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칼과 방패를 잡을 수는 없으니
'시편 28편' 도움을 호소하는 기도
오늘 다윗의 기도 내용을 들으면 자기 자신을 향하기보다는 악인들을 겨누고 있는 것 같아. 다윗이 성소를 향해 손을 들고 부르짖으며 간구하고 있는데 핵심 내용은 이거야. '3 악을 행하는 악인들과 함께 나를 벌하지 마소서. 그들은 자기 이웃에게 다정하게 말하지만 그 마음에는 증오가 가득합니다. 4 그들에게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을 주시고 그들의 악한 소행대로 갚아 주소서.'
언뜻 들으면 다윗이 지적하는 악인들이 별로 악인처럼 안 느껴져. 이웃에게 다정하게 말하면서도 마음에 증오가 가득한 사람? 나잖아... 솔직히 말해서 이웃에게 다정하게 말하고 사랑도 가득한 사람을 찾기가 어렵잖아. 물론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지만 저 정도 모습에 이렇게까지 분을 낸다고? 어딘가 어색해. 조금만 더 읽어보자.
'5 그들은 여호와께서 행하신 일과 그가 만드신 것에 관심이 없으므로...' 음, 일단 그 악인들을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아니었나 봐. The Message 성경에는 'They talk a good line of "peace", then moonlight for the Devil.'이라고 적혀 있어. 어쩌면 달을 숭배하는 사람들을 말하는지도 모르겠네. 아, 혹시 다윗이 사울을 피해 블레셋에 망명해 있을 때 지은 시가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자기 이웃에게 다정하게 말하지만 그 마음에는 증오가 가득합니다.'에서 말하는 자기 이웃은 이스라엘 혹은 다윗 자신을 말하고 있는지도 몰라. 그런데 그런데 이방 민족 입장에서는 이스라엘을 증오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이스라엘도 그렇잖아. 어쨌든 적들의 도움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자신들의 적을 증오하는 모습에 분노하는 것도 생각해 보면 어색한 상황이야.
그런데 알잖아. 다윗이 어떤 이력을 가지고 있는지 말이야. 전쟁터에 나간 형들에게 음식을 주러 갔다가 블레셋 장수 골리앗이 하나님을 경멸하는 말을 듣자 (열받아서) 그 앞으로 뛰쳐나간 사람이야. 아이가 차이 치이려는 순간 엄마가 튀어 나가는 것처럼 그렇게 튀어 나갈 수 있는 것은 계산해서는 불가능하지. 그 마음이 하나님께서 마음에 합당한 사람이라고 말씀하신 이유일 거야.
비록 적진 한가운데서 적들의 도움으로 생명을 보존하고 있지만 다윗은 이스라엘을 배신하거나 이스라엘의 하나님께 등을 돌리지 않았어. 그리고 적들은 그런 다윗 앞에서 이스라엘의 하나님과 이스라엘을 멸시하고 조롱했겠지. 다윗을 시험하고 싶었을 거야. 하지만 예전처럼 그들 앞으로 뛰쳐나갈 수는 없어. 그를 따르는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들도 적진에 함께 있으니 말이야.
이를 꽉 깨물며 참고 있는 거지. 지금은 양손에 칼과 방패를 잡을 수는 없으니 대신 두 손을 들고 기도를 드리고 있는 거야. 나도 내가 속해 있는 사회,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너무나 악하고 내가 믿는 하나님을 비웃는 것 같아서 속상할 때가 많아. 나도 나의 힘과 방패 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면서 두 손을 붙잡고 하나님께 기도해야지. 하지만 언젠가는 칼과 방패를 들고 전쟁터에 나가야 하는 군사가 될 준비도 함께 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