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문과 기도문의 미묘한 차이!
'시편 18편' 구원의 노래
정말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그동안 쫓기고 뒤통수 맞는 처절한 상황 속에서 죽을 것만 같던 다윗이었는데, 오늘은 아니다. 시편 18편에는 이런 설명이 따라붙는다. '다윗은 여호와께서 그의 모든 원수들과 사울의 손에서 자기를 구원해 주셨을 때 여호와께 이렇게 노래하였다.' 그의 기분을 나도 한번 느껴봐야겠다.
우선 다른 시편들과는 다르게 길다. 무려 50절이나 된다. 1~6절은 부르짖었더니 귀 기울여 들어주신 하나님을 언급하고, 7~19절은 하나님께서 어떻게 자기 부르짖음에 반응하셨는지 비유적으로 묘사한다. 20~27절은 의로웠고 깨끗했고 자비로웠던 자신을 강조하고, 28~45절은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자신이 얼마나 활약을 펼쳤는지 무용담을 푼다. 그리고 46~50절에서 그런 하나님을 찬양하면서, '나와 내 후손이 영원히 누릴 축복이구나!' 하고 끝맺는다.
그런데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드리는 건지 자신을 높이고 있는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다윗은 하나님을 향한 순수한 열정이 가득했지만, 정치적 제스처에 능했고 한번 엇나가자 걷잡을 수 없었던, 어쩔 수 없는 사람이었다. 성경에서 방점을 두고 있는 다윗은 골리앗을 이긴 다윗이 아니라 밧세바 사건을 저질렀던 다윗이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성공을 거두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삶의 한계를 직면하고도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신앙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인생.
다시 읽어 보지만 여전히 그렇게 들린다. 시편 18편을 연설문으로 보고 한번 주석을 달아본다. 다윗은 우여곡절 끝에 왕이 되었다. 다윗을 따르던 외인부대 무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윗을 잡아 죽이고자 했다. 게다가 정정당당(?) 하게 사울 왕과 승부를 벌여 왕위를 차지한 것도 아니다. 이방 민족과의 전투에서 사울 왕이 먼저 죽고 유다 지파의 왕이 되었다가 그다음 통일 왕국을 이루게 되었다.
시편 18편을 낭독한 시점이 유다의 왕이 된 시점인지 통일 왕국의 왕이 된 시점인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통일 왕국을 이루고 나서도 그에게 반감이 있었던 사람들이 대다수였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이니 억울하게 고초를 겪은 자신의 삶을 일반 백성들은 알 도리가 없었겠지. 어쩌면 다윗은 이 자리를 통해서 왕 위에 앉은 자신이 정당하다는 것을 뭇 백성들에게 이해시키고 설득시킬 필요가 있었을지 모른다.
"제가 그동안 사울 왕으로부터 얼마나 고초를 겪었는지, 하나님께서 그런 저를 위해서 어떤 모습을 보여 주셨는지, 게다가 제가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의로운 사람인지 그리고 대장군으로서 얼마나 큰 성과를 이루었는지 아셨죠? 제가 거짓을 섞지 않았는데 왕이 될 자격이 없겠습니까? 비록 베냐민 지파가 폐위되고 유다 지파인 제가 왕위를 차지했지만, 제 고의는 아니니 앞으로 이 왕위를 유다 지파 다윗 가문이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저 기름부음 받은 사람이니 함부로 쿠데타 일으키지 마시고요!"
연설문과 기도문, 사람들을 향한 말과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말씀, 그 분명한 차이가 너무 미묘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