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지면ㅣ안 되는 이유를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2026.1.28.作

by back배경ground

일부러 가까이서 책 보던 시절이 있었다
안경 쓰고 싶어 가지고 눈 나빠뜨리려고
얼마나 통탄할 노릇인지 그때는 몰랐지
한번 망가지면 원상복귀 되지 않는 내 몸

초등학교 오총사를 십 수년 만에 만났다
'너 하나도 안 변했다 머리만 좀 희끗하고'
누가 옆에서 봤으면 왜 저러냐 했겠지만
같이 늙어가서 그런지 대강 비슷하더라

그런데 그 말술들이 술을 끊고 나타났다
평생 마셔야 할 술을 일찌감치 다 마셔서
이제는 더 마실 수 없는 상태가 되었더라
겉은 대충 넘어갔지만 속은 티가 확 났다

다들 딸 가진 아빠들이었는데 어쩌려고
딸 가진 아빠들은 긴장을 좀 해야 하는데
이사 갈 때는 강아지 안고 있으면 되지만
딸이 뒤돌아 서면 어떻게 붙어 있으려고

혹시나 하는 맘에 여기저기 물어보았다
딸이 아빠랑 멀어지게 되는 계기가 뭔지
이런저런 이유들 중 가장 아차 싶은 일은
아빠가 아저씨인 게 눈에 들어와서 란다

지하철 옆자리에 앉으면 불편한 아저씨
길 가는데 다가오면 피하고 싶은 아저씨
브로마이드 오빠들과 너무 다른 아저씨
그 아저씨가 내 아빠라면 고민스럽겠다

해나 발을 씻기는데 내 머리를 매만진다
"아빠 흰머리가 있어 되게 많아 뽑아줄까?"
"아냐 가만있으면 다시 검은 머리로 바껴"
해나가 다 클 때까지 지금 이 모습 정도만...


(4+16+16×4×7=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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