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은 때란 없다

지금도 변화 중!

by 야생

오늘은 어제와 또 다른 날이다. 어제는 눈 덮인 산이 포근하고 고요했는데, 오늘은 눈꽃을 떨군 나뭇가지들이 오들오들 떨고 있는 듯하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변하고 있다. 올해 나는 어떤 모습이 되어갈까.


결혼하여 엄마로 아내로 나름 잘 살았었다. 그런데 '행복'이라는 말로 일상을 표현할 수 없었다. 잘 살고 있는 듯했지만, 무겁고 버거웠다. 아이들도 사랑스러웠지만, 짐이 되기도 했다. 좋은 엄마, 좋은 아내로 사는 게 왜 그리 힘겨웠을까.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의 저자 홍승은은 말한다.


"여러 철학서를 읽고 서로 진심으로 마음을 나눌 때도 온전히 해결되지 않았던 자신에 대한 불신 혹은 서로에 대한 불신이 페미니즘을 통해 많은 부분 해결되었다..."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205쪽


홍승은도 페미니즘을 통해 많은 부분이 해결되었다니. 사실 나도 그렇다. 페미니즘이 미궁에 빠져있던 삶의 문제들로부터 나를 건져주었다.



나는 페미니즘의 '페'자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페미니즘에 관심조차 없었다. 그래서 페미니즘이 내 나이 50이 넘어서야 찾아왔나 보다. 20대에 페미니즘에 눈을 떴다면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러나 <환절기>의 저자 숙경이 말하듯, 너무 늦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늦게 오는 변화는 없으니까.


2016년 가을, 슬며시 다가왔던 페미니즘이 얼마나 거북했었던가. 페미니즘을 들이대는 친구가 너무 이상하게 보였었다. 그녀에게 뭔가 문제가 있나 싶기도 했다. 나는 잘 살고 있는데, 그녀는 잘 못살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2018년 봄 즈음에 슬슬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페미니즘이 그럴듯하게 말을 걸어오는 것이었다. 그 변화의 바람이 어디에서 불어왔을까.



페미니즘은 환절기에 내 몸에 들어온 감기 바이러스와 같았다.


페미니즘은 점점 나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었다. 열에 들떠 다른 사람에게는 헛소리처럼 들리는 말들을 마구 토해냈었다. 페미니즘 책을 닥치는 대로 읽고, 과연 그런가 의심하고, 맞장구치고, 분노하고... 미치는 게 이런 건가. 한편 그동안 쌓아온 나의 삶이, 나의 가정이 무너질 것 같은 두려움이 송곳처럼 찌르기도 했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로 넘어가는 환절기에 감기가 극심하듯, 새로운 나로 변화하는 문턱에서 녹록지 않은 열병이 몸과 마음을 덮쳐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의 이 열병이 나를 깊이 들여다봄으로써 회복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리라 믿는다. 고립으로부터 독립으로, 나는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숙경의 <환절기> 중에서


그때 미친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미치지 않았더라면, 과연 나를 갈아엎으면서까지 나의 삶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을까. 대대적인 변화와 회복의 길에 들어설 수 있었을까. 지금은 극심했던 환절기의 감기와 열병에서 놓여나, 독립을 향하여 한 발씩 걸음을 내딛고 있다. 지금도 변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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