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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숲 Jun 08. 2020

여름이면 가고 싶고, 가야 하는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여름의 길목에선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에서의 캠핑이 늘 생각납니다.

                                              

 낮 기온 29도. 갑자기 더위가 찾아들었다. 순차적 개학으로 첫 등교를 앞둔 딸내미가 입을 여름옷을 꺼내다 보니 마땅한 것이 없다. 한 해 한 해가 다르게 쑥쑥 자라서인지 작년에 입던 반바지를 입혀보니 영 어색하다. 그래서 급한 대로 가까운 매장에서 여름옷 몇 가지를 사서 돌아왔다. 한 시간 가량 나갔다 왔을 뿐인데 여름의 열기 탓인지, 아직 기력이 달려서인지 두통이 와서 힘들었다. 올여름은 정말 더울 것이라던데. 마침 핸드폰 사진 추억 메시지가 뜬다. 작년 이맘때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에서의 추억들이다.(아이폰 사진 앱에는 예전 사진들이 자동으로 편집되고 음악이 설정되는 추억 동영상 기능이 있는데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대부분 행복한 순간들을 사진으로 담았기 때문이겠죠?) 덥고 지칠 때 이곳에 가면 딱이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얼음동굴에서 나오는 서늘하고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머리를 짚어주는 것만 같다. 맞다. 여름엔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에 가야 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근 몇 해 동안 해마다 여름에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을 찾았다. 작년 여름에 두 번, 그러고 보니 재작년 여름에도 두 번이나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에 갔다. 올 해도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이 맘 때쯤 찾았을 것이다. 나로 하여금 계속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의 문을 두드리게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실은, 제 브런치 계정 사진도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에서 찍은 것이랍니다^^)


발목이 시릴 정도로 차갑고 맑은 계곡에는 까만 올챙이와 물고기들이 마을을 이루고 삽니다

 

 강원도 정선에 있는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은 태백산맥 줄기, 가리왕산 남동쪽 기슭의 깊은 골짜기인 회동계곡에 자리하고 있다. 휴양림 입구에는 한여름에도 서늘한 얼음동굴이 있고, 울창한 원시림이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또한 계곡을 품고 있어서인지 수량도 풍부하여 맑은 물가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낼 수 있다. 놀다가 선득해지면 아이들은 햇볕에 잘 익은 돌 위로 올라가서 돌의 온기를 쬔다. 알록달록 예쁜 조약돌 사이로 지나다니는 물고기를 구경하면서.


잡았던 올챙이와 물고기들은 다시 계곡으로 보내줍니다.


 몸이 제법 데워지면 아이들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간다. 뒷다리가 나온 올챙이, 앞다리까지 나온 올챙이 등을 잡아보며 개구리의 한살이를 배우고, 한 참 만에 잡혀준 물고기 구경도 한다. 돗자리에 앉아 물가에서 노는 아이들을 구경하며 책을 읽는 것도 무척이나 힐링된다.


아이들이 만든 장승과 나무 목걸이. 그리고 제가 만든 나무 팔찌입니다.


 전국의 국립 자연휴양림에서는 대부분 목공체험장을 운영하고 있어서 하루에 두 번 정도 시간 맞춰 가면 목공체험을 할 수 있다. 체험장에서는 보통 나무 목걸이나 열쇠고리 등을 만들 수 있는데 휴양림에 따라 특색 있는 목공체험이 진행되기도 한다.


 작업 상자 안에 크기와 모양에 따라 담긴 나무 조각들에서는 향긋한 나무 냄새가 난다. 여러 나무 조각들을 만지며 상상의 크기만큼 작품을 만드는 아이들은 꽤나 진지해지고. 나도 옆에서 덩달아 함께 작품을 만들어본다. 가리왕산 휴양림에는 특별히 우드버닝 체험도 있어서 나는 작년에 우드버닝으로 우리 텐트 문패를 만들기도 했다. 숲에서 미술 활동을 하는 건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재미있는 놀이가 된다.


십 년 넘게 함께 지내는 압력밥솥과 냄비는 저희의 캠핑 친구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냄비는 첫 캠핑 때 샀던 코펠 세트 중에 하나인데 다른 것들은 부피가 커서 놓고 다니지만 저 냄비는 간단히 찌개를 끓이거나 라면을 삶을 때 아주 유용해서 늘 가지고 다닌다. 코펠을 담던 망은 이미 낡아서 끊어진 지 오래인데 냄비는 아주 건실하게 잘 지내고 있다. 옆의 5인용 압력밥솥은 예전에 텐트를 사고 사은품으로 받은 것인데 지금은 그 텐트는 중고로 팔아버리고 압력밥솥만 남아있다. 그때 샀던 텐트는 너무 부피가 커서 휴양림 위주로 다니는 우리의 캠핑 스타일과는 좀 맞지 않아 세 번인가 사용하고 바로 중고로 팔아버린 것이다. 그러나 사은품으로 받은 저 압력밥솥은 캠핑의 필수품이 되었다.(저 밥솥의 밥이 먹고 싶어 일부러 캠핑을 가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의 출렁다리를 바라보며(사진의 우측 상단의 다리입니다) 밥과 찌개가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정선 오일장에서 사 온 전을 맛보는 즐거움이란!

정선 오일장에서 사 온 수수부꾸미, 메밀전, 녹두전, 고추장떡 입니다. 여기에 메밀 막걸리 한 잔 마시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오일장 자판에서 산 업그레이드 된 추억의 말 장난감입니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습니다.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정선 오일장이다. 매월 끝자리 2, 7일이면 열리는 정선 오일장에는 신토불이 산나물과 채소 및 약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넘친다. 그중에서도 장터에 파는 전이 나는 너무 좋다. 자주 가다 보니 단골집이 생겼는데, 그 집에서 파는 수수부꾸미의 단팥 소는 세상 달콤하고, 배추를 통으로 넣고 굽는 메밀전은 담백하기 이를 데 없고, 고소한 녹두전과 고추장떡은 감칠맛이 일품이다. 꼭 2,7일이 아니더라도 전집은 문을 열기 때문에 장을 구경 못하더라도 전을 사서 휴양림으로 간다. 어떤 때는 텐트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들러 갓 부쳐낸 전과 올챙이국수를 먹고 가기도 했다.


 장터 구경을 마치고 주렁주렁 따라오는 검은 봉지를 들고 다시 휴양림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는 고소한 전 냄새와 열린 차창 사이로 들어오는 상쾌한 숲의 향기가 돌아나간다. 여름의 향기는 나무의 냄새, 숲의 향기가 진해지며 적당한 습도와 함께 찾아온다. 그 향기는 여름, 초록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지만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에서는 허기를 채우는 고소함과 시원한 탄산수 같은 청량함과 함께 찾아온다. 그래서인지 여름이 되면 언제나 생각난다. 요즘같이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는 더욱 그러하다.




오늘부터 15일까지 국립자연휴양림 성수기(20.7.15.~ 8.24.) 추첨 기간입니다. 추첨 결과 발표는 6월 17일이라고 합니다.
숲나들e 사이트에서 추첨 신청을 받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신청해보셔도 좋을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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