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나가 아파서 서울대 병원에 데려갔다
소아과 병동에서 영상 진단을 기다리며
내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눈과 기억에 남았다
파르라니 깎은 머리는 고깔에 숨기지만
항암제에 빠진 머리는 하얗게 드러난다
둥근 머리를 하고 휠체어에 앉은 아이를
묵묵하게 밀어주시는 어머니가 보였다
환자를 눕히고 링거를 채운채 지나가는
저 이동식 침대는 무어라 부르는 것일까
그 위에서 눈을 뜬 듯 뜨지 않은 듯한 처자
말없이 뒤따라 가시는 아버님도 보였다
저게 바로 아픈 사람이구나 알 수 있듯이
삐쩍 마르고 왠지 아슬아슬해 보이는 몸
아이는 목발을 짚고 그런 몸을 지탱하고
할머니는 옆에서 영상촬영을 기다렸다
너 필요한 거 다 적어 글씨 쓸 것 같은 거랑
엄마가 사다 줄게 하는 소리에 돌아보니
나이가 지그시 들어 보이는 남성 한 분과
다리를 저시는 할머니께서 앉아 계셨다
그 가운데 여유롭게 엎드려서 책을 보는
겨우 피검사 하나 하면서 눈물을 쏙 빼는
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고 좋아하는
해나를 보고 있자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병원에는 아픈 사람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림자처럼 다니시는 보호자도 계셨다
내가 그분들을 슬쩍 바라보았던 것처럼
그분들 시야에 담겼을 우리를 생각하니
(4+16+448=4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