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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daal Aug 26. 2022

묻지마 깨소금

narrative_recipe : 참깨 금지! 대신 들깨 환영


모든 음식을 참깨로 마무리하는 엄마 반찬에 참깨 금지령을 내렸다는 누군가의 글을 읽으면서 이런 엄마, 이런 딸이 세상에 최소 두 쌍이겠구나 생각했어. 그렇다고 모든 참깨를 싫어한다고 하면 난 거짓말쟁이가 되겠지. 그건 바로 타히니 때문에.


똑같은 재료를 어떻게 가공했는지에 따라 극과 극의 호불호를 만들어버리는 재료, 참깨. 우리 집 반찬 위에 묻지 마 디폴트값, 깨소금. 그런데 말이지, 푸드프로세서에 참깨를 넣고 페이스트가 될 때까지 갈면 만들어지는 타히니, 그건 왜 이리 맛있는 걸까? 원재료는 같은데 결과는 하늘땅 차이가 나다니! 이건 마법 혹은 사기야. 타히니가 없는 후무스는 삶은 메주콩 맛이 되어버릴 테니.


우리들도 참 참깨 같다는 생각을 해. 원재료인 나 자신은 늘 같지만, 때와 장소 그리고 상대에 따라 빛이 나기도 하고 그 역이기도 하지. 만약 그 역의 경우라면 이것은 참깨의 잘못이 아니듯 우리의 잘못이 아닐 거야. 그저 푸드프로세서 같이 나를 빛내줄 도구를 찾으면 되지.


평범한 나의 음식에 이름을 지어주는 친구. 뜬구름 둥둥 떠다니는듯한 나의 글을 보고 동화작가의 꿈을 정해준 친구. 나의 상상 범위에서 나를 끌어내는 사람들. 나를 빛내줄 도구들.



들들들면: 들깨, 들깨가루, 그리고 들기름


[들깨 환연]


참깨와는 달리 나 들깨를 참 좋아해. 통들깨는 날치알 같아.


톡. 톡. 톡.


맛 자체보다는 질감을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어. 엄마가 그랬듯 나는 모든 음식에 들기름, 들깻가루, 혹은 통들깨를 넣어. 때론 세 가지를 모두 넣어. 납작당면을 불렸다가 냉장고에 넣어둔 *긴삐라와 들기름에 살짝 볶고 나서 들깨와 들깨가루를 넣어 볶음면을 만들어. 이런 무기 하나 장착하고 있으면 새벽에 배꼽이 깨더라도 눈감고 갑자기 요리를 할 수 있지. 들들들면. 들들들밥.



들들들밥: 들기름, 통들깨, 들깨가루


더하는 글: 통들깨도 계속 갈면 타히니처럼 되려나? 들깨로 들기름을 짜서 먹으니 이 또한 가능하겠지?

몹시 궁금해진다.



[들들들면은 이렇게 만들었어요]

1. 두 시간 불린 당면은 끓는 물에 1분 정도 삶거나 뜨거운 물을 부어 두기.

2. 달구어진 팬에 기름을 두르고 긴삐라와 당면을 넣어 볶기.

3. 맛간장, 맛술, 비정제 설탕이나 조청 등 넣어 간하기

4. 달래나 섬초 혹은 깻잎 등을 넣고 불 끈 후 뚜껑 덮어 잔열로 익히기.

5. 마무리는 역시 들깻가루와 통들깨.


[긴삐라는 이렇게 만들었어요]

https://brunch.co.kr/@natdaal/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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