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tdaal Sep 16. 2022

나의 신념이 너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않기를.

narrative_recipe : 토마토두부볶음

나는 육고기를 먹는 것이 불편해. 내 앞에 살점을 보고 있자면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 그가 삶과 죽음 그 선 위에 놓여있었을 순간이 상상되거든.


렇지만 동시에 나는 바라.

우리의 믿음으로 하여금 주위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우리의 신념을 가까운 이들에게 강요하지 말기를,

우리의 가치관이 다른 그것을 갖은 (혹은 별 관심 없는 중용의) 사람들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않기를 바라.


정치적 입장이든, 사회적 운동이든, 무슨 무슨 '주의’라고 불리는 많은 물결들. 우리 각자는 옳다고 믿고 있는 것들이 있어. 그렇다고 세상의 것들을 둘로 나누어 청군 백군 줄다리기할 수는 없잖아. 고기를 먹는 사람과 친구를 하지 않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몹시 불편했어. 급진적인 세력이 있어야 세상이 나은 속도로 변화하겠지만 그것이 우리를 둘로 나누고 강요와 죄의식을 수반한다면 나는 차라리 느린 속도를 택하겠어. 우리는 어쨌든 어느 쪽으로든 ‘흘러가고’  있으니까.



토마토와 채소 그리고 면두부 볶음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토마토는 나에게는 중용의 식재료지. 콩을 감싸고 양파를 보듬는 엄마의 품 같은 채소지. 내가 꽤 좋아하는 요리사는 음식에 통조림을 쓰지 말라고 하셨어. 국산 생 토마토를 쓰기보다는 맛있는 유럽산 토마토를 통조림한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하지만 비경제적인 요리를 선택하여 늘 스스로가 피곤한 나는 그 요리사의 말에 두 귀가 팔랑거려. 올리브유를 넣은 무쇠솥에서 작게 작게 익고 있는 방울방울 토마토들이 녹아내리면 우리는 그들이 탈피하듯 벗어 놓은 옷을 건져낼 뿐이야. 양파와 마늘, 소금과 약간의 간장이 더해서 작게 작게 익힌 후 두부면을 넣어 주면 중용의 한 그릇이 내 앞에 놓여있지.


캐슈넛 가루를 얹으면 치즈만큼 멋진 스프가 됩니다.


카레는 먹지 못하는 그 친구는 내게 물어. 그 카레가 토마토 베이스인지. 그렇다면 먹을 수 있다며. 내가 아는 토마토는 그런 채소야. 둥근 둥글 말랑말랑한 겉모습만큼 동그란 맛을 품은 그런 채소야.


토마토 떡볶이

Don't make people with different beliefs feel bad (about themselves), but separate your relationship from the disagreement.



그 스프에 빵을 넣기도 하고 면을 넣기도 해요. 토마토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요.


 *Narrative recipe는  나의 일상을 음식과 식재료에 비추어 이야기를 짓고 있습니다. 굴비 한 마리 천정에 매달아 놓고 밥 먹던 식구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의 서사 안에서 맛있는 음식을 차려냅니다.  

이전 03화 냉장고 도둑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