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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길 위에 유튜브 영상을 틀고

유튜브 <최성운의 사고실험>, <침착맨>, <제발돼라>, <EBS&KBS

by 김채미

집에서 회사까지 편도로 50분, 왕복이면 거진 2시간이 된다. 이 긴 시간 동안 노래만 듣기에는 무료하길래, 매일 넷플릭스에서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하거나 유튜브 영상 하나를 다운로드해 영상을 본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새 영화만 50여 편을 넘게 시청을 하고, 유튜브도 정말 많은 영상을 후루룩 섭취하고 있다. 그중에서 내게 인상을 깊게 준 영상들을 추려서 올려보고자 한다. 정말 좋은 유튜브 영상 하나가 영화 한 편에 버금가는 정보와 감동을 주는 것들이 많기에!







최성운의 사고실험


요즘 즐겨 보고 있는 콘텐츠, 여러분들과 인터뷰를 심도 있게 진행하는데 오히려 일반 방송에서 진행하는 인터뷰에서는 듣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풍부하게 나와서 너무 재밌다. 식상한 질문이 아니라 하나의 질문을 심도 있게 들어가는 질문이 많아서, 인물의 인생에 대해 그리고 그 사람의 몸담고 있는 분야에 대해 흥미롭게 들을 수 있다. 그중에서 이동진 영화평론가님과의 인터뷰가 너무 좋았다. 어느 것이 좋은 영화냐에 대한 판단에서 그럼 누가 좋은 사람이냐로 이어지는 확장의 순간이 흥미로웠다.


"사람들은 좋은 감독이 좋은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좋은 영화를 만들면 그게 좋은 감독이라고 생각하고 정확히 그 영화를 만드는 동안만 좋은 감독이고 다음 영화에서는 아니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어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냐면 최근 들어서 좋은 일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 저는 어떤 사람을 판단할 때도 저 역시도 물론 수많은 오류가 있고 편견이 있지만, 귀인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저 사람 내가 겪어보니까 너무 좋은 사람이야. 좋은 사람이 하는 행동이니까 좋은 행동이겠지.라고 판단하지 않으려고 하고요. 가만히 면밀히 보니까 저 사람이 좋은 행동을 했어 어 3일 전에도 좋은 행동을 했네. 그러면 저 사람이 좋은 사람일 확률이 높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바로 그렇게 때문에 소위 정치적인 진영이라든지 도덕적인 이데올로기 거기에 따라 자신의 작은 행동을 결정하는 사람보다는 특정하고도 실존적이고도 굉장히 불안정하고도 복잡하고 알 수 없을 것 같은 순간에 그 사람이 어떻게 스스로의 일을 반복해서 해나가느냐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이죠."


김상욱 교수님이 학문의 길을 찾아가는 방법과 삶을 찾아가는 방법을 비유한 것도 재밌었다. "천재라고 하는 사람들은 여러 갈림길 중에서 옳은 길을 잘 찾아내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나머지 선택지들을 다 해보고 안 된다는 걸 경험한 사람들이다. 그 경험을 해야만 새로운 길을 찾아낼 수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좌충우돌을 겪고, 이걸 왜 겪어야 하나 싶지만 지나고 보면 꼭 거쳐야 했던 일들이다. 학문의 길을 갈 때에도 가능성들이 열려있다면, 여려있는 이유가 있는 거거든요. 그 이유를 자기 나름대로 정리하지 않으면 안 돼요."










EBS 다큐 & KBS 다큐 시리즈


마음에 힐링을 하고 싶으면 요즘 EBS와 KBS 다큐를 본다. 세대 간의 화해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나와 타인의 교류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지속되는가를 보여주었던 좋은 다큐 두 편을 올려본다. 첫 번째 다큐멘터리는 교직에 몸을 담고 있던 노인이 은퇴를 하고 시골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주변에 한 가족이 이사를 오면서 순식간에 삶이 바뀐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상을 보면 볼수록 뭉클해지고,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의 힘이 필요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는 영상이다. 우리 세대에서 가장 큰 두려움은 결혼과 출산이지 않을까. 두려움이라기보다는 버거움이 앞서 섣불리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자본이 있다고 하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없으면 자본이 없다. 이 아이러니의 굴레에 이 영상이 한줄기 빛처럼 떠올랐다. 결혼도 육아도 저렇게 함께 공생할 수 없는 걸까. 누군가에게 짐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라고 생각했던 이웃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면서 함께 꾸려나가는 삶이라면 각자의 짐들이 서로 덜어지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두 번째 영상은 어느 날 시골 마을에 무인 빵집이 생기면서, 그곳을 오고 가며 빵을 사 먹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왜 시골 한적한 곳에 무인 빵집이 생겼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는 낯선 이들을 환대할 수 있는가, 더 나아가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담은 영상이라고 생각한다.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놓인 빵집, 그런데 사장님은 없고 오직 양심에 빵을 판다. 빵을 사되 내 양심으로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돈을 회수가 되고 사장님은 계속해서 빵을 굽는다. 외진 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따스한 양식이 되고, 조용한 곳에서 마음을 녹이는 장소가 되어준다. 마치 동화 같은 두 다큐멘터리가 그럼에도 아직 세상에는 희망과 온기가 존재하다는 걸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침착맨 채널


