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오슝
여행을 하며 늘 느끼는 점 이지만, "현지인들만이 아는"이라는 수식어는 엄청 달콤하게 들린다.
여행 관련한 포스팅에 "현지인들이 많은", "현지인들이 자주찾는"과 같은 수식어가 달린 글들은 괜시리 한번 더 눌러보고싶게 만든다. '나만 알고싶은 장소', '관광객 없는'와 같은 키워드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뭘까. 나에게 집중하고 남들과 같지 않은, 내 취향을 세우는 것이 중요해진 우리에게 여행지 역시도 본인의 취향을 찾을 수 있는 장소가 되어서는 아닐까? 트렌드가 아니더라도 기왕에 여행을 한다면 남들과 다른 경험을 하고싶은 것, 남들과 다른 나의 무언가를 갈망하는건 현대인의 기본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나만의 경험, 현지인들과 함께 한 경험을 원하는 나에게는 가오슝 야시장의 경험이 나만의 여행이라고 자신한다. 왜냐하면 가오슝에서 가본야시장은 정말 현지인만 가득한 곳이었다. 그도 그럴게 나를 그 야시장에 데려가 준 사람 역시 대만 현지인이었기 때문.
나에게는 대만인 친구가 있다. 서로 나이가 몇살인지는 공유했지만 나보다 동생이라는걸 자주 까먹는 그런 친구. 2019년 대만 여행은 대만의 다른 지역인 타이중을 가본 후 대만의 다른 지역을 여행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도 있지만 가오슝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친구를 방문하러 가는 목적이 컸었다. 그리고 그런 친구가 나에게 데려가준 곳은 바로 라오공 야시장.
(아쉽게도 라오공 야시장은 2019년 말,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인해 문을 닫았다고 한다.)
타이베이와 타이중에서도 당연히 야시장은 많이 가봤지만, 이 야시장 만큼 대만인들의 야시장 문화를 제대로
본 시장은 없었다. 정말 다른 지역에선 못보던 모습들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야시장에서 아이들을 유혹하는 게임기가 있는 것은 타이베이에서도 많이 봤지만, 우리들도 어렸을 적 많이 봤을법한 탈 것이 잇는 것은 처음 봤다. 그리고 그걸 타고 있는 대만 어린이들을 보다보니 역시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다는 생각도 들고.
두번째는 먹거리이다. 아무래도 이 야시장에 현지 사람과 함께 와서인지 나의 서툰, 간체만 읽을 수 있는 중국어가 아닌 대만식 번체를 읽을 수 있는 사람과 여행하니 야시장에서의 먹거리 경험이 보다 풍부해졌었다.
이 가게에서는 청새치 어묵 튀김을 팔았었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어묵을 만들어서 튀겨주신다. 친구가 이 가게를 찾고 엇! 오랜만이다 라고 한 걸 보면 자주 보이는 가게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그 맛은 상당히 맛있었다. 당장 튀겨서 나온게 맛이 없을리가 없다는 불변의 진리도 있지만, 청새치를 먹어볼 기회가 얼마나 있겠는가. 어묵 튀김의 뜨거운 겉 표면 밑의 쫄깃하고 보드랍던 청새치 어묵은 정말 잊지 못할 맛 이었다.
다시 타이베이에 올라왔을 때 야시장에서 청새치 어묵 튀김을 파는 집을 찾아봤지만 찾지 못했다. 만약 타이베이에서도 이 청새치 어묵 튀김을 먹어봤다면 대만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은 떨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타이베이에서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꼭 다시 대만에 가서 먹어보고 싶은 음식이 되었다.
그리고 대만 야시장에 흔히 판다는 고구마 튀김볼 역시도 처음 먹어봤다. 그도 그럴게 이제까지 대만 야시장을 가면 먹을만한 음식을 찾는데 집중하는 한편 야시장의 수많은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하는데에 대부분의 에너지가 쓰이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로 세세하게 음식을 뭘 파는지 관찰하는건 나에겐 꽤나 어려웠기 때문. 그리고 이 고구마 튀김 볼은 붕어빵이나 계란빵 처럼 큰 노점상이 아닌 자그마한 노점상에서 주로 팔기 때문에 눈에 잘띄지 않았었다-라고 변명 해 본다.
처음 먹어본 야시장에 오면 흔히 입에 넣고 다닌다는 이 고구마 튀김볼은 상당히 달고 매우 뜨거웠다. 별 생각없이 베어물었다가 뜨거워 하는 나를 보고 친구는 웃었었다. 친구가 웃는건 알고 있지만 입이 너무 뜨거워 관심이 없을 정도로 뜨거웠었다. 그런데 그 뜨거움 뒤에는 엄청난 단맛의 고구마 볼이 숨겨져 있었다. 이후엔 이 튀김볼이 조금 식어서 그런지 야시장을 구경하는 한편, 정신없이 입에 튀김볼을 넣고 있는 나를 발견했었다.
정말 다행히도 이 고구마 튀김볼은 타이베이의 야시장에서도 발견해서 대만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진 않았지만, "대만 야시장에서 고구마 튀김볼을 들고 다니며 야시장 구경하고싶다" 라는 다른 아쉬움을 남겼다.
마지막은 훠궈이다.
야시장에서 훠궈 파는 것은 정말 처음 봤기에 친구가 훠궈 먹을래? 라고 했을땐 응??? 이라고 반응 했다. 그런데 정말 다들 옹기종기 모여 앉아 훠궈를 먹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했을 땐 우와! 라고 외쳐댔었다.
이제까지 내가 방문했던 지역 야시장엔 노점상 뿐만 아니라 즉석에서 요리를 만들어 제공해주는 가게들이 있었다. 내 기억에 그 가게들은 굴전이나 볶음요리를 파는 곳이 대부분이었는데, 훠궈를 파는 곳은 처음 봐서 너무 흥미로워, 당연히 먹겠다고 하고는 자리를 잡았다.
신기해 하는 내 반응을 보면서 친구는 내 반응에 뿌듯해 하면서 야시장에서 파는 훠궈는 아마 대만 남부 지역 특징인것 같다고 했다. 타이베이에 자주 가본 것은 아니고 타이베이에 가서 야시장을 많이 가본건 아니지만, 훠궈를 파는 야시장은 대만 남부 지역에서만 본 것 같다고.
대만 특유의 습하면서 뜨거운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어느 늦여름날 저녁, 대만인들로 가득한 야시장에 앉아 대만인들 사이에 단 한명 존재하는 외국인이 되어 그들만의 식사에 내가 초대 받은 듯한 이 자리에 앉아 훠궈를 먹자니, 내가 이 야시장에서 경험한 이것 만큼은 정말 '나만이 해 본, 나만의 경험' 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지인의 야시장, 현지인의 맛집, 현지인만 찾는 야시장. 그 야시장 속에 자리 잡고 앉아