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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는 것

2025 서울국제도서전 후기

by 김채미


2025년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왔다. 2022년, 2024년에 이어 세번째 방문이다. 벌써 세 번을 방문하다보니, 도서전이 얼마나 규모가 커졌는지 확연하게 눈에 보였다. 그만큼 달라진 점도 보였고 개선해야 할 점도 보였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은 어떤 느낌이었는지 평을 해보고자 한다.



(2025년 서울국제도서전 총평)

1) 안전가옥과 허블, 대형 장르 소설 출판사의 부재

대신 사회, 과학 분야의 출판사가 새롭게 등장

2) 주제 전시의 대규모 축소, 작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실하다고 느꼈던 전시장

3) 굿즈전인가 도서전인가, 어쩐지 주객전도가 된 것 같았던 이번 전시

4) 대원씨아이와 같은 만화 출판사의 축소, 소마미디어만 참가, 만화책 부스 및 전시의 축소

5) 똑같은 고전문학들의 재탕, 데미안, 노인과 바다, 이방인, 위대한 개츠비 등등

문학작품은 똑같고 겉표지만 다른 책들이 대거 포진

6) 서울국제도서전 입장권 현장 판매 불가 사건

7) 강의의 다양화, 이벤트의 다양화는 흥미로웠다.

8) 출판업체의 등장: YES24, 알라딘



그럼 아까 위에서 언급했던 총평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나누어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는 작년과 비교했을 때 조금 아쉬운 점이 더 많지 않았나 싶다. 일단 첫 번째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건 현장 판매를 아예 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예매표로 이미 입장 인원이 꽉 찼기 때문에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은 현장에서 입장권 판매가 불가했다. 때문에 현장에서 발권을 하고자 했던 많은 관객들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고, 제대로 된 공지도 늦게 이루어져 사람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이 문제는 비단 도서전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야구 업계에서도 모두 인터넷으로 판매가 이루어져 인터넷 소외계층, 시각장애인, 노인들은 아예 관람이 불가하게 되는 상황을 초래하여 말이 나오고 있다. 서울국제도서전 측은 이에 사과를 하였으나 내년에는 이 부분에 대해서 미리 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도서전에 들어서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역시 이게 도서전인가 굿즈전인가 하는 주객전도의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였다는 점이었다. 작년에 굿즈로 인한 마케팅이 큰 흥행을 이루어서 그런지 대형 출판사들 마저 굿즈에 신경을 많이 쓴 모습이 보였다. 물론 이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더 많은 관객들을 불러 모으고, 책을 한 권이라도 더 판매하는 것이 출판사의 소임인데, 책 판매를 위해 굿즈뿐 아니라 출판사 진열을 위한 디자인까지 신경을 쓴 것이 정말 박수를 쳐주어야 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굿즈 때문에 책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년에 비해 이 출판사는 어떤 책을 신경 쓴 걸까, 왜 이 책인가, 이 책은 무엇을 담고 있고, 우리 출판사는 어떤 독자를 상정하고, 그 독자에게 어떤 것을 건네려고 하고, 어떤 책을 위주로 출판을 하는가. 출판사의 가장 이념이 되는 이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세일즈를 타겟팅 한다는 점은 사람들이 쉽게 손을 집는 시집과 청소년 소설을 위주로 진열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도서전에서 '이런 책도 있었어?'하는 포인트들을 대형 출판사에서 느끼고 싶었는데, 그 부분이 상당히 아쉬웠다. 각 출판사가 내세우는 시리즈에서 새로 나온 책 한 권이라도 제대로 설명을 해주는 포인트 지점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부분이다.




가령 창비의 경우 최진영 작가님의 소설집 [팽이]가 나왔는데, 이 부분을 간단하게 코멘트한 판넬이라든가, 메모라도 붙어있었다면, 민음사에서 젊은 작가 시리즈를 소개할 때 굿즈가 아닌 새롭게 출판된 신간 시리즈 책 한 권에 대한 코멘트 판넬, 혹은 독자들이 젊은 작가상 책을 읽고 쓴 후기를 진열해 놓은 곳이라든지 말이다. 진열과 책의 유기성이 부족해 이 점이 너무 아쉬웠다. 이걸 기획 있게 구성했던 대형 출판사는 [사회평론 출판사]와 [은행나무 출판사]였다. 사회평론 출판사는 부스 가운데에 '필사 노트'를 제작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 출판사 책의 구절을 끼워놓았다. 자연스럽게 출판사 책을 읽게 유도하고 그 이끌림에 독자들이 책을 이해하고 구매할 수 있게 동선을 짜주었다. '클래식'과 관련된 서적 앞에는 해당 클래식을 들을 수 있게 설치해두어 책과 음악이 상호작용할 수 있게 공간을 마련해두었다. 하나하나 신경 쓴 요소가 눈에 보이는 지점이었다. 은행나무는 '크리스마스'를 모티브로 삼아 모든 걸 기획했는데, 트리 옆에 크리스마스 선물 꾸러미처럼 책을 포장해두어 정말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게 꾸며놓았고, 진열된 책들 역시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처음으로 나오는 책'이라는 문구와 함께 이번에 어떤 책들에 포인트를 두는지 표시를 해두었다. 책 제목 역시 '셋 하고 촛불 불기'라는 책이어서 유기성이 돋보였고, 은행나무 작가 시리즈의 진열과 직원들이 직접 고른 ( )한 책이라는 코너를 마련해두어 책의 특징을 세세하게 알 수 있었다.




