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없이 자원봉사 활동해보려고 떠난 길바닥 여행기 (5)
라다크로 향하는 길은 그야말로 생사를 넘나드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해발 5000m가 넘는 길을 오르고, 깎아질 듯한 절벽을 지나가며 숨을 졸여야 했던 순간만 수차례였다.
대낮에는 땀이 삐질삐질 흐르다가도, 밤이 되면 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울퉁불퉁한 비포장 길 덕분에 버스 안은 사람들의 토 냄새로 진동을 했고, 여기저기서 고산병으로 골골 대는 비명이 새어나왔다. 아비규환의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그런 나를 크게 위로해주었던 건, 자연 앞에서의 숭고미(Sublime), 그 하나였다.
영국을 대표하는 낭만주의 작가, '윌리엄 터너'가 그토록 나타내고 싶어 했던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치명적이게 두려운 자연이 바로 내 눈 앞에 있었다. 그가 살아 있었다면, 아찔한 아름다움이 가득한 이 장면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을 거다.
또 하나 나에게 힘이 된게 있다면, 바로 사람이다.
양과 당나귀를 몰며 우리 버스를 스쳐가는 라다크 사람들은 지쳐 쓰러져가는 내 얼굴에 미소 하나 건네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웃을 힘도 없을 만큼 고산병과 차멀미에 고통스러웠지만, 그 사람들 앞에서는 그냥 너털 웃음이 나왔다.
누군가 그랬다. 인도사람들은 얼굴이 아니라, 영혼을 들여다 본다고.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내 영혼이 필요로 하는 걸 정확히 꿰뚫었고, 웃음, 그 하나로 나를 치유해 주었다.
노을이 절벽 사이로 숨어들고 어둠이 차창을 뒤덮을 무렵, 우리가 탄 버스는 드디어 긴긴 호흡을 멈췄다.
오래된 미래, 라다크, 레였다.
델리에서 마날리로 16시간 버스, 마날리에서 레까지 33시간 버스.
숨이 턱턱 막히는 고산병과 속을 말끔히 비워주는 차멀미.
예측할 수 없는 일교차와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가파른 절벽.
그대, 이 모든 걸 감당하면서까지 레, 라다크에 이르고 싶나요?
그렇다면,
새파란 하늘 호수 아래,
눈부신 설산과 신이 조각해 놓은 골짜기들,
그 속에 들어가 삶을 맡긴 라다크 사람들의 미소가 그대를 묵묵히 ‘레’까지 이끌어 줄거에요.
-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버스 안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