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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daal Apr 10. 2023

툭 내려놓는 마음으로.

narrative_recipe: 쏨땀, 그린파파야 샐러드

Som Tam
 

이런 거 저런 거 맛보다 보면 내가 부엌에 섰을 때 이렇게 저렇게 더하고 빼고 바꿀 수가 있지. 그린파파야를 구해서 만든 쏨땀은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었고 언제 한국에 가면 제주무가 달큼해질 제철에 파파야대신 넣으면 좋겠어. 후추가 더해진 느낌의 타이바질은 그 향과 맛을 포기하기 아쉽지만 그 대신 꽃대가 조금 올라온 들깻잎을 넣어도 좋겠고. 이게 좋겠다 저걸 해보자며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있어.



피시소스에 관해서도 생각을 하고 있어. Fysh sauce가 있겠지만 되도록이면 자연스러운 재료를 발효 한 드레싱은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어. 예전에 (평생 잊을 수 없을) 유미가 가져다준 코우지가 베지마이트 맛이 나서 토스트에 발라 먹었었는데 쏨땀에도 베지마이트나 미소를 라임과 섞어서 요리조리 만들어 보면 어떨까, 이런저런 생각의 과정이 즐거워.


흔치 않은 재료로 더 예쁘고 멋있게 음식을 만들고 싶었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해. 나의 몸과 마음이 편안한 요리를 하고 싶어. 네가 배가 고프다면 냉장고에서 꺼낸 콜리플라워를 뚝뚝 썰어 살짝 쪄 낸 후 미소와 타히니와 약간의 신맛을 더한 드레싱을 곁들여 줄게. 가지를 팬에 구워서 냉동실에 있던 현미밥을 데워 들기름과 들깨를 넣은 따뜻한 샐러드를 만들어 줄 수도 있어.



나는 내가 주방에서 즐거웠으면 해. 스파게티 면이 너무 길어서 작은 솥에 익히느라 애를 먹는 사람을 옆에서 보다가 면을 반으로 뚝 잘라서 넣어 버린 한 요리사가 있었고, 거의 그때부터였을 거야. 요리에 대한 나의 태도가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너무 애쓰지 말자.

툭 내려놓는 마음으로 요리하자.

왜냐하면 요리 이후 설거지도 한 가득일 테고 우리는 체력을 비축해 두어야 내일도 요리가 하고 싶어 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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