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2일 차, 상사가 일이란 걸 해?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경을 봤다

이직하고 처음으로 팀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다.

업계 전문지식이 필요한 부분이다 보니 회의내용은 잘 알아들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나는 그보다 놀랐던 것이 있었다.

바로 부서장 급이 회의를 굉장히 효율적으로 주도하며 일을 한다는 것.

최근에는 내 바로 윗직급 실무진들도 일하는 것을 본 적이 없기에 모든 게 놀라웠다.

부서장은 우리 부서의 모든 일을 잘 알고 있었고, 회의가 늘어지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금이라도 회의가 늘어지는 것이 보이거나 다른 주제로 애매하게 넘어가면

바로 방향을 잡고, 정확하게 파악해서 나중에 따로 보고 하는 방식으로 회의의 텐션을 유지하려 했다.

나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이런 모습을 난생처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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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공무원처럼 조용히 살고 싶어요."

이전에 나의 부서장이었던 사람이 한 말이다.

그때의 직무는 무려 영업마케팅이었고, 내가 새로운 광고주를 영업해 보겠다는 이야기에 부서장이 저렇게 답했다.

"저희 팀 사람들은 면접 때는 다 잘할 것 같더니 들어와서는 바닥을 기더라고요."

마찬가지로 나의 부서장이었던 사람이 한 말이었다.

그 부서장은 모든 부서원들에게 '대기업에서 일을 안 해봐서 모르시겠지만' 하면서 가스라이팅을 해댔다.

몰락해 가는 대기업 계열사에 남아있는 부서장이었지만 그 부서장의 입은 퇴색되어 버린 영광을 계속 입에 담았다.

그런데 오늘 나는 이직한 곳 부서장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저도 바로 아랫사람들하고 크게 경력 차이가 나지 않아요. 때문에 저도 절대 함부로 대하지 않고 저들도 저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을걸 저는 알아요.

다들 능력 있는 사람들이라 배울 점이 많으실 거예요. 전 솜님이 잘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뽑은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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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얼떨떨한 하루였다.

다들 회의 내내 진지하고 열정적이었다.

직급에 상관없이 각자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일했고, 다소 결과가 실망스러운 일이 있어도

탓하지 않고 넥스트를 생각하면서 심하게 질책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나는 이런 곳에서 일해본 적이 없어서 다소 어색한 느낌이 들다 못해

마침내는 아직 2일 차여서 모든 게 좋아 보이는 것이라며 다독이기까지 했다.

지난 회사는 7일 만에 이상한 점을 눈치챘는데 이번에는 어떨지 조금 더 신중하게 둘러봐야겠다.

(실제로 7일 만에 회사를 그만두신 분이 있었다. 그분은 이곳에선 빌게이츠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명언이자 예언을 남겨두고 떠나셨다..)

아직 내가 너무 좋게만 보는 것일 수도 있으니.

그래도 뭔가 상식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들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비행기표를 허락없이 끊었다는 이유로 따돌리거나 여자면 살 좀 빼라고 눈치주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

고양이가 하악질을 하듯 날 섰던 마음에서 조금은 마음을 가라앉힌 고양이가 된 느낌이랄까.

그냥 빨리 전력이 되어서 나도 저렇게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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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월급날이었다.

전 회사에서 남은 월급을 받았고, 다음 주에 퇴직금을 받는다.

우리 집에서는 한 달을 정리하는 날이 바로 25일 오늘이다.

월급을 정리하는 날 나는 뭔가 마음이 홀가분했다.

불안에 짓눌리던 마음이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최근에 이렇게 일할 생각으로 기대가 되었던 날이 언제였던가.

그렇게 받은 월급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나는 이제야 알게 될 것 같다.

다음 달 25일이 기대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