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닫혀진 입술에 바람을 불어 뱉으면
푸르르르 소리가 나면서 입술이 떨린다
동시에 고개를 휘젖듯이 살며시 흔들며
몸을 구부려 엎드리면 나는 말로 변한다
해나는 반가움이 한가득 차오른 얼굴로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빨간 줄을 찾고서
말등에 올라타고는 말목에 줄을 걸고는
흔들기도 하고 당기기도 하며 말을 탄다
더 놀고 싶어서 목욕하러 가기 싫어할 때
어르고 달래고 혼내고 다그치기보다는
입술로 푸르르르 소리 한 번만 내어주면
어느 곳이든 행복한 마음으로 함께 간다
화장실 문 앞에 도착하면 해나가 내리고
나도 자연스럽게 일어서서 허리를 숙여
"여기에 말 타고 왔어?" 해나에게 물어보면
너무 예쁜 웃음을 지으며 "응 말 타고 왔어."
그렇게 화장실 안에 들어가 문이 닫히고
해나의 눈길과 내 눈길이 만나는 곳에서
해나와 나의 커플 댄스 타임이 펼쳐진다
펄프픽션의 존 트라볼타 우마 서먼처럼
리드는 항상 해나다 눈을 지그시 감고서
각설이 춤이 묘하게 보이는 리듬을 타면
나도 고속버스 춤으로 응답을 보내다가
서로 엉덩이를 흔들며 퉁퉁퉁 부딪친다
그때 말버릇 그때 행동을 기억하고 싶어
영상을 많이 찍다 보니 용량이 엄청난데
남몰래 쌓아 온 둘만의 추억을 못 찍어서
일곱 살 해나가 크면서 잊으면 어떡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