된 행동을 크게 비판한다. 조경태 국회의원은 "많은 문자가 오고 있는데 지금 이 순간까지 이길 줄 알았대요. 그러니까 그만큼 당원들도 속고 있는 거예요. 이번에 큰 차이로 패하는 것이거든요. 우리 당원들은 패하더라도 근소한 차이로 패할 줄 알았는데 그게 계속 중앙에서 메시지를 던졌거든요. 그 메시지가 엉터리라는 것을 이제 깨닫게 된 거죠."라며 국민의 힘 내부에서조차 각종 거짓된 정보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폭로하였고, 정규재 원로는 "가장 심각한 문제들 중에 하나가 바로 당원들입니다. 당원들의 모습이 국회의원들의 부하, 혹은 가신 화가 되어있어요. 그래서 말하자면 당원들이 주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지역 맹주, 귀족화되어 있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가장 큰일입니다."라며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보수 정당을 맹비난했다.



내 개인적인 시각으로도 지난 일 년여 동안 보수 정당의 모습은 올바른 보수가 아니었다. 당장 대통령 선거 과정만 해도 황당 그 자체였다. 내부 투표로 인해 정당하고 공정하게 김문수 후보가 결정되었음에도, 국민의 힘 일부 당원들이 갑작스럽게 한덕수 총리를 대표로 올리는 이름 바 날치기 사건이 일어났다. 이는 계엄령과도 비슷한, 민주주의 헌법을 무시하는 처사였다. 이렇게 계속해서 황당한 일들을 저지르는 이유에 대해 보수 측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귀족화 정치'가 문제라고 말한다. 올바른 방법으로 통해 협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밑을 찍어 누르는 정치가 보수 정당에서 만연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보수가 아니다. 보수 정당은 보수를 욕되게 하고 있다. 이는 파시즘적인 행위일 뿐 건강한 보수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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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이는 보수 정당에 실망으로 이어졌고 많은 보수지역에서 이탈표가 나타났다. 그럼에도 보수를 지키자는 사람들과, 더 이상 보수 정당이라고 부를 수 없는 사람들과, 그 외의 다른 제3의 세계를 찾아보고자 하는 사람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이 세 번째, '다른 제3의 세계를 찾아보자.'는 사람들이다. 이는 20대 30대 남성들에게서 볼 수 있는 '이준석 몰표 현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금 우리 20대, 30대 세대는 진보 보수 갈등을 넘어 성별 간 갈등으로 양극화되어 있다. 여성 인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동시에 여성에 대한 혐오, 남성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해 서로를 아무 이유 없이 헐뜯고, 도를 넘은 비방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이준석 후보는 불을 붙였다. 제3차 토론에서 이준석 후보가 내뱉었던 '문제의 발언'이다. 이는 순식간에 모든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고, 결국 이준석 후보를 영영 국회의원에서 제명시키자는 서명까지 나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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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 넘은 이준석 제명 국민청원에 우원식 "윤리특위 빠르게 구성"




무려 50만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면서, 다시금 그가 경솔한 발언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네거티브 전략으로 공세를 펼칠 의도였겠으나 이는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그가 가져야 할 후보로서의 품격, 네거티브보다는 공약을 내세웠어야 했다. 오히려 정세에 잘 맞는 공약을 내세웠다면 일명 '졌잘싸'로 그의 이력에 남을 수 있었지만, 그는 성급한 마음에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려는 전략으로 오히려 크나큰 치명상을 스스로 입고 말았다. 토론회를 보았던 우리 가족과 친구들은 모두 경악을 했으며, 국가를 위한 후보가 아닌 오히려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것 같은 혐오자의 인상만 심어주었다. 협치를 위한 사람이 아니라 혐오를 조장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로만 보였을 뿐이다.



이준석 후보에 대한 표는 내게 크게 두 가지로 보였다. 첫 번째는 심한 성별 양극화에 휩쓸려 자신의 이득을 챙기고자 하는 개인의 바람, 두 번째는 진보도 아닌 것 같고, 보수도 아닌 것 같고 이도 저도 아니니 새로운 세계, 제3 세계로 비치는 이에 대한 투표. 하지만 이 두 가지 선택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그 이유는 혐오 정치는 결코 미래를 향한 길이 아니며, 그가 제3 세계의 희망을 품기에는 잘못된 언행을 너무나 많이 저질렀기 때문이다.







타자 부정은 단기적으로 자아의 결집을 가능하게 하며 이익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관계는 상호성에 기반한다. 타자를 부정하면서 그 타자로부터 자신의 존재와 권한과 가치를 존중받기는 어렵다. 타자 부정 속에서도 타자 인정의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이유다. 물론 내가 상대방을 인정함에도 상대방이 나를 부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중장기적으로는 상대방이 나를 인정하게 하면서 그 상대방에 대한 인정을 연결하여 상호 인정의 단계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상호 부정의 전쟁 상태에서 벗어나 상호 인정의 평화적 관계로 전환하는 모든 노력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외교다.

인문 잡지 한편 <한국 - 오승희 '대한민국의 인정 투쟁'>





성별 간 투표율에서 또 주목해야 할 점은 40대, 50대의 압도적인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율, 그리고 여태껏 보수당이 압승했던 60대가 이재명에 대한 지지율,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대폭 상승하여 보수층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이는 군사독재 정권, 유신 체제를 직접적으로 겪었던 세대로서의 울분이 담겨있는 것이다. 이번에 계엄 사태를 겪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고향이 광주인 분의 부모님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이야기, 유신 세대를 겪은 스터디 모임 참여원이 그날 밤 생생하게 유신정권 시절의 악몽이 떠올랐다는 이야기, 실제로 역사를 겪은 이들은 분노와 슬픔으로 이 사태를 결코 잊지 못했을 것이다. 혹자는 계엄이 해제되었으니 해프닝이 아니냐며 말할 수 있겠지만, 이를 직접 겪지 않은 우리 청년 세대는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없다. 역사는 단지 흘러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거가 있기에 현재 민주주의 수호가 세워진 것이고, 수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1대 대통령 취임 선서에서 이와 같은 말을 전했다. "우리를 갈라놓은 혐오와 대결 위에 공존과 화해, 연대의 다리를 놓고, 꿈과 희망이 넘치는 국민행복 시대를 활짝 열어젖힐 시간입니다. 한강 작가가 말한 대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가 산자를 구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미래의 과거가 되어 내일의 후손들을 구할 차례입니다. 국민 앞에 약속드립니다. 깊고 큰 상처 위에 희망을 꽃피우라는 준엄한 명령과, 완전히 새로운 나라를 만들라는 그 간절한 염원에 응답하겠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우리 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로 혐오로 점철된 양극화를 꼽은 것이다. 혐오가 아닌 공존과 화해로, 협치와 교류를 내세우며 진보와 보수 간의 갈등, 여성과 남성의 갈등, 계층 간의 갈등을 완화시키겠다고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에게는 '대화'가 필요하다. 혐오와 미움은 참으로 쉬운 행동이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비난하는 것보다 사랑과 협치는 수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극에 다른 양극화가 완화되고 건강한 진보와 건강한 보수가 협치를 이루는 세상, 여성과 남성이 날을 세우는 것이 아닌 서로의 인권 신장을 위해 진정으로 대화를 하는 미래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유시민 작가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토론 영상을 올려본다.ㅎㅎ 두 분이 서로 이야기할 때 스트레스를 받으실지도 모르지만 국민의 시선으로는 이 토론 현장이 참 유쾌하고, 이게 건전한 진보와 보수의 토론 방식인가? 하고 그려보게 된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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