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끼리 | 잠에서 깨어나 보니 본캐인지 부캐인지

2025. 9. 28 作 (성숙)

by back배경ground

용한이에게 어언 십 년 만에 연락을 했다
'우리 오랜만에 한번 보면 어떨까 하네만'
용한이는 첫 번째 사백 육십 팔자 이야기
제 팔화 '툭 건넨 말'에 나와주었던 친구다

'롱타임노씨 일세 아주 좋은 생각입니당'
오래전 문자질을 할 때처럼 답장이 왔다
요즘은 '당넹용' 보다는 '답넵욥'을 쓰던데
내가 알던 옛날 사람이라 한시름 놓였다

결혼식에는 부케를 던지는 문화가 있다
여자들은 결혼하기 전에 부케를 받지만
남자들은 결혼하고 나서 부캐를 받는다
남편이자 아빠로 살게 되는 부 캐릭터다

처음에는 혼나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고
부캐가 익숙지 않아 시행착오를 겪다가
거미의 독을 받아들인 스파이더맨처럼
결국 부캐를 인정하고 다른 인생을 산다

본캐 시절은 언제부터 언제까지였을까
나비가 나인지 내가 나비인지 장자처럼
본캐가 나인지 부캐가 나인지 몽롱하다
애벌레가 성체로 바뀌려 하는 모양이다

부캐를 인정하는 시간은 치열했으리라
본캐로서의 시간과 본캐로서의 세상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자연스레 멈춰졌고
우리 사이에 십 년이라는 계곡이 생겼다

너와 나는 오랜 시간 본캐로서 만나왔다
나는 너와 오랜만에 부캐로서 연락했다
곧 조우하게 될 너의 부캐와 나의 부캐가
그 시절 본캐들보다 더 케미 질 수 있기를


(4+16+448=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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