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예수님은 시편 22편을 택하셨다.
'시편 22편' 고통의 부르짖음과 찬양의 노래
시편 22편은 주목해야 한다. 십자가 상에서 생명이 거의 소멸되어 가던 시점에 외치셨던 예수님의 외침, "엘리 엘리 라마 사막다니"가 바로 이 시편으로부터 인용되었기 때문이다.
'1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 어째서 나를 돕지 않으시고 내가 신음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십니까?'
뿐만 아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후 군병들이 예수님의 속옷을 가지려고 제비를 뽑았는데, 그 장면도 여기에 묘사되어 있다. '18 그들이 내 겉은 서로 나누고 속옷은 제비를 뽑습니다.'
참고로, 마태복음에서는 이 장면을 군병들이 예수님의 겉옷은 4등분해서 나눠 가졌고, 속옷을 보니 한통으로 짠 옷이라 찢지 말고 제비를 뽑자 했다고 묘사한다.
유언은 삶의 마지막에 마주해서 남기는 말이기에, 그 이전에 했던 다른 어떤 말들보다도 더 의미를 둔다. 곧 멈출 것 같은 호흡 앞에 선 사람이 단 몇 마디 말을 남겨야 할 때, 어떤 생각의 흐름으로 그 말이 나오게 될까?
멋지고 그럴싸한 말을 남기기 위해 이성적, 논리적 사고를 거치는 사람은 없다. 가장 원초적인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 자신의 삶에 대해 순수한 평가를 내릴 그때, 남은 이에게 바라는 점을 진솔하게 남길 수 있는 그때, 예수님은 시편 22편을 택하셨다.
예수님의 시선은, 예수님의 마음은 처음부터 이스라엘 백성들을 넘어 온 인류를 향해 계셨음을 생각할 때, 어쩌면 예수님께서 시편 22편을 인용하신 이유는.. 그 뒷 구절들에 주목해야 하는 건 아닐까?
27 온 세상이 여호와를 기억하고 그에게 돌아올 것이며 모든 민족들이 그를 경배하리라
28 여호와는 왕이시므로 모든 나라를 다스리신다
29 세상의 모든 교만한 자들이 그에게 무릎을 꿇을 것이며 자기 생명을 살리지 못하고 흙으로 돌아가는 모든 인류가 그에게 경배하리라.
30 우리 후손들도 여호와를 섬기고 그에 대한 말씀을 듣게 될 것이다.
31 그들도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에게 여호와께서 행하신 의로운 일을 선포하리라.
온 세상이 하나님께 대적하며 그저 악해져만 가는 것 같은 상황 속에서, 온 세상이 여호와를 기억하고 그에게 돌아올 것이며 모든 민족들이 그를 경배하리라 하시는 말씀은..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