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마와 루이스>는 1991년에 나온 영화다. 30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낯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델마와 루이스는 친구 사이다. 델마는 결혼한 전업 주부요, 루이스는 독신의 식당 종업원이다. 그들은 둘만의 여행을 계획한다. 여행을 떠나는 데 루이스는 자유롭다. 누구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델마는 다르다. 남편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루이스랑 며칠간 여행을 가고 싶은데, 가도 돼?'
이렇게 말이다. 익숙하기도 하고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상하지 않은가. 결혼한 여자는 갑자기 어린애라도 되는 것일까. 결혼하지 않은 루이스는 자기가 원하면 언제라도 여행을 갈 수 있는데, 결혼한 델마는 남편의 허락을 받아야만 하다. 결혼과 남편이 여성들의 삶을 구속하는 걸까.
델마는 남편에게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당일 아침까지도 꺼내지 못한다. 남편의 출근길을 돕고, 그의 눈치를 살치고 비위를 맞추느라 말이다. 무엇보다 남편의 반대가 무서웠기 때문일 것이다. 마침내 델마는 자신의 부재 동안 남편이 불편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뒤, 쪽지를 써놓고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그녀들은 파란색 스포츠카를 타고 한껏 기분을 내며 일상에서 벗어난 자유를 만끽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한 술집에서 그녀들의 인생을 통째로 뒤바꿔 놓는 사건에 휘말린다. 델마가 강간을 당하고, 그 현장을 루이스가 목격한다.
그놈은 성폭행 현장에서도 자신의 악행을 인정하지 않는다. 강간이 중단된 것에 대한 분풀이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붓는다.그 개잡녀석은 재미 좀 보려고 했다는 둥 자기 거시기를 빨라는 둥 끝까지 두 여자를 모욕한다. 루이스는 분노하여 그를 총으로 쏜다.
델마는 두려움에 떨며 경찰에 가서 모든 것을 이야기하자고 한다. 그러나 루이스는 반대한다. 루이스의 말인즉 이러하다.
세상 사람들이 우릴 믿어 줄 것 같아?
아무도 그녀들의 말을 믿어주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다. 수백 명이 델마와 그 남자가 춤추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란다. 함께 춤을 추는 것이 '나 너에게 강간당하고 싶다'는 뜻은 아닐 텐데, 왜 아무도 피해자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것일까.
그 남자가 먼저 델마에게 다가와서 집적거렸고 함께 춤을 추자고 했는데, 거기에 반응한 것이 강간 당해 마땅한 이유라도 된다는 것인가. 아니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여자의 잘못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일까. 왜 성폭행 피해자인 여자의 말은 사람들의 귓구멍에 들어가지 않는 걸까.
세상 사람들이 우릴 믿어 주지 않는다! 이것은 루이스의 추측성 발언이 아니다. 그녀가 직접 당한 경험이기도 하다. 멕시코로 도망가기 위해서는 텍사스를 지나야 한다. 그런데 루이스는 먼 길을 돌아가더라도 텍사스만은 피하고 싶다. 그곳에서 강간을 당했기 때문이다. 아무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가해자는 풀려나고, 피해의 사실은 그녀의 삶을 죽이는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았던 것이다.
신고해봤자 경찰과 판사들조차 그놈의 손을 들어준다. 그렇다면 그녀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참는 것?
델마와 루이스, 잠들어있던 야성이 깨어나다
좌충우돌 도주가 시작된다. 그런데 그녀들은 마냥 불안하고 초조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곳곳에서 마주치는 대자연과 사건을 겪으며, 해방감을 느낀다. 잠들어 있던 야성이 깨어난다.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모습들이 터져 나온다.
델마는 가석방 중 탈주한 절도범에게 루이스가 어렵게 마련한 6,600달러를 털린다. 이것을 계기로 델마는 몰라보게 변신한다. 그녀는 이제껏 남편에게 자신을 맞추는 삶을 살아왔다. 세상 물정 모르고 당하기만 하는 어리숙한 사람이었다. 총을 만지는 것조차 무서워했다.
그런 그녀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총으로 위협해서 가게를 턴다. 과속으로 경찰에 잡혀 신분이 드러났을 때는, 총으로 겨눠 경찰을 트렁크에 가두고 그 순간을 모면한다. 여태껏 이런 대담함은 어디에 숨어있었을까.
그녀들은 도망 중에 한 트럭 운전사와 마주친다. 만날 때마다 그의 성희롱적 발언이 쏟아지는데. 그녀들은 더 이상 참지 않는다. 그를 유인해서 사과를 요청한다. 그놈은 사과는커녕, 그녀들을 무시하고 욕하고 조롱한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델마와 루이스는 총으로 그 놈의 탱크로리를 폭파한다. 펑! 펑! 속이 다 시원하네.
델마와 루이스, 돌아갈 수 없는 뭔가를 건너다
경찰의 추격을 피하는 루이스의 운전 솜씨 또한 얼마나 멋지던가. 눈이 뱅그르르 돌아갈 지경이다. 바짝 쫓아온 경찰, 앞에는 깊은 협곡이 입을 벌리고 있다. 투항하느냐 모험을 할 것이냐, 선택의 상황이다.
난 이미 뭔가를 건너왔고 돌아갈 수도 없어! 난 그냥 살 수가 없어!
델마는 옛날의 자기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다시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녀들은 끝까지 가기로 결정한다. 부웅! 그녀들의 파란색 스포츠카는 하늘을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