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딛고 서있는 게 기적이나 다름없다
창문 옆 좌석이 아니라 밖을 보지 못한다
눈앞에 펼쳐진 모니터 안만 들여다보면
땅 위를 밟으며 가고 있다는 착각이 든다
하지만 나는 비행기 위에 몸을 싣고 있다
실은 착각하는 게 아니라 외면하는 거다
내 아래로 구름과 허공을 지나 땅이 있다
여기서 만천오백 미터 가야 하는 거리다
그러한 상황이라는 사실은 잊고만 싶다
하지만 나는 네 시간 전 공중부양을 했다
비행기가 달리다가 점점 속도를 내더니
둥실하는 소리를 내면서 들려 올려졌고
지금껏 밟고 있던 땅을 멀찍이 밀어뒀다
집에서 차를 타고서 공항으로 이동했고
공항에서 걸어서 비행기 안에 앉았는데
비행기는 내게서 그런 땅을 떼어놓았다
그 사실을 외면해야만 내가 견딜 수 있다
이 글을 쓰고 있자니 현실이 깨달아졌다
땅에서 떼어졌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허공에 매달렸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어서 다시 모니터 세상으로 가야만 한다
긴장을 하게 되면 심장이 쫄깃쫄깃하다
심장이 쫄깃해지면 두근세근 빨라진다
가슴이 옥죄어오면서 머리가 지끈하다
물 한 모금을 꿀꺽 삼켜 뚫어줘야만 한다
그동안 비행기 안에서 이런 적은 없었다
오늘은 쫄깃해진 가슴을 뚫어줘야 했다
육지에서 지낼 때도 그럴 때가 많았는데
만천미터 상공에 매달린 느낌이었구나
(4+16+448=4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