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사이에 어떤 관계가 맺어지기 위해서
"1윌부터 안 와요 딴 회사로 바뀌었어요"
통근버스 기사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모두에게 어나운스 해주신 것이 아니라
버스에 오를 때 내게만 살짝 전해주셨다
"아 그러시군요 그동안 감사드렸습니다"
인사드리고 버스에 올라 생각해 보았다
왜 나한테만 저 소식을 전달해 주셨을까
문득 어느 날 아침 한 장면이 상기되었다
처음 버스에 타던 날은 사원증이 없었다
"제가 아직 사원증이 없는데 타도 될까요?"
기사님과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매일 아침 버스에 오르며 인사를 드렸다
샤이한 나는 버즈를 빼고 고개를 숙이며
들릴 둥 말 둥 안녕하세요 인사를 드렸고
버스 밖에 계실 때나 안에 앉아 계실 때나
기사님께서는 옅은 눈웃음으로 답하셨다
그렇게 일 년쯤 지났을 무렵 어느 날 아침
다른 기사님과 밖에서 대화를 하시던 중
저기서 내가 걸어오는 모습을 보시더니
살짝 나를 가리키시는 제스처가 보였다
멀리였지만 무슨 대화인지 해석이 됐다
자기한테 매일 인사하는 사람이 있더라
어 저기 오네 저기 어수룩하게 생긴 친구
이런 이야기를 나누시지 않았을까 싶다
대부분 버스 기사님께 인사를 안 드린다
인사를 받아주시는 기사님도 별로 없다
기사님과 내가 관계가 맺어졌던 비밀은
받는 사람이 잘 받아주었기 때문일지도
(4+16+448=4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