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라면 그래, 그럴 수 있겠지만
'시편 16편' 확신의 기도
출근길, 이재철 목사님의 고린도후서 강해 설교를 듣고 있었다. 9장 1~15절 말씀이었고, 구제와 연보에 관한 내용이었다. 말씀을 듣는 동안 마음이 조금 힘들어 조용히 영상을 닫고 큐티 노트를 열었다.
하나님께서 주신 만큼에 만족하는 사람은 더 나누어줄 수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설교 말씀을 곡해해서 듣거나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동의하고 나도 그럴 수 있고자 아끼고 절약하며 살고 있지만...
총각 시절에는 아주 아주 적극 동의했었다. 개인적으로도, 교회를 통해서도 구제하고 헌금하는데 앞장.. 까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했다. 주변 사람들(특히 교회 분들)에게도 아끼지 않았다. 성도 간의 교제를 위해 내 호주머니 내어놓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그때 내 모습을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결혼할 때 겨우 얼마의 돈만 남아 있었다. 본가가 가난해서 아내의 도움으로 전셋집도 구했다. 아내와 협의해서 정해진 선교 헌금, 부모님 용돈, 주일 헌금 정도만 남기고 십일조는 내지 않기로 했다. 그만큼도 적지 않았다. 심정적으로 동의가 되었다.
처가댁의 도움과 나름 아끼고 잘 모아서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나라에서 빚내서 집사라며 집값을 띄우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터지며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부자가 되고 싶어 달려드는 사람들로 주택시장은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재산권이라는 명목하에 다음세대가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는 생각할 마음이 없는 이 시대 앞에서 나는 바보가 되어버린 것 같다. 시장경쟁에서 누군가는 밀리기 마련이니, 잘 준비했지만 떠밀려버린 우리 가족은 집 없이 사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걸까?
나 혼자라면 그래, 그럴 수 있겠지만, 아내와 해나에게도 그렇게 요구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보다 형편이 어려운 분들도 많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존경하는 이재철 목사님 말씀이지만, 조금 힘이 들었다. 나도 알고 있고 비전이 있는데, 이상과 현실 사이를 쉽게 건너뛰기에는 거리가 좀 멀다.
아직은 내 실력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해나는 내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기르시는 것이라는 사실도, 이 세상 물질이 세상 끝나는 날 아무 의미 없다는 사실도 알지만, 잘 알지만.. 아직 이런 다윗의 확신 어린 기도가 입 밖으로 잘 안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