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해가 흘렀지만 또렷하게 기억난다
회사 선배를 따라 보육원 봉사를 가면서
보육원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던 그때를
예전에는 고아원이라 부르던 곳이었다
2호선 봉천역에서 내려 한참을 걸었다
자동차 정비소와 구멍가게를 지나쳐서
빌라촌 골목을 따라 굽이굽이 올라가니
생각보다 큰 규모의 보육원이 나타났다
작은 거실 하나 방 두 개로 된 빌라 건물에
층마다 남자들 여자들 집이 나눠 있었고
우리가 찾아간 곳은 여자 아이들 집인데
집마다 보육 교사 한 분이 함께 주무셨다
회사를 마치고 가니 도착하면 여덟 시쯤
일주일에 한 번씩 대여섯 명이 방문해서
주문해 놓은 피자와 치킨을 나누어 먹고
게임하고 얘기하고 사진 찍고 돌아왔다
네 살부터 고3까지 열명 넘게 모여있어
지내는 공간도 사용할 물건도 모자랐다
그래도 우리를 맞아주는 얼굴이 밝았고
몇 번 못 본 사람들도 친근하게 대해줬다
결혼은 했지만 아이에 대해서 잘 몰랐다
여자 아이들과 어떻게 얘기해야 하는지
그저 아이들이 치는 장난에 웃기만 할 뿐
아이 한 명 한 명 꼭 안아줄 생각을 못했다
이제야 알 것 같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어린아이의 두 눈이 누구를 찾는 건지
내 딸을 아낄 때마다 얼굴들이 떠오른다
지금은 미안해 언젠가 대신 꼭 안아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