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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daal May 24. 2023

채소 적금 들기

narrative_recipe: 채소 소바


수퍼에서 아무리 1+1 행사를 하더라도 양파 2개, 당근 1개, 오이 1개와 같이 장을 보는 나는 딱히 무얼 만들겠다는 생각은 안 하고 냉장고 채소 곳간을 채워두지.


버섯 샤부샤부를 만들면서 양파 1/4개, 청경채 1/2개를 떼어 놓았고, 낫또 유부초밥을 만들 때 유부 3장을 의도적으로 남겼어. 최소한의 재료와 최단 시간을 들여 한 끼를 잘 먹기 위해서는 채소 적금을 들어 놓아야 해. 안 그랬다가는 라면행이 되거든.


채소 저금통/ 밀폐 법랑


이런저런 이유로 채소 저금통이 채워졌고, 뭘 먹을지 생각이 나지 않으면 난 저금통을 바라보며 상상을 하지.



채소 저금통처럼, 팬트리에도 작은 저금통이 있는데 건표고, 무말랭이, 다시마, 미역이 들어있는 바구니야. 100원 잔돈 같은 애매한 자투리채소가 생기면 팬트리 저금통에서 재료를 꺼내 같이 넣고 한소끔 채수를 끓여 두어. 그걸로 한주가 거뜬해.


토마토떡볶이에 한 컵, 버섯매운탕에 두 컵, 된장찌개에 한 컵, 버섯리소토에 한 컵, 이렇게 저렇게 쓰고 남은 마지막 한 컵은 오늘 탈탈 털어서 온소바에 넣었어.


조금씩 적금 붓는다


국수를 끓여서 면기에 담고 채수에 간장을 넣고 끓으면 생채소를 넣어. 그리고 살짝 데쳐 면기에 담아. 설거지는 냄비 1, 칼과 도마, 면기와 젓가락 그뿐이야.


참, 채수에서 나온 버섯, 무말랭이, 다시마, 멸치등은 버려지지 않게 꼭 곁들여 먹는 태도는 내 요리의 작은 신념이야. 양파껍질 빼고는 거의 다 먹지. 응, 파뿌리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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