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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음식

그렇지 않다고 해서 서운해하지는 않아

by back배경ground

엘에이 갈비는 아마 얼었을 때 자를 거야
뼈를 자를 때 고기도 함께 잘라야 하는데
고기 부분이 저렇게 평평하게 잘리려면
분명히 땡땡 얼어있을 때 잘라야 하겠지

엘에이 갈비를 후라이팬에서 굽고 나면
먹기 좋게 뼈 사이사이를 자르게 되는데
그러면 뼈를 둘러싸고 있는 질긴 부분과
먹기 좋게 고기만 있는 부분으로 나뉘지

엘에이 갈비가 두 부분으로 나뉘어지면
먹는 사람들도 두 부류로 나뉘어지게 돼
고기 부분만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사람
뼈를 둘러싼 질긴 부분도 함께 먹는 사람

내가 대학생 때 함께 가족식사를 하는데
고기 부분만 골라 드시는 아버지를 보며
나는 뼈에 붙은 질긴 부분만 골라 먹었어
뭔가 뒤틀린 감정이 숨어있었던 것 같아

이가 아프셔서 어릴 때 고기를 못 드셔서
식구들에게 양보하는 모습이 없으실까
엘에이 갈비쯤 안 먹어도 그만이었는데
그런 아버지 모습이 참 서운했던 것 같아

어머니는 내게 항상 좋은 부분을 주셨어
철없을 때는 넙죽넙죽 받아먹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그런 모습도 보기 싫더라
고집스럽게 안 좋은 부분만 골라 먹었어

지금도 보통 잘 집지 않는 부분부터 먹어
식구들이 안 먹고 남긴 음식은 내가 먹어
남은 부분을 내가 먹는 게 배려라는 생각
이런 모습은 어디서부터 꼬이게 된 걸까


(4+16+448=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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