요즘 가장 많이 보는 영상은 아무래도 '침착맨 시리즈'일 것이다. 게임이나 유치한 장난과 말을 나누는 콘텐츠도 재밌지만, 이렇게 기획을 잡아 여러 사람들과 하나의 주제로 심도 있게 이야기를 나누는 콘텐츠가 너무 재밌다. 특히 이번에 올라온 AI 특집은 AI와 바둑에서 1승을 거둔 이세돌 전 바둑 기사와 과학 유튜버 궤도, 프로그래머 이두희와 함께 나누어서 AI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고, 미래에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그려볼 수 있었다.


이 영상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이 두 가지 있었다. '창의성이란 과연 무엇인가.' 궤도는 인간의 창의성이란 기억에서 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들의 내장 메모리, 기억으로부터 변형되고 만들어져 창의성이라는 게 생성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AI는 기억이 무궁무진하다. 인간의 기억할 수 있는 내용이 한정되어 있고, 기억을 만들어내는 속도 역시 AI에 비해서 느리다. 하지만 AI의 기억은 끊임없이 주입되는 정보에 의해 계속해서 늘어나기에 창의성이 무궁무진하게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이세돌은 알파고의 진화 과정을 보면서 특히 창의성에 대해 새롭게 느꼈다고 말한다. "알파고 마스터 버전을 보니까, 아 얘는 인간의 고정관념이 없구나. 그러니까 이게 창의적으로 보이는 겁니다. 고정관념 틀 같은 게 없으니까.", "특히나 놀라는 수들이 많습니다. 특히나 바둑 기사를 시작하면 여기는 절대 두어서는 안 되는 수 같은 걸 배우거든요. 그런데 AI는 그냥 그 수를 둬요. 고정관념이 없으니까요. 그걸 보고 저는 어? 왜 나는 저기에 둘 생각을 안 했지?라고 생각하는 거죠. 사실은 둘 수 있는데, 어렸을 때 배운 기억이 너무 뿌리 깊게 박혀서 둘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이게 창의적으로 보이는 거죠. 인간이 해서는 안 된다고 배운 걸 AI는 그냥 해버리니까요."


인간이 오히려 그 기억 때문에 창의성에도 제한이 될 수 있다는 것, 반대로 무궁무진하게 될 수 있는 창의성의 재료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창의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정말 흥미로웠다. 두 번째는 과연 'AI는 인간을 지배해서 멸망시킬 것인가, 그럴 일은 없을 것인가, AI는 긍정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것이냐 아니냐.'에 대한 물음이다. 침착만은 AI가 인간을 지배해서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 같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세돌은 "아니죠. AI가 고도로 발달하면 인간을 쳐다보겠어요? 우리가 개미를 굳이 찾아내서 멸망시키려고 하지 않잖아요. 그 정도 하찮은 존재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라는 거죠."라고 하자 침착맨은 다시 "놀이로 우리를 괴롭힐 수도 있잖아요. 모기나 파리처럼 거슬린다고 생각하면 죽일지도 모르고요. 헝거 게임이나 오징어 게임에서 사람들을 데려다 놓고 그 놀이를 지켜보는 것처럼, 인간들을 놀이 도구라고 생각해서 가지고 놀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고 열띤 토론을 했다.


여러 분야의 대가들이 각자 주장을 가지고 열띤 토론을 해서 무척 재밌었다.ㅎㅎ 과연 AI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로 자리 잡을까. 현재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인류의 능률을 높이고, 새로운 혁신 도구가 된 것처럼 AI 역시 그런 면에서 좋은 파트너가 되었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제발돼라



곤충을 보며 눈물을 흘리게 되다니... 이분의 영상을 보고 곤충도 정말 '생명'이구나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생명들 중 인간, 동물, 식물, 물고기, 조류, 참 다양하게 있지만 유독 그중에서 곤충을 징그럽다고 꺼리게 된다. 유독 '박멸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생명이니 말이다. 외관상의 이유로, 그리고 실제로 '해충'이라고 하여 인간에게 유해한 곤충들도 많으니 말이다. 곤충도 생명인데 이들도 인지를 할까? 감정을 느낄까? 인간과 소통과 교류를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을 내려준 영상이라 하겠다.


이 영상 속 유튜버는 상처를 입고 절뚝거리는 사마귀나, 포식자에게 당할 것 같은 애벌레를 구출하여 직접 돌봐준 후 다시 야생으로 방생을 하는 작업을 수년째 하고 있다. 그들이 인간의 손을 통해 서서히 회복해나가는 과정을 보면 뭉클하고, 점점 나를 돌보는 인간에게 마음을 열어 손에 착 붙어있거나 알아보는 듯한 날갯짓, 손짓을 하면 참 그렇게 신비로울 수가 없다. 곤충도 생명이고 그들 역시 교류하는 생명체임을 다시 일깨워 준 영상이었다. 그리고 가만히 보면 귀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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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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