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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om Jun 23. 2024

퇴사방지 3가지 다짐

마지막 이직을 위하여!

노후 대비를 위해 인생 계획을 세우면서 매번 느끼는 점은 생각보다 인생은 짧다는 것이다.

내 사업을 하지 않는 이상 나는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정년을 보장받을 수 없고 나는 언제나 불안정한 고용 상태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 더 연봉을 빠르게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건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30대가 되고 한 가지 느낀 것은, 인생은 짧지만 그 시계바퀴에 올라가 있는 나는 시간을 길게 느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매일매일 바쁘게 톱니바퀴를 밟아 굴려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30대이다.

할 일 없는 회사에 들어오니 하루가 길고, 생각이 많다. 내게 남은 시간의 무게에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매일의 목적과 한 달의 목표, 삶의 최종 목표가 엇나가기 시작했다.

하루의 나태함이 한 달의 게으름을 만들고 회사 밖에서의 나의 모습도 바꾸기 시작했다.


이제는 정말로 정신을 차릴 때가 왔다.

이대로 시간에 휩쓸려 가다 보면 내 자신의 의미를 잃어버릴 것 같았다.

가장 첫 변화로 나는 '의미 있는 회사 생활'을 해보기로 했다.



회사는 나의 하루 중 가장 큰 부분이다.

이전에는 회사에서는 월급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빨리 돈을 벌 수 있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회사에서도 열심히 할 때가 하루의 밀도가 높았던 것 같다.


회사에서는 회사일을 집중하고 집에 와서는 새로운 나의 일을 했던 날들이 가장 보람 있었다.

회사에서 나태해지면서, 회사 일은 중요하지 않다는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나는 집에서도 나태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을 넘게 시간을 보내고서야 알았다

나는 일을 끊임없이 미루고 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왜 그렇게 꼭 무엇인가를 해야만 해? 그냥 편하게 살면 안 돼?"


언젠가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나는 언제나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강박에 시달리는 사람이었다.

친구의 말도 맞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늙어서 내가 원하는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금 무엇인가를 해야만 했다.

강박에 시달리며 일을 해도 결국엔 그 결과물이 있던 날들이 좋았다.



쉬는 날이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된 날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회사생활에 정을 붙이고 다시 열심히 해보기로 했다.


내 하루 중 회사는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나의 일에 자부심을 느낄 때 나만의 목표를 이루는 일도 잘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쉬는 동안 책을 3권 읽었다.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지 해내는 사람'

'말그릇'

'말의 온도'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가볍게 읽기 좋은 에세이를 읽었다.

오랜만에 책을 읽을 때 술술 넘어가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점은 역시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듯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던 점이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나의 언어습관이 아주 엉망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원래도 엄청 긍정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항상 다음을 대비하고 안되면 어떻게 할지를 계획해 두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흐지부지한 시간을 보내며 생각보다 심각하게 변한 내 모습을 발견했다.

매일 부정적인 언어로 점철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는 걸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내가 이렇게 부정적인 사람이었던가?

적어도 나 자신에 대한 자부심은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적어도 새로운 회사에서는 3가지 다짐을 지키기로 했다.


1. 무조건적인 부정적 언어보다 how to를 찾을 수 있는 언어로 소통할 것

2. 침묵을 어려워하지 말 것

3. 하루를 기록할 것



부정적으로 말하지 말아야지! 하고 마음먹는다고 해서 바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니 대체 언어로 그럼 어떻게 할 수 있지? 하는 물음을 계속 던져보기로 했다.


그리고 최근 들어 마음에 여유가 없어진 만큼 계속 말을 하게 되면서 나 스스로 부끄러울 때가 많았다.

말이 많아진 만큼 생각은 부족해졌고, 생각이 부족한 말이 계속해서 내 부끄러움을 키워갔다.

회사에서는 침묵을 어려워하지 말고 조금 더 신중하게 이야기하는 방식을 익혀야 할 것 같다.

조급하기보다는 신중하게, 3초 침묵하기 연습을 해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하루 끝을 기록하면서 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퇴근이 조금 늦더라도 회사에서는 업무일지 형태로 기록을 하고, 잠을 조금 늦게 자더라도 집에서는 마음일지를 기록한다.

기록은 어지러운 내 머릿속을 정리해 주는 아주 효율 좋은 방식이니까.


무기력과 귀찮음을 극복하며 새로운 회사 생활을 시작해보려 한다.

1차적으로는 이직을 방지하기 위해서, 2차적으로는 내 삶을 다시 움직이기 위해서 기록도 시작한다.

매일이 쉽지 않겠지만 조금씩 하다 보면 마침내 한 권의 책이 탄생하게 되는 순간까지 나를 기록해보려 한다.


내일 출근부터 우선 파이팅 해보자!

월요일이여,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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