출판사 부스들도 대거 바뀐 모습이 보였다. 장르 소설 출판사인 안전가옥과 허블이 사라져 아쉬웠지만 그 자리에 사회평론, 현암사 등의 사회, 과학, 종교 분야의 새로운 출판사가 대신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대 출판 유통사가 등장하여 신기했는데 알라딘은 카페처럼 꾸며놓고 굿즈와 함께 판매를 하고 있었고, YES24도 이벤트와 함께 여러 홍보를 했다. 밀리의 서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가하였다. 한 가지 또 아쉬웠던 점은 만화 분야 출판사 규모가 무척 작았다는 점이다. 작년에는 대원씨아이, 이전에도 대형 만화 출판사가 꼭 참가하여 부스를 거대하게 만들었었는데, 이번에 소마미디어가 참가를 했지만 부스가 무척 작아 아쉬웠다. 더구나 매번 만화가분들이 참석하여 드로잉쇼를 선보였던 것 같은데 올해는 없어서 아쉬웠다. 만화책 전권을 여기서 싸게 사고 굿즈까지 받는 게 독자들의 소망이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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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220603_094825000_A031B55E-8571-4E47-8A55-6805E48790EB.jpg?type=w966 2022년 서울국제도서전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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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서울국제도서전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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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전시회, 이렇게 사물함만 있고 끝이었다...사실상 전시라고도 할 수 없었다.



또한 올해 전시회는 정말 작년에 비해 부실하고, 소규모로 진행되었다고 느꼈다. 지난 도서전에서는 두번 다 전시회 구경은 40분 넘게 관람했기 때문이다. 매해 새롭게 변경되는 서울국제도서전 전시 주제에 맞게 다양한 책들이 전시가 되고, 흐름을 따라가며 책을 한 권씩 읽고 인상 깊었던 책은 해당 부스를 찾아가 구매하고 그랬었는데, 올해 전시는 사물함에 작가나 일반 독자의 이름이 써있고, 그들이 추천하는 추천서적이 들어있을 뿐이었다. 너무 속상해서 2022년과 2024년 전시회 사진을 들고왔다. 사실 전시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의 규모였다. 자고로 책이 진열되어 있어서 한 번 눈길을 줄까말까인데, 저렇게 사물함 안에 숨겨두고 꺼내보도록 하니 책을 여유롭게 훑어볼 수도 없었다. 올해 '믿을 구석'이라는 주제로 어떻게 전시를 만들고, 구성하고, 주제를 전달할 지 궁금했는데 '믿을 구석'이라는 좋은 주제가 무색하게 전시가 너무나도 빈약했다.



마지막으로 정말 아쉬웠던 점은 같은 고전 소설들이 표지만 바뀌어서 여러 출판사에서 판매를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부분이 정말, 그리고 상당히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었다. 이게 출판사들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고민이지 않나 싶다. 그렇기에 레모(M11), 글항아리(I1), 워크룸 프레스(I5)와 같은 출판사가 정말 귀하고 고마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흔하지 않은 문학 서적을 고퀄리티로 번역하여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책을 출판해 주기 때문이다. 감사하니 굵은 글씨로 강조한다. 대부분 출판사들을 돌아다니며, 이거 정말 재밌어 보인다, 흥미로운 표지다 하고 눈여겨보면 이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방인, 어린 왕자, 노인과 바다, 데미안, 동물농장, 이미 수없이 다른 출판사에서 출판하고 출판하고, 또 출판한 고전 소설들이 표지만 바뀌어 여러 부스에 진열되어 있었다. 물론 인지도가 있는 소설이 가장 잘 팔리며, 새로운 문학 소설을 새롭게 번역하기 위해서는 번역가를 고용하는 것부터 저작권까지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형 출판사에서 하기 힘든 일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이해한다. 그렇기에 일 년에 단 한 권이라도, 출판사의 목적에 맞는 책을 번역하여 세상에 내놓는 것은 어떠할까. 디자인도 예쁘고 기획도 너무 좋은데 이미 가지고 있는 고전 소설이거나 읽어본 소설들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게 너무 아쉬웠다. 그 시리즈에 다 한 권이라도 새롭고, 다른 출판사들은 가지고 있지 않은 새로운 책, 새로운 소설이 있었으면 좋겠다.



판매냐 출판의 의의냐. 이것은 모든 출판업계가 가진 공통의 고민일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독서량이 줄어들고 있는 세상에서 도서 관련 굿즈의 판매량 증가와 이지 리딩(시나 청소년 소설)의 인기는 출판계에서도 좋은 징조라고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개인적인 욕심이나 바람은 '여기 이렇게 좋은 책도 있어요.'라는 걸 보여주는 게 출판사의 목적이지 않을까. 분명 예쁘고 귀여운 키링을 무기로 사람들을 모이게 만드는 것도 좋지만 도서전의 의미, 더 나아가 '도서'의 의미는 '책을 읽는다는 것'이 우리에게 무엇을 선사하는 지 알려주는 것에 있을 것이다. 출판사의 의의는 '우리가 왜 이 도서를 선정하고 당신에게 이 도서를 권장하고 알려주려고 하는지'를 던지는데 있을 것이고 말이다. 매해 도서전을 방문하는 관람객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 메시지까지 탁월하게 던지는 출판사가 진정으로 도서전의 의의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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